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외환은행이 창립하여 48년만에 본점건물의 간판이 내려졌다. 그자리에 ‘KEB하나은행’ 간판이 올라갔다. KEB란 외환은행의 영문 명칭은 남았고, 존속법인 역시 외환은행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아쉬움은 컸다. 본점에 설치된 화이트보드에 한 직원은 ‘외환은행의 날개는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란 글귀를 써놓았다. 그리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 KEB하나은행이 지난 1일 공식 출범했다. 금융권에선 사실상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합병한 것으로 해석한다. 외환은행의 ‘사실상 퇴장’은 외환위기 이후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평화’의 퇴장에 이은 또 한 번의 은행권 재편을 상징하는 사건이란 평가도 나온다.

자산 300조, 당기순이익 상반기 8100억원, 지점수 945개, 4대 은행으로 도약

하나은행은 외환과 통합으로 덩치 면에서 단숨에 국내 최대로 부상한다. 양 은행의 자산을 단순 합산하면 올 상반기 기준 300조원(298조 8000억원)에 육박한다. 우리은행(286조9000억원)과 KB국민은행(281조5000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두 회사의 연결 당기순익도 상반기 8100억원으로 신한은행(7900억원)을 앞선다. 지점수도 945개로 KB국민(1147개), 신한(919개), 우리(990개)와 어깨를 견준다. 금융권 관계자는 “KEB하나은행이 규모면에서 명실 공히 4대 은행으로 도약하면서 기존 대형 은행과의 경쟁 심화 요건이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커진 덩치에 맞게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란 게 하나금융의 주장이다. 하나금융은 은행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연 31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복 투자분을 아끼고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연간 2692억원, 두 은행의 강점을 공유해 수익을 높이는 효과 429억원 등이다.

프라이빗뱅킹,소매영업과 기업금융, 해외네트워크의 결합 - ‘인터내셔널 PB센터’ 역삼동 오픈

통합은행은 또 다른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전통적으로 자산가를 상대로 한 ‘프라이빗뱅킹’(PB)과 소매영업에 강했다. 반면 외환은행은 기업금융과 외환업무, 해외 네트워크가 강점이다. 최근 이런 두 은행의 강점을 결합한 ‘인터내셔널 PB센터’를 서울 역삼동에 열었다. 해외사업 역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에 다소 뒤쳐졌던 하나은행이 덩치를 키우고 전열을 가다듬으면서 ‘리딩뱅크’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당장 내달부터 본격화되는 계좌이동제도 복병으로 꼽힌다. ‘클릭’ 몇 번이면 주거래 은행이 통째로 바뀔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대형 은행으로선 밖에선 새로운 강자(인터넷 전문 은행 컨소시엄)가 몸을 푸는데 안으로는 충성 고객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환경이 됐다. 금융연구원 임형석 은행.보험연구실장은 “KEB하나은행의 출범과 대외 환경의 변화로 인해 그동안 대형 은행의 ‘빼앗아 먹기식’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상장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제시하는 은행이 리딩뱅크로서의 위상을 걷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영주 초대 행장, 통합과정에서 마찰 빚었던 김지성 전 노조위원장을 비서실장에 발탁

지난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옛 외환은행 본사)에서 있은 통합은행 제막식과 출범식에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초대 행장으로 선임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임직원 300여 명과 함께 통합 과정에서 사측과 격렬한 공방을 벌였던 하나·외환 노조위원장도 참석했다.
특히 함영주 행장은 두 은행의 빠른 화학적 통합을 위해 행장 비서실장에 김지성 전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을 전격 임명하는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김지성 전 노조위원장은 통합은행 협상 과정에서 노조 업무에 깊숙이 관여해 사측과 큰 마찰을 빚었던 노조 대표단이었기 때문에 이번 임명을 업계에서는 파격적으로 보고 있다.
함영주 행장은 “피합병은행 서울은행 출신인 나 또한 13년 전 같은 일을 경험했다”며 “빠른 화학적 통합을 실현하기 위해서 내가 먼저 직원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노조위원장을 비서실장으로 선임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초대 행장후보였던 하나금융지주의 두 부회장은 취임식과 출범식에 불참 ‘갈등 예고“

그런데 투명한 경영을 통해 빠른 화학적 통합을 이뤄내겠다고 각오를 밝히는 함영주 행장의 행보가 첫 출발부터 어긋나고 있다는 뒷말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날 출범식에 김정태 회장을 비롯해 통합은행 주요 임원들 대부분이 참석해 축하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는데, 초대 행장 후보였던 하나금융지주의 두 부회장이 함영주 행장 취임식에 이어 이번 출범식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출범식은 하나금융 임직원이 한자리에 모여 새 출발을 자축하는 자리였기에 두 회장의 빈자리는 유독 크게 느껴졌다.

한편, 이번 통합은행의 출범으로 금융권 일각에서는 사실상 국책은행이랄 수 있는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그리고 산업은행도 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감 리포트> 금융위 국감에서 신용정보기관 설립문제 도마에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이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기술신용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에 대한 국감을 진행했다.
금융위 국감에서는 신용정보집중기관 설립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발생한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설립되는 신용정보집중기관이 공공기관이냐 민간기관이냐를 두고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졌다. 정무위가 신용정보법 개정안 의결시 신용정보집중기관은 '연합회를 중심으로 구성·운영한다'는 부대 의견을 달았지만 법해석에서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간의 이견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는 연합회 산하 기관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은행연합회에서는 사실상의 공공기관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금융위 국감에서는 재벌그룹의 국내외 계열사간 순환출자 규제문제와 기존 출자에 대한 해소문제, 재벌총수의 해외 계열사 공시 의무화 등이 쟁점으로 떠 올랐다.
금감원 국감에는 론스타와 관련해 김한조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지난 2003년 독일 코메르츠뱅크로부터 1조3800억원에 인수한 외환은행을 다시 하나금융에 되파는 과정에서 4조6000억원의 차익을 거둬 논란이 됐다. 

민병두 의원 "우리은행·SC은행 전산장애 사고 발생 많아" 금감원 자료 공개

은행권에서 우리은행과 한국SC(스탠타드차타드)은행의 전산장애 사고 발생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인터넷뱅킹과 관련된 금융사고 현황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2012년 이후 은행 중 우리은행과 SC은행의 전산장애 사고가 전체의 61%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221건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어 SC은행 112건, 외환은행 51건 등 순이다. 은행권의 전산금융사고수는 2012년 이후 21개 은행에서 총 539건이다. 2012년 65건, 2013년 219건, 2014년 200건, 2015년 8월 55건 등으로 나타났다.
 

조승현 대기자  skycfc@naver.com

<저작권자 © 선데이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