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는 공무원들의 비리는 정말 다양하다. 이미 공무원비리는 도를 넘어버렸다.

사정을 주재해야 할 현직 검사장이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로부터 받은 4억2500만원의 넥슨 주식 매입자금을 받아 비상장주식을 샀다가 2006년 주식을 팔고 다시 넥슨재팬 주식을 사들여 120여억 원 가량의 현금을 얻은 혐의로 구속되었다.

또 법조인들의 전관예우가 사회에 물의을 일으키는 정도로 부패하자 법조윤리협의회(위원장 천기홍)에서는 판검사에서 퇴직한 뒤 변호사로 활동하는 이른바 ‘전관 변호사’의 수임 내역 전수조사에 나섰다.

문철기 협의회 사무총장(55·사법연수원 25기)은 24일 “전체 공직 퇴임 변호사의 수임 자료와 업무활동 내역을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정운호(51) 씨 상습도박 사건에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46·27기)와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57·17기)가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라 하겠다. 검사장출신과 부장판사출신이 이런 상황이라면 얼마나 부패한지 추측이 간다.

공직자 부조리처벌법인 김영란법은 최초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처벌하자고 생긴 법이다. 당초 내연 관계인 변호사에게서 벤츠 승용차를 받고, 동료 검사에게 청탁까지 했지만, '사랑의 정표'라는 이유로 이른바 벤츠 여검사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건설업자로부터 향응과 접대를 받은 검사들도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였다.

김영란 법은 이런 잘못된 법조비리의 현실을 바로잡자는 공감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사법부 출신 국회의원들은 한술 더 떠서 그것을 발표한 언론인을 통제 하는 법으로 만들어 통과시켰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완성되지 않은 한 업체의 프로그램을 합격으로 허위 검수해 14억5990만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전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연구관 1명을 구속하고, 연구사와 업체 관계자 4명을 형사입건 했다고 19일 밝혔다.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A경위는 지난달 18일 인천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길 가는 여성을 보며 음란행위를 하다가 적발됐다. A경위는 피해 여성이 112에 신고를 하자, 근처에 세워 둔 승용차로 달아났다가 폐쇄(CC)회로 TV를 분석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부산경찰청소속의 학교전담 경찰관들이 여고생들과 잇따라 성관계한 사실이 드러나 전국 경찰에 근무 기강 확립 지시가 내려진 직후에도 경찰의 일탈은 멈출 줄 몰랐다.

충북 충주의 모 파출소 소속 B경위는 2인1조 근무 규정을 어기고 근무지를 이탈해 혼자 순찰차를 몰고 나갔다. B경위는 비어 있는 한 치안센터에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 사실이 적발돼 2개월 정직과 함께 전보 조치됐다. 또 전북 진안경찰서 C경위가 전주의 생필품 판매장에서 물건을 고르던 여대생 치마 속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다 시민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의 법조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16일 서울 강남경찰서 강력4팀 김모 경위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했다. 김 경위는 법조 브로커 이동찬(44·구속기소) 씨로부터 사건 관련 청탁과 함께 4천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 12일 D경감을 파면했다. 경찰은 D경감이 경기남부청 국제범죄수사대 부서장으로 근무하면서 지난 5월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김모 경사 등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겨, 김 경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든 것으로 판단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경찰의 부주의 탓에 한 시민이 소중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달 충북 제천의 한 휴게소 앞 국도에서 40대 남성이 경찰 순찰차에 치여 숨졌다.

최근 3년치 통계를 보면 징계 받는 경찰관은 매년 800명 안팎에 달한다. 지난해는 전체 징계 대상 792명 중 327명이 규율 위반으로 징계 받았고, 품위손상 252명, 직무 태만 153명, 금품수수 52명, 사건 부당처리 8명 등 이었다.

범인 잡는 경찰관보다 범죄를 저지르는 경찰이 더 많은 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탄식이 경찰 내부에서 나올 정도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줘야 할 경찰관 비리와 부패는 워낙 오래된 얘기라 식상한 소재 같지만, 최근 나타나는 유형은 우려의 수준을 넘어선다. 뇌물수수, 단속정보 유출 같은 '전통적' 비리를 넘어 일반인이 저질러도 사회적 지탄을 받는 파렴치하고 어처구니없는 범죄가 넘쳐난다. 
박봉의 경찰관이 마음 졸이며 남몰래 지폐 한두 장을 건네받던 예전 부정행위는 오히려 애교로 여겨질 정도다.

경찰청은 19일 본청에서 공직기강 확립과 조직 분위기 쇄신을 위한 ‘전국 지방청 차장 및 청문감사담당관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연석회의에는 전국의 지방청창과 차장, 감사관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발생한 경찰관 성 비위 사건 등 고비난성 의무위반행위들에 대한 반성과 함께 20일부터 한 달간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특별복무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특별복무점검 기간 동안 경찰청·지방청 차장을 팀장으로 하는 관서별 테스크포스(TF)도 운영된다.

국세청는 그동안 세무공원들의 비리를 막기 위하여 올해부터 세무 공무원에게 금품을 준 이들에 대해 무조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했다.

군인들의 비리는 국기문란 수준이다. 오죽하면 사형제 폐지가 당론인 더불어민주당은 방위산업(방산) 비리를 이적죄로 처벌하는 법안들을 국회에 제출했겠는가. 방산 비리 범죄에 최고 사형까지 가능한 이적죄를 적용하려는 건 비리 척결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다. 방위산업체에서 활동하는 예비역 군인과 방위사업청 내 현역 군인들의 ‘비리 연결고리’를 차단하지 않고서는 비리 근절이 불가능하다는 판단도 자리 잡고 있다.

그런가하면 부산시청 행정 고위공무원들이 함바 비리에 연루되었다고 하여 검찰수사를 받았는가하면, 전북 부안군에서는 35억 원대 부안군 하수처리 시설공사 비리와 관련 군수 등 연루된 행정공무원들을 기소했다.

▲ 출처-노컷뉴스

또, 서울 송파에서는 폐기물처리내역 등을 공공기관에 제출하며 용역대금 7억7천만 원을 빼돌린 혐의로 폐기물처리업자와 전자정보처리프로그램에 폐기물 배출내역을 직접 입력하게 할 수 있도록 공인인증서를 양도한 혐의로 지자체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등 총 98명을 형사입건하였다.

교육공무원 중에 촌지는 상식이 되었으며 학교발전위원이나 학부모회는 비리의 산물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국민을 개, 돼지로 생각하는 정책기획관이나 제자를 성추행하고 그것을 감추는 교육계 역시 더 말 할 나위가 없다.

이외에도 공정위, 환경부, 농어촌공사의 허위인부사건, 금융기관임직원들의 부조리등 사회가 총체적으로 비리로 이루어져 있다.

공무원과 관련한 비리는 전국 곳곳에서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이 든다. 한마디로 공직자들의 기강이 너무 해이해져 있다. 물론 어제 오늘의 일도 우리나라만의 일도 아니지만 요즘 공직자들의 부도덕성이 극에 달해 있다.

이 모든 비리는 국민의 혈세와 관련이 있다. 국민들이 낸 세금을 마음대로 횡령하고 써버린다거나, 전횡을 일삼는다면 결국 국가재정이 악화되거나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겨 놓은 꼴이 돼버린 것이다.

공직자들의 도덕불감증과 공직기강 해이로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살림이 더 어려워지고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올해 하반기 공직기강 점검을 강화하고 적발한 비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일벌백계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감사관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공직기강 확립 방안을 논의했다.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행정기관,감사관 회의장면(출처-국무조정실).

감사관 회의에는 44개 중앙행정기관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과학기술연구회, 한국연구재단 등 3개 연구기관의 감사관이 참여했다.

이번 회의는 최근 공직자들의 기강해이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공직자들의 기강을 다잡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마련하기 위해 개최됐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취약시기와 취약분야에 대한 공직기강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공직자들의 비위 행위가 적발되면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하기로 했으며 공직자들의 복지부동, 소극행정 행태를 근절하고 부적절한 언행이나 갑질 행태에 대한 점검도 강화하기로 했다.

오는 9월 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각 기관이 예방점검을 추진하는 등 제도정착을 위해 기관 간 협조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현재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중앙부처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계 휴가철 공직기강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회의를 주재한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공직윤리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이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국민이 공직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각 부처는 엄정한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 달라”고 밝혔다.

한국 국민 10명 중 7명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눈에 보는 정부 2015(Government at a Glance 2015)'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34%로 조사 대상 41개국 가운데 중하위권인 26위에 머물렀다.

이는 OECD 평균 정부 신뢰도 41.8%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인도네시아(65%) 터키(53%)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국보다 정부 신뢰도가 낮은 국가는 재정위기가 발생한 이탈리아(31%), 포르투갈(23%), 스페인(21%), 그리스(19%) 등이었다.
  
특히 한국의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OECD 조사 대상국 가운데 거의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사법제도 신뢰도는 27%(2013년 기준)로 조사 대상국 42개국 가운데 뒤에서 4번째였다.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도가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콜롬비아(26%·2014년), 칠레(19%·2013년), 우크라이나(12%·2014년) 등 3개국에 불과했다.

1789년 프랑스혁명은 바스티유 감옥 습격에서 시작됐다. 법복 귀족들의 가증스러운 위선만큼은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 조사실과 법정에서 정의를 구할 수 없다면 거리에서 정의를 찾을 수밖에 없다. 나는 그것이 슬프고 두려울 뿐이다

조승현 총괄사장/대기자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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