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호 칼럼리스트

부산대학원(공학석사)
전) 부산광역시장 비서실장/ 감사관/ 행정자치국장/부산시 공직자윤리위원,인사위원 등
홍조근정훈장, 근정포장, 대통령표창 등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은지도 벌써 보름이 다되어간다. 새해가 되면 매년 어김없이 서울의 종각을 비롯하여, 부산의 용두산 종각, 대구 국채보상기념공원 등 다른 지역에서도 타종을 한다. 33번의 타종식을 통해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의 희망을 염원하는 것이다. 

병신년을 보내면서 다사다난했던 한해와 어두운 그림자를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마음에 제야의 종소리가 유달리 색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새해 첫날 자정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을 33번치는 것은 조선시대에 이른 새벽 사대문개방과 통행금지해제를 알리는 타종으로, 파루를 33번 친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시계가 없던 시절 해시계를 볼 수 없는 밤 시간을 백성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정부에서 종을 치는 일을 맡았다. 하루 24시간 중 밤에 해당하는 10시간, 즉 술시에서 인시까지는 이를 초경 이경 오경 등으로 나누어 각 경마다 북을 쳤다.

하지만 이 북소리를 모든 주민이 들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사대문이 닫히고 주민 통행금지가 시작되는 밤 10시쯤인 이경과 통행금지가 해제되는 새벽 4시쯤인 오경에는 종로 보신각에 있는 대종을 쳐서 널리 알렸다.

이경인 밤 10쯤에는 종을 28번 쳐서 인정(人定) 또는 인경이라 하여 도성의 문을 닫으며 통행금지를 알리고, 오경인 새벽 4시쯤에는 종을 33번 쳐서 파루(罷漏)라 했다. 이때는 통행금지를 해제하고 도성의 문을 열어 그날의 활동을 시작하게 한 것이다. 

인정에 28번을 친 것은 우주의 일월성신 28별자리인 이십팔수에게 밤의 안녕을 기원한 것이고, 파루에 33번을 친 것은 불교의 수호신 제석천이 이끄는 하늘의 삼십삼천에게 하루의 국태민안을 기원한 것이었다.

조선이 건국하고 개경에서 한양으로 도읍을 옮긴 후, 태조 이성계는 한양에 임금이 살 궁궐과 종묘를 지은 뒤 한양을 둘러싸는 도성을 쌓게 하고,  4곳의 대문과 4곳의 소문을 만들었다.

그리고 도성 안에는  지금의 인사동 입구쯤인 청운교 서쪽에 종루를 지어 걸어두고, 종을 쳐서 시간을 알려 4대문 4소문을 여닫게 해서 백성들에게 일하고 쉬는 시간을 지키게 했다
그 뒤 태종은 1413년에 지금의 종로 네거리인 광통교 북쪽에 새로 종각을 지어 옮겼다.
 
보신각종처럼 구리로 만든 큰 종을 범종이라고 부른다. 범종은 사찰에서 사용한 불교용품을 지칭 한다. 그래서 종을 치는 것도 불교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이다, 범종을 28번치는 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28개의 하늘로 이루어진 세계 또는 28개 별자리에 밤 동안의 안녕을 빌고. 또 33번치는 것은 28개의 하늘 중 하나인 도리천에 종소리가 널리 울려 퍼지기를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도리천은 세계의 중심에 있는 상상의 산 수미산 꼭대기에 있는 하늘로 동서남북 사방에 각각 여덟 계층의 하늘과 가운데 있는 하나의 하늘을 더해 33개 하늘로 이루어져 있는 곳으로써
제석천이라는 신이 다스리는 곳으로 이 33천에 종을 33번치며, 그날그날 나라의 태평과 백성의 편안함을 기원한 것이다.

‘도리’는 33의 음사(音寫)이며 삼십삼천(三十三天)으로 의역한다. 도리천(忉利天)은 세계의 중심인 수미산(須彌山:Sumeru)의 정상에 있으며, 제석천(帝釋天:Indra)의 천궁(天宮)이 있다. 사방에 봉우리가 있으며, 그 봉우리마다에 8천이 있기 때문에 제석천과 합하여 33천이 된다. 

33이란 숫자는 불교 고유의 것이 아니라, 이미 고대 인도를 기원으로 하는 대량의 신화적 · 종교적 · 철학적 문헌들을 가리키는 베다(吠陀,Veda)에 천(天) ·공(空) ·지(地)의 3계에 33신(神)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이러한 사상이 불교에 수용되어 하나의 우주관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후세 대승불교의 정토(淨土)신앙은 이 도리천 사상이 발전한 형태이다

33숫자의 종교적 의미로 불교에서는 불교의 우주관, 28계 33천 신앙에서 유래되어, 새벽이 열리는 인(寅)時에, 4대문을 여는 파루(罷漏)는 33번 타종하고, 저녁 유(酉)時에는 28번 타종하였는데 동양적 사고로는 하늘의 별자리 28수(宿)를 상징한다고도 한다. 

33천을 도리천이라 하는데 그곳의 천민(天民:하늘의 백성)들은 건강하고, 무병장수하므로 밝아오는 새해와 밝아오는 아침에는 우리 국민들이 33천민들처럼 건강하고 무병장수하기를 기원하고 있다고 한다.

33숫자의 민족적 의미로 33천은, 동서남북 사방에 각 8계층의 하늘이 있고, 그 가운데 이 모두를 지휘하는 하늘을 선견성(善見成)이라 하는데, 우리나라를 세우신 국조단군이 바로 이 선견성의 성주인, 환인천제의 아들이므로 단군의 개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광명이세(光明以世)의 이념이 널리 선양되기를 바라는 염원에서이다.

보신각은 고종 32년(1895) 이전까지만 해도 종루로 불리던 곳으로, 종을 달아 조석을 알리던 곳인데, 그 종은 태조 5년(1396)에 조성된 것이었다. 그러나 임진왜란 때 종루와 함께 불타버린 것을 임란 직후인 1594년 종루를 재건하고 원각사에 있던 종을 옮겨와 불타버린 종을 대신해 내걸었다. 

이 종은 원래 태조의 제2비인 신덕 왕후의 능인 정릉의 능사에 있었다. 이 정릉사가 폐사되자 원각사로 옮겼다. 그리고 고종 32년(1895), 종루가 보신각으로 이름이 바뀜에 따라, 보신각종이라 불리게 되었다,  

33번의 타종은, 우리민족, 우리국가는 무력이 아닌, 홍익인간, 광명이세를 근간으로 인, 의, 예, 지로서 백성을 다스리고 교화 할 것임을 33천, 즉 우주 전체에 맹세한다는 의미이며, 이러한 통치이념이, 종이 울릴 때 마다 상징적으로 표현된다고 하겠다.

우리나라에 ‘제야의 종’이 본격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일제강점기를 겪고 있던 1929년 일본 경성방송국이 특별기획으로 정초에 ‘제야의 종소리’를 생방송으로 내보낸 것이 시초였다고 한다. 

당시에 사용된 종은 일본인 사찰 동본원사에서 빌려와 타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방 이후 매년 12월31일 자정을 기해 보신각종을 33번치는 ‘제야의 종’ 타종행사는 1953년부터 시작하여 새해맞이 행사로 정착해서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다.

2017년 정유년에 치는 33번의 묵직한 종소리가 세상천지에 구석구석 빠짐없이 닿아 나라와 온 국민이 어둠에서 깨어나고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길 바라는 염원과 함께 건강하고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국태민안의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조성호 칼럼니스트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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