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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개혁이 어떤 개혁보다 먼저이어야 한다.
  • 선데이저널 정치부
  • 승인 2016.07.1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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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국회가 시작부터 19대를 닮아간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나물에 그 밥 이라서이다. 지난 19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까지 받았었다. 여야 교착이 거의 상시화 되어 있었고 행정부로부터 숱한 공개적 굴욕을 당했으며 헌법재판소가 부과한 선거구 획정의 숙제 기한까지 넘긴 이번 국회를 국민들이 곱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국회가 언론의 질타와 여론의 조소에 샌드백이 된 것은 매우 오래된 일이라 이들을 비판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비판하는 그 누구도 국회가 더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비판은 아마도 적지 않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댓글들이 고발하는 것처럼 국회가 ‘하는 일이 없다’는 지적, 즉 국회가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다, 이러한 인식은 국회를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관료기구와 암묵적으로 대비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고민하고 포괄해야 하는 정책영역이 끊임없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국내외의 환경을 생각하면 300명의 비전문가들이 탁상공론을 주고받는 의회라는 기구는 지난 세대의 유산으로 보이며, 오히려 강력한 리더십과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조직으로 무장한 행정부가 더 적격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 국회의원은 1인당 국민소득의 5.27배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4개국 가운데 일본(5.66배), 이탈리아(5.47배)에 이어 셋째로 높은 수준이다. 노르웨이·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 의원의 연봉은 1인당 국민소득의 2배가 안 됐다. 받고 있는 연봉(세비)과 견줘 국회의원이 얼마나 일을 잘하나(의회 효과성)를 평가했더니 OECD 회원국 중 비교 가능한 27개국 가운데 26위에 그쳤다. 한국 아래엔 이탈리아뿐이었다.

세금으로 충당하는 의원 보수와 견줘 한국 국회가 법안 발의나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정부는 현재 거둬들이는 세금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 “현재 재정 건전성은 우위에 있지만 나빠지는 속도가 빠르다”며 “한국형 저성장 경제 사회에 진입하고 있어 장기적 관점의 경제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 정책에서 한국은 34개 나라 중 29위에 그쳤다. 지난해(30위)보다 한 단계 상승했지만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정책 분야별 순위에서 최저 성적이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데도 노인 복지와 출산 장려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십 년간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정책을 입안하고 꾸준한 사회·의료보험을 개혁해 온 1위 네덜란드와 대조적이다.

한국의 교육 정책 경쟁력도 25위에 불과했다. 높은 사교육비 지출, 대학 교육에 대한 미흡한 공적 지원과 같은 약점을 해결하지 못했다. 연구개발 정부경쟁력 순위는 12위로 전년(11위)보다 하락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예산은 4.1%로 OECD 34개국 중 이스라엘(4.2%)을 제외하면 가장 높지만 효율적 예산 배분에 실패한 점이 경쟁력을 갉아먹었다. 이 부문 1위는 미국이다. 창의적인 연구가 진작될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 보다 다양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머지 정보통신기술(9위), 농업식품(10위)에서 한국 정부는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고 환경(20위), 문화관광(23위) 순위는 낮은 편이었다. 재난관리와 거버넌스(governance·협치)정책에선 각각 14위, 15위를 했다.

우리 국회에 대한 또 다른 대표적인 비판은 국회,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지나치게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에게 제공되는 세비, 보좌인력, 법적 특권 및 각종 유·무형의 권리가 지나치게 많다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어왔고, 특히나 보좌진의 월급을 정치자금으로 유용하는 일이 횡행한다고 하니, 한 푼이 아깝다는 데에는 동의할 것이다.

심지어는 여야 공히 ‘특권 내려놓기’ 안들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으니 우리 국회의원들조차 자신들이 지나친 특권을 누린다는 점을 인정하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 국회의원들이 특권을 내려놓는다고 말하는 것이 비굴하게 느껴진다. 마치 훌륭한 입법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대신 월급도 올리지 않고 연금도 줄일 테니 이해해 달라는 유권자와의 알량한 연봉협상인 것만 같다.

그러나 왜 좋은 입법을 위해서는 비용이 들고, 전문성을 위해서는 보좌진이 필요하며,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의원 신체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이야기하지 않는가. 왜 특권과 자원을 이용해 좋은 입법과 의정으로 보답하겠다고 이야기하지 않는가. 무보수의 도덕군자나 나를 대표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물론 우리 국회의 부정과 무능에 면죄부를 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온 각종 부조리와 부패는 철저히 찾아내고 불법이 있다면 처벌해야 할 것이란 점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상식이다. 그러나 그런 부정과 무능이 야기하는 정치혐오와 무관심이 새로운 부정과 무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어떻게 끊을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인지도 모른다.

 좋은 입법과 의정을 위해서는 인내와 사회적 비용이 든다는 것, 정치가 실망스럽고 혐오스럽다고 정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 그리고 포기한다면 최악의 국회는 항상 다음 국회일 것이라는 점이다.

국회개혁이 모든 개혁의 근본이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는 4대 개혁이다. 이러한 4대 개혁이 국회 때문에 가로막혀 있다. 정부가 아무리 의욕이 있어도 법이 통과되지 않으니 속수무책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을 통과시켜달라는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사정이 이러니 ‘실물국회’에 이어 ‘뇌사국회’, 심지어 ‘사망국회’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국회개혁 범국민연합’의 1000만명 서명운동에 의해 이미 표출됐다. ‘범국민연합’은 면책특권 및 불체포특권 폐지, 그리고 ‘국회해산제’ 및 ‘국회소환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국회선진화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이 의도와는 달리 정권을 잃은 야당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선진화한 수단으로 변질했기 때문이다.
  
사실 국회는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지금 한국은 중요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관료 주도의 제조업·수출 중심의 경제가 수명을 다하고 이를 대체할 민간 주도의 서비스·내수경제 활성화가 시급하다. 관료라는 거대한 집단을 견제하는 동시에 이들을 추슬러 국가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행정부보다 더 우월한 정책 판단 능력이 있어야 한다.
  
국가 정책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예산안 심의를 국회가 한다고 하지만 정부가 작성한 방대한 예산안을 국회가 제대로 심의할 능력이 없다. 국회는 그저 선심용으로 지역구 예산 몇 개를 끼워넣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들이 행정부를 상대로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세세한 정책과제에 대해 국회가 관여하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
  
의원입법이 많아져 국회의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만 실상은 이익단체의 로비에 의한 청부입법인 경우가 많다.
  
지금 국회는 노사정협의회에서 어렵게 합의해 도출한 노동5법마저 통과를 거부하고 있다. 현 정부가 잘되면 선거에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야당이 있는 한 국회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표현이 이에 합당하다.
  
사정이 바뀌어 현재의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지금의 여당과 똑같은 행동을 보일 공산이 크다. 국회가 어깃장을 놓으면 법치국가에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끼워팔기는 불공정 행위인데 법안 끼워팔기는 국회에서 관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제 국민이 나서야 한다. 내년 4월  총선에서 누가 국회 개혁을 공약으로 제시하는지를 잘 따져 국회의원 선거에 임해야 한다. 또 누가 정치 신인의 등장을 어렵게 하면서 기득권자에게 유리한 선거 제도를 도입하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국민 세금을 마치 자신들이 선심 베푸는 식으로 어설픈 복지공약을 내세우는 정당에 이제 속지 말아야 한다.
  
‘범국민연합’을 포함한 시민단체 등도 후보자들을 이와 같은 각도에서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국민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이제 국민이 선거를 통해 국회를 개혁하지 않으면 그 어느 누구도 이를 할 수가 없다. 선택은 국민의 몫이지만 선택에 따른 결과도 국민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기존의 정치권이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해야 한다. 이제 정치인이 민주투사일 필요는 없다. 사회명망가일 필요는 더더구나 없다. 한국의 현실을 인식하고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가 정치인이 돼야 한다.
  
지금 한국의 청년세대는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청년 가운데 18.8%가 취업에 대한 의지마저 없는 니트족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한국이 최고다. 삼포·오포·칠초 등 포자 돌림이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정부는 온 힘을 쏟고 있는데 10명 중 2명이 무위도식한다면 출산율이 높아져도 소용이 없다.
  
이런 암울한 현실을 타파하는 단초는 국회 개혁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런 국회 개혁은 바로 선거심판에서 시작된다.

우리 국회을 살펴보면 우선 거부권 정치에 함몰된 국회라고 할 수 있다.

비토크라시란,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텐퍼드대 교수가 미국의 양당 정치를 비판하며 만든 용어다. 상대 정파의 정책과 주장을 모조리 거부하는 극단적인 파당 정치를 의미한다. 후쿠야마 교수는 소속 정당을 떠나 미국 정치권 전체가 공유해온 최소한의 가치 공감대가 사라지면서 ‘무조건적 반대’가 미국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두 마리의 공룡이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본회의가 보통 오후 2시에 잡히지만 이때부터 정치권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며 “그래서 ‘나토(NATO·Nothing After Two O'clock)국회’란 말까지 나온다”고 한숨을 쉬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치에서 협력과 합의가 사라진 가장 큰 원인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양대 정당이 정치적 담합 구조를 유지해 왔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두 정당은 각각 견고한 지역 기반에 기대 유권자를 양분한 채 소소 정당의 출현을 막아왔다. 최근 안철수 의원 주도로 국민의당이 출현했지만 근본적 차별성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자본주의가 건강할 수 있는 것은 경쟁 메커니즘 때문인데 한국 정치는 1987년 이후 2개 정당이 이어왔다”며 “임계점을 넘어서면 굉장히 급격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 교수는 “모든 문제에 있어 국민이 2개 정파 중 하나를 선택하게 만드는 구조”라며 “예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을 싫어하면 야당, 진보, 좌파, 호남으로 치부해버린다”고 꼬집었다.
  
양당 제도가 고착화된 것은 기본적으로 소선거구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비례대표제는 다당제를,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를 부른다는 것이 현실 정치에서 이미 검증된 이른바 ‘뒤베르제의 법칙(Duverger's Law)’이다.
  
현행 정치 관계법도 양당 기득권을 고착화하는 요소다. 강 교수는 “여러 가지 형태의 선거법, 정치자금법이 양당 체제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유권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표만 던지라고 강요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보조금 제도는 거대 정당의 젖줄이다. 2006년 이후 10년간 5723억원이 국민 세금에서 정당으로 흘러들어갔다. 이 가운데 85%가 두 정당의 몫이었다.
  
국고보조금(선거보조금 제외) 가운데 30%는 정책연구소 운영에 쓰도록 법제화돼 있지만 70%는 정당 운영비로 사용된다.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정당들이 운영되는 셈이지만 이들이 과연 ‘밥값’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미래정치 50년 기획의 자문 교수들은 한국이 △협력의 위기 △리더십의 위기 △폴로어십의 위기 등 ‘3중 복합 위기’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지만 한국 정치 리더들에겐 철학이 없다”며 “지금은 정치철학 빈곤의 시대”라고 꼬집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다수 국민이 한국 정치가 실패했다고 느끼는 것은 분명하다”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정치권이 국민에게서 불신을 받고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 매우 위험한 현상”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식 대통령제가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여당 의원들은 정부가 원하는 법안을 충실히 처리하는 데 길들여져 있다. 여대야소 구도에서 대통령은 국회와 소통할 필요성이 적었다. 과거보다 국회 권한이 커진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행정부가 입법부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한국 정치의 핵심 구조다.
  
김형준 교수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을 한국 정치 리더들에게 요구했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은 재임 당시 8시간 중 3시간을 공식 업무에 할애하고 남은 5시간에는 야당을 만났다”며 “끊임없이 소통하는 노력 덕택에 레이건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6년이 여소야대인 상황에서도 효율적으로 국정 운영을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결국 협력의 위기는 지속적 만남과 설득을 통해 벗어나야 한다. 스웨덴에서 23년(1946~1969)간 총리를 지낸 타게 엘란데르는 별장이 있는 스톡홀름 서쪽 하르프순드(Harpsund)에서 노동조합 지도자와 기업인, 주요 정치인들과 정례 회의를 했다. 격주 목요일에 만나 ‘목요일 클럽’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엘란데르 총리가 이끈 사회민주당 정부는 목요 클럽에 이어 하르프순드 콘퍼런스를 20년 가까이 이어갔다. 참석자들은 별장 옆 호수에서 노를 함께 저으며 서로를 이해했고, 예상보다 쉽게 합의가 도출되는 사례가 늘어났다.
  
한국도 북유럽 모델을 벤치마킹한 노사정협의체를 가동해 부분적 합의를 이끌어냈으나 결국 야당과 노조에 가로막혀 노동개혁 입법화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선데이저널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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