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발(發) 정계개편론이 심상치 않다. 정치권의 ‘화두’ 차원을 넘어 정치권의 ‘빅뱅’까지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보수대연합을 염두에 둔 대대적인 정계개편론을 꺼내 들었다. 비박계 대표격인 김무성 前대표도 "지금의 새누리당만으로는 어렵다"며, "연대의 틀을 갖춰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새누리당 내부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뚜렷한 여권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지금 이대로는 내년 대선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12일 오후 제주대학 강연에 나선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정계개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당장 내년 대선부터 정계개편을 통한 확실한 이념분화가 된 그러한 정당의 이합집산이 한 번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이제 중도보수와 중도 좌파 및 급진 진보세력 간에 대대적인 정계 개편이 있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며, “지역적으로 대립했던 호남과 영남에 충청이 섞여 함께 당을 만드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제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강연에서 던진 화두는 국회개혁과 대대적인 정계개편에 대한 화두였다.

이 대표는 제주대 아라컨벤션홀에서 ‘무수저도 할 수 있다’는 제목의 특강에서 “스펙으로 말하면 저는 사실상 내놓을 게 하나도 없다”면서, “전남 곡성 출신으로 새누리당 중앙당 사무처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호남 출신이라고 무시당했고, 정작 총선출마를 위해 호남에 내려가서는 새누리당 놈이라고 많은 설움을 겪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대표는 “두메산골 초등학교를 나온 이정현이 새누리당에 들어가서 3선의원이 되고 이제 270만 당원을 대표하는 당 대표가 됐다”며, “불가능이란 없다는 표현만으로는 약하다. 제 삶을 여기까지 일궈온 것은 기적 같은 일 이었다”고 자신의 인생역정을 스스로 추켜세웠다.

또한 이 대표는 “저는 불리하면 불리할수록, 무시당하면 무시당할수록, 더 강해지는 것 같다”면서 “다른 사람보다 하나만 더 하자, 조금이라도 다른 안을 내보자는 생각으로 매진한 결과 숱한 실패를 헤쳐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 대표가 된 이 대표는 첫 번째 목표는 국회개혁이라며 “국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의원들이 언제부터인지 권한이상의 일들을 하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특권으로 굳어졌다. 특권을 계속 누리다 보니 그게 기득권이 돼버리고, 당연한 권한인 것처럼 행사하다 보니 국회의원들의 헌법상 책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예산 및 법률안심의라는 국회의원 본연의 역할을 국민들이 기대할 만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대표는 “일반국민과 전문가들로 국민위원회를 구성해 국회의원들과 1년 동안 국회활동상을 살펴보도록 한다면, 많은 국민들이 국회의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며, 70년 동안 이어져온 국회의 관행을 타파하자는 제안을 했다.

또 이 대표는 “한국의 현실 정치가 제대로 된 정책대결을 하기 위해서는 중도보수와 중도 좌파, 급진진보 세력 간 대대적인 정계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정계 개편론’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답변하는 사람마다 다르다. 개인적으로 친한 의원들을 보면 상당수 의원들은 확실한 보수인데, 정치입문과정에서 그 당에 가있으면서 보수임에도 진보적인 사안에 찬성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성향이 진보이면서 마음이 진보에 가있으면서, 정치입문과정에서 새누리당에 연결돼 들어온 사람이 있다”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비정상적인 정치에서는 그런 부분이 통용됐지만, 많은 부분에서 정상화가 이뤄진 이 시점에 대대적인 정계 개편을 한 번 해야 한다”며, “중도우파에서 보수까지 다 합쳐 보수정당을 만들고 진보좌파부터 급진세력들이 진보정당을 만들어 정책대결을 펼치면서 정치판도가 바뀌어야 생산적이고 제대로 된 정쟁을 할 수 있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이 대표는 “내년 대선부터 바로 이런 정계개편을 통한 정당의 이합집산이 이뤄지길 바라고 저도 주시할 생각이다”며, “그동안 지역적 대립관계였던 호남과 영남이 함께 같은 당을 만들면 당연히 그동안 중도적인 성향을 보여 왔던 충청도 그렇게 될 것이다. 이렇게 호남과 영남, 충청이 주축이 되는 거대한 정당이 탄생한다면, 우리나라가 한 번 더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정계개편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이 대표의 강의는 내년 대선국면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영남중심의 여당에 보수·중도적 호남세력을 포용하고, 여기에 충청출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합류하는 ‘보수․중도대연합’ 형태의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제3지대를 통한 연정에 대해선 “정치공학에 불과하다”며, “새누리당 안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적으로 대립했던 호남과 영남, 충청이 섞여 함께 당을 만드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무성 전 대표

비박계 김무성 前대표도 "지금의 새누리당만으로는 어렵다"며, 개헌을 고리로 한 야권일부 세력과의 연대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前대표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망국적인 정치풍토를 개혁하려면 여야 간 권력을 나누는 연정의 틀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김 前대표는 "역대정권은 대부분 연대세력이 만들었다"며, "이기기 위한 연대의 틀은 늘 갖춰놔야 한다"고 정계개편에 힘을 실었다. 개헌을 고리로 내년 대선에서 다양한 세력이 헤쳐모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진석 원내대표

최근 분권형 개헌논의의 불을 지피고 있는 정진석 원내대표의 행보도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최근 '국민의당 소멸론'을 주장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같은 '여권 발(發) 정계개편론'은 야권에 비해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유력주자로 거론되기는 하지만 검증을 거치지 않은데다, 합류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여권의 정계개편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과연 새누리당이 분당하느냐는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 친박계 의원들 중에서 노선․정책․비전이 다르면 분당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친 적이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영남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새누리당과 호남을 안방으로 삼고 있는 국민의당이 세력을 규합한다면 ‘지역구도 극복’이라는 명분을 얻으면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과의 대선연대 시나리오는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 국민의당에게는 오히려 역풍이 불면서 당의 존립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연대정책은 이론상으로 가능할 수 있지만, 정서상으로는 쉽지 않다”며, “결국 호남의 민심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대선후보와 새누리당의 진정성이 맞물려야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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