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개혁이 먼저가아니라 공공(정부제도)개선이 먼저다.

■ 금융서비스 이용가능서 99위, 금융서비스 가격적정성 89위

■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세계 15위인데, 주식시장 통한 자본조달은 47위

박근혜 정부는 현재  공공・금융・노동・교육 4대 부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시급한 금융 부문을 보면 2015년 세계경제포럼(WEF)의 한국 금융에 대한 평가는 세부 항목별로 대출 용이성이 119위, 은행건전성이 113위, 벤처자본이용 가능성이 86위를 기록해 경쟁력 순위를 끌어내려 우간다보다도 낮아졌다는 점이다.

아직도 상당수 은행을 정부나 공공기관들이 소유하고 있고 낙하산 인사와 불투명한 사외이사 선임 등 한국 금융의 고질적인 소유 지배구조 문제와 1000여 건에 달하는 등록 규제, 500여 건에 달하는 그림자 규제, 독립성 없는 감독 제도, 정권마다 등장하는 정치금융, 부실화돼도 구조조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정책금융 등을 고려하면 한국 금융의 경쟁력 순위가 높아질 수 없는 실정이다.

한국 금융의 경쟁력과 관련해 손주형 금융위 금융시장분석과장은 “한국 금융의 현 상황을 보여 주는 객관적 지표들은 WEF 평가 결과보다 양호하다”면서 “양측 격차가 이렇게 큰 것은 금융 수요자가 바라는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서 오는 괴리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예컨대 WEF는 우리나라의 ‘금융서비스 이용 가능성’을 총 140개국 가운데 99위로 매겼지만, 금융위가 소개한 ‘세계은행의 143개국 대상 금융이용 가능도 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15세 이상 인구 중 계좌보유비율은 94.4%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94.0%보다 높다.

‘금융서비스 가격적정성’도 89위로 밀려났지만 금융위는 “미국 등 글로벌 은행보다 우리나라 은행의 예금계좌 관련 수수료 비중이 더 낮다”면서 “씨티은행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은행들은 계좌관리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주식시장을 통한 자본 조달도 마찬가지다. WEF는 우리나라를 47위로 평가했지만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규모는 1조 2000억 달러로 세계 15위 수준이다. 금융위 측은 “은행 건전성도 113등을 했지만 우리나라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모두 경영실태평가 1등급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말 그럴까.

박근혜 정부의 금융 개혁 과제는 성공했나?

한국 금융은 역대 정권마다 ‘금융 선진화’  '금융 허브‘를 외쳐왔지만 해외에서 날아오는 금융 성적표는 늘 낙제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작심하고 은행 보신주의 타파, 기술금융 활성화 등 많은 금융 개혁 과제를 내걸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은행보신주의 타파는 개혁의 한 방법이지만, 기술금융활성화는 또 다른 은행권의 규제로 들린다. 대출의 기준을 정부에서 정하는 꼴이다.

기술금융을 하게 되면 담보도 신용도 부족한 벤처 위주의 금융인데 취급 후 부실이 되면 또 금융인이 질 것 아닌가 뻔한 방향을 누가 따를까. 눈치나 보고 대기업 중 그쪽만 지원하고 그 실적을 보고하는 것이다. 결국 대기업 지원이 되는 것이다. 왜 이리들 모를까.

금융개혁의 핵심은 금융이 돈 잘 벌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한국은 금융업을 해서 돈 벌기 어려운 구조다.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다. 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4%로 평균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사법기관은 걸핏하면 증권계좌를 대대적으로 조사하고 징계를 남발한다. 금융이 만만하기 때문 아닐까. 돈은 안 돌고 증권가는 더 얼어붙는다.

‘금융 내수화’ 인식이 금융업을 죽이고 있다. 글로벌 시각으로 보면 다 풀릴 규제인데 불필요한 간섭이 많다. 돈을 벌려면 글로벌로, 아시아 시장으로 향해야 한다. 글로벌화를 일찍 지향한 말레이시아 메이뱅크는 10년 사이 아시아 금융 판도를 바꾸었다. 수익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는 아시아 최고 뱅크가 됐다.

금융 개혁의 또 다른 적은 ‘금융의 정치화’다. 정치적 연줄이 없으면 행장이나 핵심 자리로 가기 힘들다는 것이 정설이다. 금융사 사외이사나 감사 자리까지 정치인이나 비전문가를 내려 보내는 낙하산 인사는 시대착오다.

인사가 이러다 보니 금융기관장이 노조에 약점을 잡혀 질질 끌려 다닌다. 은행장은 신세를 진 정치권 압력에 부실기업의 여신을 마음대로 회수하지 못한다.

퇴출돼야 할 한계기업이 버젓이 살아 돌아다닌다. 10년 동안 보증으로 연명해온 기업이 3000개를 넘는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금융사가 망할 징조다. 예전에는 금융당국이 대찼는데 지금은 정치권 눈치만 보고 의사결정을 미룬다.

좀비기업 정리 지연과 포퓰리즘적 성향 - 내년 4월 금통위원 교체는 금융 정치화의 잣대

이런 상황에서  부실 구조조정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내년 총선 이후로 좀비기업 정리를 늦춘다는 소식이 들린다. 수수료 인하나 안심전환대출 등 금융 정책도 시장 논리보다 포퓰리즘적 성향이 크다. 금융사는 양보하고 손해 봐도 되는 걸로 안다. 금융주가 오를 수가 없다. 고스란히 주주들 손실이다.

금융 정치화의 다음 시험대는 내년 4월에 있을 4명의 금융통화위원 교체다. 벌써 금융통화위원이 되기 위해 실세 권력에 줄을 댄다는 소문이다. 미국 금리 인상과 맞물린 중요한 시기에 금융통화위원회 거버넌스가 어떻게 구성될지 주목된다. 글로벌 네트워크, 외환, 실물경제, 자본시장 등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와야 할 것이다.

만일 정치 외풍에 따라 금통위 인사가 파행을 겪는다면 개혁은 동력을 잃고 금융 후진국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금융이 정치화하면 관료화, 보신주의로 역동성을 잃게 된다. 금융이 내수산업에 머물고 정치 입김에 따라 정책이나 인사가 좌지우지된다면 금융 개혁은 공염불이다. 금융업을 얕보고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더 문제다.

금융이 낙후된 첫번째 이유는 낙하산 인사로 인한 문제

금융당국은 공무원출신으로 구성되어있는데 그들이 모든 것을 다하다 보니 권위적이기도 하지만 책임질 일도 없으면서 행정지도를 통하여 금융기관을 관리, 감독하다보니 획일 적이고 현실적일수 밖에 없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금융개혁의 시발점에 대해 밝혔다. 그로부터 한 달 후에 취임한 한국금융연수원장을 두고 금융계 안팎에선 때아닌 ‘낙하산’ 논란이 벌어졌다.

신임 금융연수원장 자리에는 연수원 19개 사원기관의 서면결의를 통해 조영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낙점됐습니다. 6개월 가까운 공석이 무색하게 신임 금융연수원장 취임까지의 과정은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일찍이 차기 원장 후보로 꼽혔던 조 원장에게는 ‘낙하산 인사’라는 의혹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앞서 전국금융산업노조 한국금융수원지부는 조 원장의 내정에 반대하는 진정서를 청와대에 제출하기까지 했다.  

사실 그동안 금융연수원은 금융당국 고위직이 거쳐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컸다. 이장현 전 금융연수원장도 조 원장과 마찬가지로 금감원 부원장 출신이었으며, 신응호 전 부원장 역시 부원장보를 지냈다. 새삼스러울 것 없어보이는 ‘금융권 관행’이 이 같은 논란으로 커진 이유는 조 원장의 이력에 있다.

조 원장은 금감원 부원장 시절 경남기업 특혜 대출 의혹으로 ‘관치금융’에 휩싸인 전력이 있다. 또한 BS금융지주회장 사퇴 압력과 장녀 결혼식 축의금 논란을 일으키면서 차기 원장으로서는 부적격 인사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신용으로 먹고 사는 금융권이 계속된 ‘낙하산인사가 문제가 아니라 자격을 갖춘자라야 만하고 투명한 인사 선임이 마련되도록 하는 게 관건'일 것이다. 즉 우리은행의 이광구행장은 서금회 논란은 있었지만 전문 은행원으로 능력이 검증되고, 전문성이 보장된 내부인사라는 점에 낙하산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덕훈 수출입 은행장 일년 반 동안 해외 출장 경비로 10억여원 사용

지난 국감때 국회 정무위원회에선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일 년 반 동안 18차례 해외 출장 경비로 9억9284만원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임 행장들이 한두 명의 실무직원을 대동했지만 이 행장은 평균 5~6명을 수행케 하고 하룻밤 숙박비로 평균 69만원을 지출했다.

기획재정위에 출석한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사장 역시 취임 뒤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2억원이 넘는 출장비를 썼다. 나흘에 하루 꼴로 해외에 머무르며 하루 평균 188만원을 사용했다. 싱가포르 포시즌 호텔과 런던 사보이호텔 등에서 1박에 최고 75만원의 방값을 냈다.

임원 해외 출장 경비를 사전 심사하는 내부 규정을 사후 심사로 고치기까지 했다고 한다.  물론 수출입은행장과 KIC 사장은 해외 출장이 작을 수밖에 없다. 수출입 지원과 해외 투자라는 역할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장관급 공직자의 숙박비 상한을 훌쩍 뛰어넘는 경비를 쓸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더구나 두 사람은 임명 당시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취임 뒤에도 경영 능력과 처신이 계속 문제로 지적됐다. 2006년 489억원에 불과하던 수은의 부실채권은 2조4000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모뉴엘의 무역금융 사기사건에 임직원들이 연루되고 성동조선해양의 손실액을 과소평가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안홍철 KIC 사장은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외이사제도도 금융사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여전히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 8곳의 사외이사 42명의 출신·배경을 조사한 결과 낙하산 인사 비중이 10명의 출신 배경은 각각 비서관 출신 3명, 관료 출신 5명, 국회의원 출신 1명, 정보기관 출신 1명으로 나타났다. 관료와 정피아가 사외이사 낙하산 인사 문제의 핵심이며, 사외이사 이력을 자세히 공시하도록 의무화해 인사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금융 이해력을 높이는 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선진국은 조기 금융 교육 실시, 한국은 2018년 고교 교육과정에 금융 관련 내용 일부 포함

국내 가계는 이미 1300조원 넘는 빚을 지고 있고 초저금리기에 수익률을 높이려 고위험 금융 상품에 ‘묻지마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많다. 그럴수록 우리나라도 국가 전략 차원에서 금융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 영국, 호주의 사례를 참고해 학교와 학교 밖에서 금융이해력을 높이는 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미국은 대통령 직속 금융교육자문위원회를 두고 조기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호주와 영국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각급 학교의 금융교육을 의무화했다. 우리는 2018년부터 적용될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금융 관련 내용이 일부 들어가 있을 뿐이다.

금융교육은 단순한 지식 주입보다는 실생활에서 합리적인 저축과 소비, 재무설계를 하고 각종 리스크를 관리할 역량을 키워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수학과 사회 교과에 금융교육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교육과정을 대폭 개편하고 다양한 체험식 교육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국가 전략 차원에서 금융교육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교육지원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직속 금융교육위원회를 두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청와대의 입맛에 맞는 금융정책을 민간금융시장에 강요하는 관치금융 증거 4가지

가장 큰 문제점은 관치, 정치금융이다. 시킨 사람만 있고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말도 된다. 이상규 의원은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의 관치금융 행태를 네 가지 사례를 통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1. 정권실세 눈치 본 부동산규제완화. 비은행 주택담보대출 올해 2분기만 2.7% 급증(연율 환산 11%초과)

2. 정권홍보 차원 창조금융(기술금융), MB정부 녹색금융 전락우려. 녹색금융 신보 부실률 5.5%

3. KB사태의 근본원인은 금피아 낙하산인사. CEO후보추천위원회 의사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함.

4. 뱅크월렛카카오, 민간 자율협약으로 정한 송금 금액한도 근거 없는 개입. 카카오톡 정보접근 연상케 함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은 지난달 국감에서 "홍기택 산업은행장이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인데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대출해 줬다"며 "금융경쟁력 강화를 위해 낙하산 인사를 해임하고 관치금융을 그만둘 용의가 없느냐"고 최경환 부총리에게 물었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낙하산 인사는 비단 이 정부뿐만 아니라 역대 정부에서 나타난 공통된 현상"이라며 "더 근본적인 건 금융산업 지배구조를 어떻게 단단하게 보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낙하산 인사 문제도 개선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전 정부에서도 했으니 나도 하겠다며, 돈줄은 노을 수 없다며, 거부한 것이다.

“앞으로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이 행정지도 등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제재하지 않겠다. 또 팀장급에서 금융사에 구두로 전달됐던 감독행정도 없애겠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의 그림자규제 개선 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었다. 그림자규제란 금융당국이 금융사 협력을 바탕으로 특정 행위를 하거나 하지 않도록 하는 행정지도를 의미한다.

명시적인 법규는 아니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규제나 다름없다. 우선 금융당국은 금융사가 행정지도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제재할 수 없다는 원칙을 금융규제 운영 규정에 반영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러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7년에도 ‘행정지도 운영규칙’을 금융위원회 규정으로 제정하고 행정지도 일몰제를 도입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그림자규제를 철폐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하지만 현장에서 금융회사들이 규제 완화를 체감하기는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규제 완화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또 강제할 것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금번의 조치는 옴부즈맨 제도 도입 등 ‘금융규제 운영규정’을 제정하고 이를 어길 시 엄정히 조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포함되어 있는 점이 사뭇 다르다.

김대중 정부, 은행 인사와 대출 사항 자율화하며 관치금융의 폐해를 일부 없애

관치금융이란 정부가 금융을 지배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국가 주도의 경제 성장을 거듭하면서 정부가 금융기관을 장악해 왔다.

1961년 군사정부는 ‘금융기관에 대한 임시조치법’의 제정과 ‘한국은행법’, ‘은행법’의 개정을 통해 금융을 완전히 행정부에 예속시킴으로써 금리 결정, 대출 배분, 예산과 인사 등 금융의 모든 역할에 간여했다.

1980년대 이후 ‘금융기관에 대한 임시 조치법’이 폐지되고, 시중은행의 민영화가 이루어졌으나 감독권 등을 통해 여전히 정부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관치금융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진 것은 IMF 사태 이후다. 외환위기로부터 시작된 경제위기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했다.

또한 정경유착에 의한 자의적인 금융정책과 간섭이 경제회생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등 전면적인 금융개혁이 요구됐다. 이에 김대중 정부시절부터는 은행 인사와 대출에 관련된 사항을 자율화하는 등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금융정책을 펴 관치금융의 폐해를 일부 없앴다.

황제금융노조도 넘어야 할 산 - 어떤 형태로든지 그 책임을 물어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최근 “금융회사 노조측 힘이 너무 강해 개혁이 역동성을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금융노조는 돈이 많다. 노조가 직원과 함께 배고파야 하는데 밥그릇싸움만 하고 있으니 직원만족센터라는 경영자조직이 노조보다 직원들 후생복지에 더 힘쓴다는 사실은 은행원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관치금융이나 외부간섭, 낙하산인사에서도 경영자들로부터 승진, 자리보장 등의 혜택을 받고 잠자는 노조는 어용일 뿐이며 그 책임 역시 경영자들과 함께 지게 하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문제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지난번 화폐교환 잘못으로 책임자를 총살시켰다고 한다. 선진국에서도 정책 입안자가 책임을 지고 있다. 우리는 총살이야 시킬 수는 없지만 어떤 형태로든지 그 책임을 물어야한다. 낙하산 인사면 인사권자가, 정책 실패면 정책입안자가, 감독 잘못이면 감독권자가, 말잘못하면 말한자가 책임지게 하면된다.

그런데 우리 금융 당국자들은 은행들에게 책임을 넘기고서 정작 책임져야 할 시킨 자들은 책임지는 일이 없다. 책임지는 방법도 간단하다 퇴직금이나 연금을 주지 않으면 된다. 또 책임지기 싫으면 안하면 된다. 할 사람은 많다.

박근혜정부는 집권 후반 핵심 국정과제로 금융개혁을 강력히 밀어붙일 태세다. 하지만 아직도 개혁 방향과 초점이 모호해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계는 대통령과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감독원장이 잇달아 던지는 온갖 개혁 과제에 정신이 없을 정도다. 금융개혁은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금융을 옥죈 관치와 권치의 틀을 깨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한국 금융은 정권이 지나면 사라질 캠페인성 정책을 쫓는 대신 리스크 관리와 자원 배분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스마트금융으로 ‘환골탈퇴’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다그치고,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한계기업을 지원하라고 닥달하면 금융계는 상충되는 목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게 되고 개혁은 물 건너갈 것이다.

즉, 진짜 민영화을 해보라는 거다. 지금의 은행 중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은 정부가 은행장이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완전한 민영화가 되면 그 은행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죽는 구조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함께 찾는 금융개혁의 길, 두 기관마저 밥그릇 싸움

개혁의 주체가 먼저 개혁되어야 하는데, 개혁되지 않는 자가 자기 밥그릇을 줄이거나 간섭받는 개혁을 하라고 한다면 할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개혁의 당사자인 최근 금융위원장이 금감원을 방문한 것 역시 2008년 금융위 출범 이래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두 기관이 한 몸이 되지 않고서는 금융개혁을 완성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금융당국 전반에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검사나 제재권한, 정책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거나 다른 목소리를 내 금융시장에 적잖은 혼선과 부담을 초래했고, 이 때문에 금융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직하거나 금융위와 금감원을 통폐합해야 한다는 얘기마저 나왔다. 두 기관 마저 밥그릇 싸움이었다.

아무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과장·팀장급 이상)와 금감원(국·실장급 이상) 간부 130여 명은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KB국민은행 연수원에서 금융개혁을 위해 협력 할 것을 다짐하는 합동 워크숍을 했다. 개혁의 성공여부는 대통령의 의지와 금융당국 그리고 정치권과 노동조합이지 말 잘 듣는 금융사(은행사)가 아닌 것을 명심해야 한다.

조승현 총괄사장/대기자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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