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23년 만에 현대중공업 노조와 동시파업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자동차업계 노조가 줄줄이 파업에 나서고 있다. 기아차와 한국GM 노조까지 파업에 나서기로 하면서 생산차질이 불가피한 만큼 업계 전반에 잔뜩 먹구름이낀 분위기다.

지난 19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한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21일 울산·아산·전주공장에서 사흘째 파업 일정을 이어간다. 전날 4시간 부분파업에 나섰던 1조가 이날 정상근무하는 대신 2조가 오후 8시20분부터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하게 된다.

▲ 현대자동차 노조가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한 가운데 박유기 지부장을 비롯한 노보집행부가 구호를 회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날까지 사흘째 파업이 진행되면 사측은 파업기간 동안 총 5100대가량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1170억원 규모의 매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나흘째인 22일에는 1조가 6시간 부분파업에 나서고 2조가 전면파업에 나서는 등 파업 규모를 확대할 예정 이어서 생산 차질 규모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노조 측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사옥 앞에 집결해 상경투쟁을 벌이는 만큼 향후 노사간 갈등양상이 더 확대될 우려도 있다.

노조의 상경투쟁 강경 모드 돌입

사측도 이 같은 노조의 상경투쟁 등에 대해 딱히 대응 방안은 없는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측에서도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노사는 지난 5일 이후 중단됐던 교섭을 이날 오후 울산공장에서 재개 했지만 별다른 접점을 찾지못했다. 노조 측은 “휴가 전 더 이상 본교섭은 없다”는 입장을 표하면서 휴가 이후 강경한 투쟁에 나설 것을 예고한 상태다.

이어 22일 상경투쟁 이후 27일에 1조와 2조가 각각 4시간, 6시간 부분파업에 나서겠다는 지침도 내놨다. 다만 26일과 28∼29일은 정상근무를 한 뒤 향후 투쟁일정을 정할 예정이다. 이처럼 현대차의 파업이 별다른 해결양상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기아차와 한국GM 노조 등도 잇달아 파업에 나설 예정이어서 자동차업계 전반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도 22일 사업장별로 4시간씩 파업을 벌이기로 한 상태다. 소하리와 화성 사업장에서는 1조와 2조 근무자가 2시간씩, 광주 사업장에서는 1조가 4시간 동안 파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같은 날 오후에는 현대차 노조의 상경투쟁에 동참해 현대차그롭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광화문에서 열리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총파업 집회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사측 ‘불법쟁의’ 고발 등 법적 조치

그러나 회사 측은 기아차노조가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하면서 고발 등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어 마찰이 커질 우려가 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역시 22일 파업에 나서기로 확정한 상태다. 전반조·후반조·고정주간조 및 사무직 등으로 각각 조를 나눠 4시간씩 부분파업을 실시한다. 이어 오후에 여의도 국회 앞으로 이동해 금속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앞서 노조는 지난 6∼7일 진행한 2016년 임단협에 관한 쟁의행위 결의조합원 투표에서 71%가 찬성해 파업을 결의했고 15일 중앙노동위원회가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대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합법적인 쟁의 요건이 충족됐다.

한국GM 노사는 이날 오후에도 교섭을 벌였지만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했다. 다만 이후 상황은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게 사측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GM 역시 이번 파업을 통해 말리부·아베오·캡티바·스파크·올란도 등 대부분의 차종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사측은 부담감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다만 나머지 국내 완성차업체인 르노삼성과 쌍용차 노조의 경우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르노삼성과 쌍용차 파업 동참 한해

르노삼성의 경우 금속노조 소속은 제2노조이고 제1노조는 개별기업 노조인 가운데 이달 중순께 협상을 시작해 아직 교섭에 임하고 있는 상황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2014년 부분파업 이후 지난 해에는 파업을 하지 않았다. 쌍용차 노조 역시 협상대상이 개별기업 노조이며 이달 본교섭을 시작했다. 또 지난 해까지 6년간 임단협을 무분규로 진행한 바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글로벌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는 와중에 산업현장을 위축시키는 도를 넘는 파업으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되는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완재 기자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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