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서 무심하게 한 점을 찍거나, 하나의 흔적을 남기더라도 그 행위에는 많은 습작을 거쳐 나오는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이번호 주제는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으로 다소 어렵고 딱딱한 주제이나 작가인 저 스스로 가 아는 만큼만 무겁지 않게 전개하려고 합니다.

서양의 물질문명(物質文明)은 자연을 인간이 정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삼고, 필요한 욕망에 따라 임의로(人爲) 개발했습니다.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물질문명은 급속한 발전을 이룩했고, 그 결과 현 인류는 역사상 가장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자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조직적이고도 과학적으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찬란하게 꽃 피운 물질문명의 이면에는 지구촌의 자원고갈(資源枯渴)현상은 물론이고, 각종 쓰레기, 공해, Tsunami(地震海溢)로 인한 재해, 온난화 및 정신의 황폐화 등 물질만능의 폐해가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물질문명 자체를 비판하는 작가로 비춰질 수 있는데... 저는 물질문명 자체를 비판하는 작가가 아닙니다. 급속하게 발전된 현대 산업사회 속에서 자동차나 컴퓨터, 핸드폰 등 문명의 산물(利器物)을 사용하지 말자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저의 소망은 발달된 물질문명에 걸맞게 정신문명(精神文明)도 동반발전 하자는 얘기입니다. 즉, 한쪽은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는데, 다른 한쪽은 제자리걸음으로 양쪽의 불균형과 부조화로 인한 여러가지 문제가 파생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물질문명이 발전했듯이 그에 걸맞게 정신문명도 같이 발맞춰 인간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자는 것입니다. 

 

 

저는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을 별개가 아닌 서로 간 도와주고 발전하는 관계(相生性)로 보고 작품에 임했습니다. 즉, 정신과 물질은 상호간 보완 발전을 통해 서로의 도움으로 발전(昇華)합니다. 보이는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정신과 물질을 생명력 있는 상생의 세계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저의 작품 부처, 아인슈타인의 얼굴을 석재로 조각한 남자들을 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작품들은 조각전문 목암미술관 ‘차홍규 초대전’에 출품한 작품들로써 작품 사진에서 보듯 세 인물 모두 머리의 윗부분이 모두 절단돼 있습니다. 두뇌를 절단함은 정신을 절단함을 의미하는데, 부처와 아인슈타인의 두뇌가 같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부처의 두상은 종교의 상징으로, 아인슈타인의 두상은 과학의 상징으로 평범한 사람의 두상과 같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두뇌 부분이 절단된 인물을 동일선 상에서 보고자 했습니다. 즉, 부처의 두뇌는 정신이고, 아인슈타인의 상징은 과학입니다. 이 같은 개념에서 두상에서 두뇌 부분이 사라졌다면 부처의 정신도 아인슈타인의 과학도 물질적인 탐욕으로 인해 상징하는 그 의미가 모호해졌다고 하겠습니다.    
또 다른 두 작품을 보겠습니다. 이 작품들은 2013년 전주시립한지산업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차홍규 기획초대전에 선보인 작품들인데, 예수님과 부처님의 작품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녹슨 철조망은 예수님의 고통이나, 부처님의 번뇌가 아닌 물질문명 시대의 상징인 철조망입니다. 즉 철조망은 지극히 물질문명의 상징으로-이전 목축시대 인류는 공영제로 모계사회였으나 농사의 발견으로 정착과 아울러 부계사회, 부족사회를 거쳐 국가라는 대규모 집단이 형성됐습니다. 우선 예수의 작품을 보면, 2014년에 하나님의 아들로 인류를 구원하러 목숨까지 희생하였다는데 현대의 물질문명시대에 예수(종교)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또한 2500여 년 전에 부처님은 왕자라는 특권도 버리고 해탈(解脫)하며 중생을 구제한다는데, 부처(종교)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럼 예수님 오시기 전(2014년전)과 부처님 오시기 전(2600년전)에는 인류가 지옥에서 헤매다 이제는 천당과 극락이 됐다는 것인지. 현대정보화 사회에서 얼굴로만 설명하는 “예수의 의미는? 얼굴조차 다 내놓지 못하는 부처는?”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작품을 하는 작가로서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을 표현한 것이지, 특정 종교를 숭상하거나 비하할 뜻이 전혀 없음도 밝힙니다.      
저는 이렇게 <물질적 풍요로 과연 인간은 행복한가?> 라는 화두(話頭)로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다음호는 저의 작품의 원천인 ‘한국인의 미의식’에 대해 연재를 이어나가겠습니다.

 

 

참고문헌
차홍규 박사학위 논문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을 주제로 한 Hybrid 작품에 관한 연구 >
조은정 <조각 감상법> 대원사
루돌프 아른하임, 김재은 역 <예술심리학> 이대출판부 

차홍규 교수  ttjj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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