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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항만행정, 대수술이 필요하다 제12탄엄청난 국민세금으로 만든 부산항!…실속 없는 껍데기로 전락하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지난 9월 1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이후 지난 9월 부산항의 환적화물은 5%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이 묶인 한진해운의 환적화물은 70%나 감소해 부산항물량이탈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해운산업은 1조 달러의 무역대국을 뒷받침하는 기간산업으로서 철강‧전력‧조선‧에너지산업과 비교해도 그 중요성이 절대 뒤지지 않는다. 순진한 경제적 논리로 사유재의 가장 큰 특징인 재화 또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 사람만 소비할 수 있고, 지불하지 않은 사람은 소비에서 배제되는 배제원칙과 경쟁원칙을 외항해운산업에 단순히 적용하는 건 철도·도로와 연안 해운 등과 비교해도 형평성이 어긋난다. 

지하철과 철도의 경우 서울은 약 4천억, 부산‧대구는 연간 약 1천억, 인천 5백억 원, 코레일은 KTX여객운송에서 발생한 대규모 흑자에 최근에야 흑자전환 했지만, 일반여객이나 물류운송의 경우 여전히 연간 6천억 원정도 적자 기록하는 등 매년 막대한 운영적자에도 불구하고, 쉽게 경제적 논리를 들이댈 수 없는 이유는 이들이 바로 공공재·기간산업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사태’는 정부가 일개 사기업이 아닌 ‘대한민국해운산업’을 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위기이후 해운산업은 철저히 금융권의 대출기피 대상이었다. 즉, 비가 올 때 우산을 뺏어야 될 만만한 상대였다. 따라서 은행권의 저금리대출은 갈수록 실종됐으며, 고금리의 사채와 금융리스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본보 선데이저널은 ‘한진해운사태’로 엄청난 국민세금으로 만든 부산항이 실속 없는 껍데기로 전락하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부산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들여다봤다.(편집자 주) 

● 부산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부산항은 한국 최초의 무역항이다. 1876년(고종13)에 부산포란 이름으로 개항되었으며, 1898년 매립공사로부터 1906년 부두축조공사를 함으로써 항구의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었다. 1970년 이후에는 부산항 제1·2·3단계개발사업을 통해 국제무역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1910년 부산항 제1부두와 1945년 부산항 제2·3·4부두 및 중앙부두·물량장·방조제 등이 각각 축조되었다. 그 뒤 1960년대에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으로 항만정비와 개발·확장사업이 이루어졌고, 1970년 이후에는 부산항 제1·2·3단계개발사업을 통해 국제무역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부산항 제1단계개발사업은 1971년 착공하여 1978년 완공했다. 이때 제5부두·제7부두·국제여객부두·연안여객부두 및 기존의 제1·2부두를 대대적으로 개축·정비하여 선박 접안능력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두었다. 

그러나 부산항 제1단계개발계획 당시의 화물추세로 일반화물은 1986년까지, 컨테이너는 1981년까지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지만, 3차에 걸친 경제개발5개년계획사업이 성공하면서 경제성장과 함께 부산항의 물동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실시된 부산항 제2단계개발사업은 부산항 제1단계개발사업이 끝난 1978년에 착공되었다. 이 사업은 컨테이너 물동량을 원활히 처리하기 위한 제6부두 건설에 치중했으며, 기존의 제3부두·중앙부두·제4부두·제5물량장을 개축했다.

또한 1983년에는 부산항의 컨테이너화물이 우리나라 총화물의 반 이상과 수출화물의 대부분을 담당하게 되자, 부산항은 만성적인 적체항구로 기능이 마비될 정도가 되었다.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실시된 제3단계개발사업은 1985년 12월 북 외항에 신선대부두건설을 시작으로 1991년 6월 준공되었다. 

1990년대에 들어 부산항은 국내 컨테이너 물동량의 85%를 처리하는 해양 물류의 거점이었으나, 시설 부족으로 인하여 외국 선사는 부산항을 기피하였다. 시설 부족으로 인해 부산항이 피더 항(보조항)으로 전락할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에 정부가 1430억 원,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이 3293억 원으로 총 4723억 원의 예산을 들여 감만컨테이너부두와 배후수송시설 등을 준공하는 부산항 제4단계개발사업이 1991~1997년에 시행되었다. 

제4단계개발 사업이 준공되어 접안능력은 82척에서 86척으로 5만 톤급 4척을 더 접안할 수 있게 되었고, 연간 하역능력은 222만 TEU(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를 부르는 단위로 컨테이너선이나 컨테이너부두에서 적재용량으로 사용한다)에서 342만 TEU로 증가하였다.

동북아시아 교역증가에 따른 중소형컨테이너부두가 필요해지자, 피더 선 전용부두를 건설하기로 하고, 1995년 8월 착공하여 1997년 7월 우암부두를 준공하였다. 우암부두는 2만 톤급 1척과 5,000톤급 2척, 총 3척이 접안 가능하였다. 

부산북항의 보조항으로서 고철‧양곡‧시멘트 등을 운송할 전용 부두의 필요성에 따라 1978년 감천항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예산부족으로 감천항개발기본계획은 미루어졌으나, 부산항의 시설부족으로 인해 민간 기업을 참여시켜 공사를 착공하였다. 정부 1340억 원, 민간 1610억 원, 총 2950억 원을 들여 감천항 개발 사업이 1979~1999년에 추진되었다.

1995~1996년에는 자성대부두의 개축공사가 시행되어 1개 선석을 추가 확보하게 되었으며, 물동량부족 및 선박의 대형화에 맞추어 신선대부두를 300m 정도 확충하였다. 신선대부두 확충공사로 5만 톤급 1척과 하역장비시설을 확충하여 연간 32만 TEU 처리능력이 증대되어 신선대부두는 128만 TEU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자성대부두와 신선대부두에 이어 부산항 제4단계개발 사업으로 건설된 감만컨테이너부두 역시 확충하여 826m의 안벽과 30만 8000㎡ 컨테이너 야드(컨테이너를 보관하고 인도·인수하는 항만 근처의 야적장을 말한다. 약칭 CY라고도 한다) 부지확보공사를 시행하여 감만컨테이너부두의 연간처리능력이 168만 TEU로 증가하였다.

● 엄청난 국민세금으로 지금도 건설 중인 부산항 이대로 내버려 둘 것인가?

부산항의 확충공사에도 불구하고 만성적인 화물적체현상을 해소하고, 부산항을 동북아시아 국제물류중심의 항만으로 개발하기 위하여 1995년부터 2020년까지 26년 계획으로 부산신항 개발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부산신항 개발공사는 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덕도 북안 일대와 경상남도 창원시 명동 신명 남단에서 우도 남동단 일대에 정부가 7만 4551억 원, 민간 9만 2272억 원으로 총16만 6823억 원을 들여 공사가 진행되었다. 부산신항개발공사는 부두 45선석(컨테이너 부두 40선석, 기타 부두 5선석), 방파제 3.89㎞, 호안 40.3㎞, 도로 37.7㎞, 철도 53.5㎞, 부지조성 1100만㎡, 유류중계기지 및 수리조선 1식을 건설 중이다.

부산신항이 개장되자 부산북항의 항만 기능이 저하되었다. 이에 부산북항 재래부두를 시민 친수 공간 및 국제해양관광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재개발사업이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실시되고 있다. 부산북항 재개발사업은 전체 8만 5190억 원을 들여 단계적으로 부산북항 제1~제4 부두와 부산중앙부두, 부산국제여객부두 152만 7000㎡를 재개발하고 있다.

부산항의 시설은 2013년 3월 현재 안벽 3만 709.4m로 201척의 선박이 접안 가능하다. 화물을 보관하는 보관시설은 창고 7만 1000㎡ 14동, 야적장 25만㎡, 컨테이너야드 3,469㎡의 규모이며, 정박지는 21개소 123척이 정박할 수 있다. 

2013년 3월 기준 부산항의 컨테이너 전용부두는 자성대부두, 신선대부두, 감만부두, 신감만부두, 우암부두, 부산신항의 제1·2·3·4·5 부두 등 총10개의 부두가 있다. TOC(부두 운영 회사) 부두로는 부산북항의 제7부두, 감천중앙부두, 부산신항 다목적부두의 3개 부두가 있다.

부산항의 북항 일반부두로는 부산연안여객부두, 부산국제여객부두, 크루즈부두, 제1부두, 제2부두, 관공선 부두, 양곡부두, 제8부두, 연합부두, 동명부두, 용호부두가 있다. 감천항의 일반부두는 감천 제1부두, 감천 제2부두, 감천 제3부두, 감천 제4부두, 감천 제5부두, 감천 제6부두, 감천 제7부두, 관공선 부두, 다대부두가 있다.

부산항물동량의 95% 정도는 외항의 입‧출항 물동량이며, 2008년 세계경제위기로 인해 2008년과 2009년에 각각 전체 물동량이 2억 4168만 3032톤, 2억 2618만 1574톤으로 감소하였으나, 2010년 총 물동량은 2억 6207만 473톤으로 회복세로 접어들어 2012년 외항 2억 9868만 9919톤, 내항 1335만 881톤, 총 3억 1204만 800톤이었다.

부두별 컨테이너 실적 처리를 살펴보면, 부산신항 개발로 인해 기존의 컨테이너처리 부두였던 자성대부두‧감만부두‧감천부두‧일반부두의 물동량은 현저하게 감소하였다. 부산신항은 건설이 완공되어 대부분의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으며, 2006년 23만 7710TEU에서 급증하여 2011년 775만 865TEU, 2012년 944만 2691TEU의 컨테이너를 처리하였다.

● 항만도시 부산하면 이렇다 할 산업도 없는 도시가 돼가고 있다. 

한진해운에 대한 법정관리가 실시된 지난 9월 이후 해운업계 및 상당수 항만물류전문가가 예견했던 현대상선의 동반추락우려가 현실화됐다. 특히, 발이 묶인 한진해운의 환적화물은 70%나 감소해 부산항 물량이탈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9월 한 달간 부산항의 환적물동량 집계결과, 한진해운뿐 아니라 현대상선의 환적화물까지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업계에서 주장했던 현대상선의 반사적 이익 기대도 여지없이 허물어진 셈이다. 오히려 양대 국적선사가 잃어버린 고부가가치의 환적화물이 외국선사와 외국항만으로 이탈한 것으로 추정돼 부산항의 물동량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10월 20일 부산항만공사의 "물류망자료"에 따르면 9월 부산항의 컨테이너물동량은 20피트짜리 기준 157만 9000여 개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감소했다. 이 중 환적화물은 79만 2000여 개에 그쳐 지난해 같은 달보다 4만 개 줄어든 4.7%가 감소했다.

수출입화물은 78만7000여개로 1.0% 늘었다. 수출화물이 3.7% 줄었지만 수입화물이 5.8% 늘어 전체적으로 증가했다. 이로써 9월까지 부산항의 누적 컨테이너물동량은 1450만1000여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9% 줄었다.

물류대란의 원인이 된 한진해운이 9월 부산항에서 처리한 화물은 전체적으로 66%, 환적화물은 70%나 감소했다. 현대상선의 수출입물량은 9%가량 늘어난 반면, 환적화물은 7%대의 감소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해운의 수송차질 때문에 일부물량이 현대상선으로 옮겨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CKYHE해운동맹 소속 외국 선사들은 같은 동맹에 속했던 한진해운 배들이 목적지로 수송하지 못하고 부산항에 내려놓은 화물들을 대신 실어 날라 9월 물량이 늘었다.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가까운 노선을 운항하는 국적 근해선사들은 환적물량이 최대 60%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대 이후 거침없이 고속성장을 해온 부산항이 한진해운이라는 버팀목이 사라진 상태에서 해운동맹재편,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J. 트럼프의 미국대통령당선 등의 변수에 맞닥뜨려 추락을 걱정하고 있다.

한진해운법정관리 이후 우려했던 환적화물의 대량이탈이 현실화한 데다 앞으로 그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해 올해 부산항의 물동량은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해운의 미주·아시아노선을 SM그룹이 인수하면서 현대상선을 세계 5위권의 대형국적선사로 육성하려는 정부의 해운산업후속대책도 어그러지게 됐다.

현대상선을 키우지 못하면 글로벌선사들의 해운동맹재편 과정에서 부산항을 환적 거점 항으로 이용하자고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진다. 세계 1,2위인 머스크와 MSC의 해운동맹인 2M 가입을 추진하는 현대상선의 입지도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청산과정을 밟는 한진해운을 대신할 국적선사가 없으면 부산항의 환적화물감소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진해운이 부산항에서 처리한 환적화물은 지난해 20피트 컨테이너 기준 104만개로 전체의 10%를 차지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9월에 한진해운의 환적화물은 무려 70% 줄었다. 그 여파로 부산항 전체 환적화물은 4.7%나 감소했다.

부산항의 1~8월 환적물동량은 지난해 대비 2.4% 감소했지만, 9월에는 4.7%나 줄어 물동량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부산항만전문가는 올해 1만개 이상 물동량 발생이 예상된 20여개 주요 항만 사이의 환적 노선을 조사해보니 한진해운 사태가 발생한 9월 한 달 동안 대부분 노선에서 환적물동량이 급감하거나 거의 모두 사라졌다.

중국 다롄과 롱비치항 사이의 환적물동량은 1~8월 평균치보다 56.7%, 베트남 호찌민과 롱비치 사이 물동량은 72.3%, 뉴욕과 중국 톈진 사이 물동량은 74.2% 각각 줄었다. 한진해운의 주요환적노선 가운데 물동량이 90% 이상 줄어 사실상 모두 사라진 거나 다름없는 노선도 8개에 달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처럼 급감하거나 사라진 환적화물이 부산항으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 껍데기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부산항 어떻게 할 것인가?

세계적인 해운물류정보 분석업체 관계자들은 최근 부산항만공사 주최로 열린 컨퍼런스에서 "한진해운이 사라지면 북중국의 화물이 부산항에서 환적 하는 대신 현지항만에서 목적지로 곧바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한진해운사태이후 북중국, 동남아지역의 환적화물이 대거 이탈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새로운 해운동맹(얼라이언스)의 출범도 부산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부산항만공사는 분석하고 있다.

현재 2M(머스크, MSC), G6(현대상선, 하파그로이드, MOL, NYK, OOCL, NOL), 오션3(CMA·CGM, 차이나시핑, UASC), CKYHE(코스코, K-라인, 양밍, 한진해운, 에버그린) 등 4개에서 2M(머스크, MSC), 오션(코스코, CMA·CGM, 에버그린, OOCL), 디얼라이언스 등 3개로 재편된다. 현대상선은 2M 가입을 추진 중이다. 더 많은 선사가 더 많은 배를 가지고 뭉치는 셈이다.

이는 해운동맹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서비스노선을 만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부산을 환적 거점 항으로 삼는 대신 북중국에서 미주나 유럽으로 직항하는 노선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환적화물의 30% 이상을 북중국에 의존하는 부산항으로서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부산항 환적화물 이탈은 50만개에 그치지 않는다.

부산항을 세계 2위의 환적거점 항으로 키워 관련 산업발전을 이끌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부산항의 지리적 이점을 살려 환적화물을 유치하려면 선사들의 비용을 줄여주는 인센티브제공, 마케팅강화 등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하지만 떠나려는 선사들을 붙잡으려고 인센티브를 강화하면 '실속 없는 항만'이 된다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부산항만공사가 선사들의 비용을 줄여주려고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인 환적화물의 터미널 간 이동(ITT) 효율화 대책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부산항만공사는 현재 선사들이 부담하는 ITT 비용을 전액 공사가 지원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부산신항만 대상으로 해도 연간 180억 원이 들고 부산 북항까지 확대하면 더 늘어난다. 내년에 부산항에서 처리하는 물동량을 늘리는 선사에 지급하는 볼륨인센티브 등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저 수준인 부산항의 하역료도 내년에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한진해운이 주로 이용하던 부산신항의 한진 터미널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이후 물량이 60% 이상 줄어 고사위기로 내몰리자 하역료를 대폭 내려서라도 물량확보에 나설 태세이다.

한진 터미널이 낮은 하역료로 새로운 해운동맹과 계약하면 그 여파는 다른 터미널에도 미쳐 연쇄적인 하역료 인하가 우려된다. 그래서 엄청난 국민세금으로 만든 부산항이 점점 실속 없는 껍데기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대통령에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가 당선된 것도 부산항으로는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가 공약대로 정책을 편다면 당장 우리기업들의 수출·수입이 줄고, 중국과 통상마찰이 심해지면 환적화물도 감소가 예상된다.

부산항만전문가는 부산항의 수출입화물과 환적화물이 연간 12만4천500~25만4천500여개 줄어들 수 있다고 추산했다. 물동량감소는 부산항에만 그치지 않고 중국 등 다른 나라 항만에서도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항만 간 물량유치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부산항으로서는 더 많은 돈을 선사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물동량감소는 터미널뿐만 아니라 각종 항만서비스업, 화물주선업, 육상운송업 등 연관 산업에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끼쳐 일자리감소 등으로 이어지고 우리경제의 회복을 더욱 어렵게 한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20일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가 터졌을 당시 부산항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걱정했는데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물동량 감소를 막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항경쟁력강화협의회 회장인 이재균 전 국토해양부 차관은 "단순히 국내 항만 중 하나가 아니라 세계와 경쟁하는 부산항이 위기에 처하면 국내 물류산업 전체가 흔들린다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항만공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서 효율적으로 항만을 운영하고 위기에 대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일 부산항만공사의 물류망 자료에 따르면 9월 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20피트짜리 기준 157만 9000여 개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감소했다. 이 중 환적화물은 79만 2000여 개에 그쳐 지난해 같은 달보다 4.7%(4만 개) 줄었다.

수출입화물(78만 7000여 개)은 1.0% 늘었다. 수출화물이 3.7% 줄었지만 수입화물이 5.8% 늘어 전체적으로 증가했다. 이로써 9월까지 부산항의 누적 컨테이너 물동량은 1450만 1000여 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9% 줄었다. 물류대란의 원점인 한진해운이 9월 부산항에서 처리한 화물은 전체적으로 66%, 환적화물은 70%나 감소했다.

현대상선의 수출입물량은 9%가량 늘어난 반면, 환적화물은 7%대의 감소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해운의 수송차질 때문에 일부물량이 현대상선으로 옮겨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CKYHE해운동맹소속 외국 선사들은 같은 동맹에 속했던 한진해운 배들이 목적지로 수송하지 못하고 부산항에 내려놓은 화물들을 대신 실어 날라 9월 물량이 늘었다.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가까운 노선을 운항하는 국적근해선사들은 환적물량이 최대 60%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9월은 워낙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져 부산항에 오지 않을 화물이 억지로 내려졌는가 하면 반대 상황도 벌어지는 등 그야말로 물류가 뒤죽박죽 상태에 있었다"며 "이 때문에 9월 통계만으로 한진해운사태가 부산항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어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한진해운 화물의 하역이 대부분 마무리되는 11월 이후, 좀 더 멀리는 글로벌선사들의 해운동맹재편이 끝나는 내년 4월부터 물동량변화의 패턴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한진해운의 공백이 메워지지 않으면 부산항으로선 호전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번 집계를 계기로 외국선사 및 외국항만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환적화물을 다시 부산항에 가져올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진해운화물의 하역이 대부분 마무리되는 11월과 글로벌선사들의 해운동맹재편이 끝나는 내년 4월부터 물동량변화의 패턴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해운산업은 제조업과 다르다. 제조업은 오늘이라도 아이폰 보다 더 뛰어난 제품이 나오면 전 세계에서 사러오지만 물류는 아무리 배가 많고 비행기가 많고 트럭이 많아도 소용없다. 결국 최종적으로 운송물량을 수주할 업체와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걸 우리는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구조조정을 단순히 이해관계가 있는 채권단 주도로 방치할게 아니라 정부주도의 강력힌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된다. 현재의 해운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과연 해양수산부의 목소리는 어디에 있었는지, 산업을 관장하는 해양수산부가 아닌 금융감독원장이 주도하는 것은 구조조정은 산업논리가 아닌 철저히 금융논리에 이끌려 갈 수밖에 없다.

해운산업의 구조적 특성을 감안하여 탄력적인 부채비율을 적용하고, 별도의 특별가산점과 같은 신용등급평가기준을 산정하여 해외의 해운회사와 경쟁할 수 있는 금융조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불황을 겪는 산업이라는 이유로 10%가 넘는 고금리를 강요하는 건 회사를 망하게 하겠다는 의도에 불과하다.

해운산업의 네트워크는 보통 사람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이것이 물류의 말초 신경인데 이것들과의 연결이 없는 물류업체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작금의 한진해운사태를 처리하는 정부의 조치를 보면 과연 정부가 얼마나 해운산업회생을 위한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과 대책을 심도 있게 고민하는지 의심스럽다.

● 위기의 부산항 이대로 둘 것인가?

부산항은 우리나라 물류의 심장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화물의 40%, 컨테이너화물의 80%가 부산항을 통하여 국내 각지와 세계 각국으로 운송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 내에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고도성장을 이룩하였다. 그 중추적인 역할을 부산항이 담당하여 왔다.

그런데 지금 국내 1위, 세계 7위의 대형선사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인한 엄청난 파장이 부산항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진해운 보유 선박 141척 대부분이 정상적인 운항을 하지 못함에 따라 물류대란이 일어나고, 그동안 부산항이 굳건히 지켜 온 동북아 허브항의 지위가 순식간에 흔들리고 있다.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여 구축한 글로벌 영업망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국가의 대외 신인도마저 타격을 입는 후폭풍이 불고 있다. 해운항만‧물류‧조선 산업의 비중은 부산시 전체 산업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한진해운사태로 인한 부산 시민의 피해 체감도는 훨씬 더 크다. 

잘 알다시피 해운산업은 국가물류의 중심이며, 전후방 연관효과가 매우 큰 국가기간산업이다. 그리고 국가안보측면에서도 유사시 인력과 군수물자를 수송하는 전략산업이기도 하다. 지금 한진해운과 부산항의 상황은 위기를 넘어 절박하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일개 기업의 문제로 보고 넘겨서는 안 된다. 

부산항이 활력을 되찾아 수렁에 빠진 지역경제를 회생시키고, 소중한 우리의 일터를 지켜내며 실추된 해양강국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정부 당국의 전향적인 태도와 정책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결집할 때다. 

특별취재팀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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