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호 칼럼리스트

부산대학원(공학석사)
전) 부산광역시장 비서실장/ 감사관/ 행정자치국장/부산시 공직자윤리위원, 인사위원 등
홍조근정훈장, 근정포장, 대통령표창 등

요즘 국내외적으로 경제사정이 좋지 못하다. 젊은 층에서는 취업절벽시대에 살고 있어 대학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된다고 한다. 심지어는 집집마다 공부하는 수험생이 있다고들 한다.

1997년 말부터 시작된 경제위기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일찍이 경험하지 못하였던 실업 대란을 가져왔다. 특히 ‘이태백’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청년실업은 전체실업률의 2배에 가깝고 잠재된 실업까지 합하면(대학 졸업자의 경우) 4명당 1명꼴로 백수생활을 하는 등 타 연령대에 비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보다 심각한 것은 학교 문을 나서자마자 실업상태로 빠진다는 점이다. 이는 이들의 인적자본이 사장된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건전한 근로 의욕상실로 사회적 일탈행동과 범죄로까지 이어져 사회적 불안 요인으로도 작용할 우려마저 낳게 된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는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이 공부하고, 제일 똑똑하고, 외국어에도 능통하고, 첨단 전자제품도 레고블록 만지듯 다루는 세대야. 안 그래? 거의 모두 대학을 나왔고, 토익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자막 없이도 할리우드 액션영화 정도는 볼 수 있고, 타이핑도 분당 삼백 타는 우습고, 평균 신장도 크지.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고, 독서량도 우리 윗세대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지, 우리 부모 세대는 그중에서 단 하나만 잘해도, 아니 비슷하게 하기만 해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었어. 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다 놀고 있는 거야? 왜 모두 실업자인 거야?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한 거지?“라며 자괴감에 빠져 있다.

옛날에는 놀고먹는 사람을 건달이나 한량[閑良] 이라고 불렀다. 우스갯소리로 “돈 없으면 건달, 돈 있으면 한량”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에서도 알 수 있듯, ‘건달’은 거들먹거려도 쓸 돈이 없어 처량한 신세의 사람이라면, ‘한량’은 속없어 보여도 흥청망청 쓸 돈은 있어 스스로는 신나는 사람이다. 그러나 ‘건달’이건 ‘한량’이건 아무 하는 일 없이 세월만 보내는 한심한 사람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한량’이라는 말은 옛 문헌에 ‘한량’ 또는 ‘할냥’으로 나온다. 본래 ‘한량’은 조선시대에는 ‘무과(武科)에 급제하지 못한 무반(武班)’을 가리켰다. 그런데 실제 옛 문헌에 보이는 ‘한량’이나 ‘할냥’은 그 본래의 의미가 아니라 ‘일정한 직사(職事)없이 놀고먹는 양반 계층’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여 놀고먹는 무반’에서 의미가 확대되어 그러한 처지에 있는 무반(武班)과 문반(文班)을 모두 가리키게 된 경우이다.

그런데 ‘한량’은 ‘놀고먹는 양반’이라는 의미에서 더 나아가 ‘돈을 잘 쓰고 잘 노는 사람’이라는 좀 더 일반적인 의미로 변했다. 돈푼깨나 있는 양반들이 하릴없이 돈을 펑펑 써 가며 잘 노는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그와 같은 행위를 일삼는 일반인 모두를 가리키게 된 것이다.

한편, ‘건달’이라는 말은 16세기 문헌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여기서도 ‘게으른 사람’을 뜻해 지금의 ‘건달’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건달’은 순수한 우리말이 아니다. 범어(梵語, 산스크리트) ‘Gandharva〔樂神〕’를 한자의 음을 이용해 표기한 중국어 ‘乾闥婆(건달바)’에서 출발하여 그 어형과 의미가 달라진 말이다.

건달이라는 말의 의미는 첫째, ‘하는 일 없이 놀거나 게으름 피우는 사람’이다. ‘건달바’가 본래 노래나 하며 한가롭게 지내는 악신(樂神)이라는 점이 비유적으로 확대되어 파생된 것이다. 이는 ‘백수건달(白手乾闥)’과 같다. 둘째,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빈털터리’이다. 이는 게으름을 피운 결과로서 생겨난 의미이다. 이쯤 되면 ‘건달’은 바가지나 깡통만 차지 않았지 ‘거지’나 다름없다. 셋째, ‘난봉이나 부리고 다니는 불량한 사람’이다. 이것은 ‘건달’이 그저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족속이 아니라 허랑방탕한 짓까지 하고 다니는 족속이라는 데서 생겨난 의미이다. 이러한 족속은 ‘건달’보다는 ‘건달패’가 더 잘 어울리며 ‘난봉꾼’과 똑같다.

그런데 최근에는 ‘건달’에 또 다른 의미가 생겨났다. ‘폭력을 휘두르며 남을 괴롭히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그것이다. 빈털터리인 ‘건달’이 먹고살기 위해 주먹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러한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어쩌다가 ‘건달’이 ‘깡패’와 같은 족속이 된 것이다.

2016년 2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12.5%로 IMF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20대 청년 자살률은 OECD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학 졸업생 10명중 6명이 평균 1321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연예·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에서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까지 포기한  5포세대로 꿈과 희망 까지 포기한 7포 세대를 지나 얼마나 더 많은 것을 포기해야 될지 모르는 N포 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있다.

이렇듯 옛날에도 건달과 한량같이 놀고먹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요즘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어도 취업을 하지 못해 놀고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우리 젊은이들을 원하지도 않는 건달과 한량으로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들의 몫이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국가성장의 원동력이 될 청년들의 고용문제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조성호 칼럼니스트  sundaykr@daum.n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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