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첫 변론기일 앞두고 여론전 나선 박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기자들을 만나 처음으로 질의응답을 하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해명하고 입장을 밝혔다.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 씨의 국정개입 의혹 △세월호 7시간 행적 △삼성합병 관련 제3자 뇌물수수 의혹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기자들을 만난 것은 본인 의지가 강력히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날 약 1시간 전에 기자들에게 갑작스럽게 통보됐다.

신년인사회 안팎 / 세월호 때 행적 첫 입장표명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기자들을 만나 처음으로 질의응답을 하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해명하고 입장을 밝혔다.

상춘재는 외부인사를 접견하는 청와대 내 한옥건물이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 씨의 국정개입 의혹 △세월호 7시간 행적 △삼성합병 관련 제3자 뇌물수수 의혹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기자들을 만난 것은 본인 의지가 강력히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날 약 1시간 전에 기자들에게 갑작스럽게 통보됐다. 기자들의 노트북 사용과 방송 카메라 사용도 허용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이날 탄핵심판 사유를 전면 부인한 것은 3일 열리는 헌재의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여론전을 펴며 적극 대응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기자들과 만난 것은 지난해 12월6일 3차 대국민담화 이후 26일 만이다. 하지만 권한이 정지된 박 대통령이 자기변명만 늘어놓아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김영재 원장의 비선진료 의혹이 있다.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사람은 자기의 사적 영역이 있다. 어디가 아플 수 있고, 좋은 약 있으면 먹을 수도 있다. 하나하나 다 까발리는 것은 민망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 대통령이 어느 병을 앓고, 어떻게 치료했는지를 리스트로 만드나. 그런 것으로 국가에 손해 끼친 일은 한 번도 없다고 생각한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그런 병 있어 이렇게 치료했다 식으로 얘기하는 것 자체가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차은택씨가 국회에서 장관과 수석을 추천했다고 한다.

“대통령으로서 누구와 친하다고 해서 누구를 봐줘야 되겠다고 한 적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여러 사람 중 이 사람 제일 잘 할 수 있겠다 싶어서 한 것이다. 추천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추천받았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검증도 하고 세평도 알아보고 해야 한다.”

―세월호 당일 외부인 출입 의혹이 있다.

“그날 기억을 더듬어 보니 머리 만져 주기 위해서 (미용사가) 오고 목에 필요한 약(가글)을 들고 오고 그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날은 누가 다른 일을 어떻게 상상할수 있겠냐. 큰 일이 터지고 학생들을 구하는 데 온 생각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게 있을 수 있겠는가. 정말 상상할수 없는 일이지. 그런데도 사실이 아닌 얘기들이 나오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지하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 당일 대통령 일정에 대해 의혹이 많다.

“처음에 참사가 벌어졌을 때 대통령이 밀회를 했다, 말도 안 되고 입에도 담기 민망한 얘기를 했다. 대통령이 어떻게 밀회를 하겠나. 그리고는 굿을 했다는 얘기가 기정사실화됐다. 너무 어이없었고. 그러다가 이번에는 성형수술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저는 그날 정상적으로 사건이 터졌다는 것을 보고받으며 계속 체크하고 있었다. 마침 그날 일정이 없어서 관저에 있었던 것이다. 가족도 없는데 손님도 받을 수 있어서 일정이 없으면 관저에서 일을 챙기곤 한다. 그날은 마침 일정이 비어서 그렇게 한 것이다.”

―특검이 제3자 뇌물죄 수사하고 있다.

“완전히 엮은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이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관심이 있었다. (합병이) 무산된다면 국가적 경제적 큰 손해라는 생각으로 국민들도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

20여개 우리나라 증권사도 한두 군데 빼고 다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그것은 어떤 결정이든 간에 국가의 올바른 정책판단이다. 그러나 여기를 저기를 도와주라고 한 적은 없다. 나를 엮은 것이다.”

이에 대해 야권은 "궤변이자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궤변과 후안무치로 일관했다. 국민을 위로하기는커녕 신년 벽두부터 국민들과 전쟁이라도 하자는 건가"라고 비판했고, 국민의당 고연호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무한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 했다'고 하는 건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혹평했다.

새누리당에서 탈당해 야당이 된 개혁보수신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장제원 대변인은 "상처 난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제발 자중자애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처신이 헌법절차를 무시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지위를 이용해 진행 중인 수사와 재판에 압력을 가하려 한다는 것이다.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당시 헌재에 근무했던 노희범 변호사는 “수사와 헌법심판을 받고 있는 당사자가 의혹을 부인하는 것은 수사와 재판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지금 상황에선 첫 변론기일에 심판정에 출석해서 입장을 밝히는 것이 대통령이 이행할 의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도 “탄핵심판 변론기일과 특검 수사를 앞두고 자신의 억울한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심판정 밖에서 한 주장은 대리인단이 별도의 서면을 내지 않는 이상 법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모르쇠’ 전략이 최순실ㆍ정호성ㆍ안종범 등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3인방의 재판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모든 건 대통령의 뜻이고 지시였다”면서 형사적 책임을 대통령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자 이를 막아보려는 신호라는 분석도 있지만, 박 대통령에겐 눈앞의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를 대비하는 게 더욱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선데이저널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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