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여자배구 그랑프리 독일-한국전이 열린 경기도 화성체육관. 1-3으로 진 제반니귀데티(네덜란드) 독일 감독은 25점을 올린 한국 10번 선수를 가리키며 “축구로 치면 메시 이상이다”라는 말을 했다. 귀데티 감독은 2년 만인 지난 14일 리우 올림픽 세계예선에서 네덜란드를 이끌고 또 다시 한국에 0-3으로 졌다. 그는 “이 선수는 정말 특별하다(something special)"며 칭찬의 수위를 높였다. ‘배구 여제’ 김연경(28·페네르바체)을 향한 찬사였다.
김연경의 활약에 반한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스포츠호치는 한일전에서 패한 뒤 "한국의 세계적인 공격수 김연경의 강타에 굴복했다. 10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김연경에게 25점을 내줬다"고 강조했다
  김연경은 이번 대회 예선 4경기에서 82점을 기록해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공격성공률(45.18%)은 5위다. 공격력 뿐만이 아니다. 디그(상대 공격을 받아내는 것)는 세트당 1.71개로 11위, 리시브 정확은 32개로 8위다. 상대 팀이 김연경에게 부담을 주기 위해 서브를 집중시키지만 전혀 통하지 않는다. 

  침착하게 리시브를 한 뒤 힘차게 뛰어올라 강스파이크를 날린다. 
공격은 물론 수비 역시 최고다. 상대 스파이크를 몸을 날려 건져내는 몇 안 되는 공격수다. 세트당 1.71개의 디그로 전체 11위. 리베로를 제외하면 세 번째다. 득점 랭킹 5위 이내 공격수 가운데는 단연 최고다. 상대의 서브 폭탄도 견뎌낸다. 김연경은 4경기에서 무려 70개의 서브를 받았다. 이중 32개를 세터 머리 위로 정확히 배달했다. 터키 리그 페네르바체의 라이벌팀 바키프방크를 이끄는 귀데티 감독이 “20년 동안 이런 선수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만능선수가 된 건 ‘작은 키’ 때문이다. 김연경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여섯 살 터울 언니(김혜경)를 따라 배구를 시작했다. 당시 그의 키는 1m42cm로 다른 선수들보다 한 뼘 가량 작았다. 중학교 때까지도 팀내 최단신이었던 김연경은 공격수가 아닌 세터를 맡았다. 운명이 바뀐 건 고12때였다. 수비 전문인 리베로로 전향하려고 했던 김연경은 갑자기 키가 1m71cm까지 자라면서 공격수로 변신했다. 프로에 입문한 뒤에도 키가 계속 크면서 1m92cm가 됐다. 세터로 뛰며 수비와 기본기를 다진 덕분에 김연경은 파워에 세밀함까지 갖춘 대형 선수로 자랄 수 있었다.
  기량 못지않게 정신력도 강하다. 긍정적인 성격에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십까지 갖췄다. 막내급이었던 2012 런던 올림픽 당시 선배들의 실수를 지적하며 파이팅을 외친건 유명한 일화다. 주장을 맡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후배들이 집중력을 잃으면 따끔하게 혼을 내고, 자신감을 잃으면 장난을 치며 격려한다.
  김연경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흥국생명을 세 차례 정상에 올린 김연경은 2009년 임대 형태로 일본(JT 마블러스)에 진출했다. 일본에서도 맹활약을 펼친 그에게 유럽 팀들의 러브콜이 쏟아진 건 당연했다. 그러나 원 소속팀 흥국생명은 일본에서 뛰었던 2년을 자유계약선수 충족을 위한 기간으로 포함 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국제배구연명(FIVB)까지 개입하는 소동을 겪은 뒤에야 2011년 터키 페네르바체에 입단할 수 있었다. 김연경은 세계 최고 리그인 터키에서도 빛났다. 소속팀을 유럽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리며 MVP를 차지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연봉 100만 유로(약 13억원 추정)를 받는다. 올 시즌 뒤 FA가 된 김연경은 다음 시즌에도 페네르바체에 남을 전망이다.
  선수로서 모든 걸 이룬 김연경은 이제 올림픽 메달을 꿈꾼다. 김연경은 2012년 런던 올림픽 MVP에 올랐지만 당시 한국은 4위에 머물렀다. 4년을 벼른 배구 대표팀은 17일 개최국 일본을 3-1로 꺾은데 이어 18일 카자흐스탄을 3-0으로 물리쳤다. 3승1패(승점9)로 2위를 달리고 있어 8개 팀 중 4개 팀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 남은 페루(21위)·태국(13위)·도미니카공화국(7위)과의 경기에서 2승만 추가하면 리우행을 확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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