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호 칼럼리스트

부산대학원(공학석사)

사단법인 일심회 회장(봉사단체)

전) 부산광역시장 비서실장/ 감사관/ 행정자치국장/부산시 공직자윤리위원,인사위원 등

홍조근정훈장, 근정포장, 대통령표창 등

양력 1월 20일경이며, 태양의 황경이 300°되는 날이다. 24절기 가운데 마지막 절기인 대한으로 음력 섣달로 매듭을 짓는 절후이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시작하여 소한(小寒)으로 갈수록 추워지며 대한에 이르러서 최고에 이른다고 하지만, 이는 중국의 경험에 입각한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는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가 1월 15일 경이므로 다소 사정이 다르다 할 것이다.

그래서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 “소한의 얼음 대한에 녹는다”라는 속담도 있다. 즉, 소한 무렵이 대한 때보다 훨씬 춥다는 뜻이다.

대한은 음력으로 섣달에 들어 있어 한 해를 매듭짓는 절기인데, 대한 기간의 마지막 날은 절분(節分)이라 하여 한 해의 마지막 날로 여겼다. 그래서 절분날 밤을 해넘이라 하고, 콩을 방이나 마루에 뿌려 악귀를 쫓고 새해를 맞는 풍습이어서 절기상으로는 진짜 새해가 되는 것이다.

이때 세끼 가운데 한 끼는 꼭 죽을 먹었다. 나무나 한두 짐씩 하는 것 말고는 크게 힘쓸 일이 없는 농한기이므로 일하지 않으면 먹지 않는다는 정신도 그 속에 숨어 있을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이사나 집수리 따위를 비롯한 집안 손질은 언제나 신구간에 하였다. 이때 신구간이란 말은 대한 후 5일에서 입춘 전 3일 사이(1월 25일~2월 1일)이다. 이때에는 사람들의 일상에 관여하는 신들이 모두 옥황상제한테 가 있는 날이라 무엇을 해도 탈이 없다는 재미난 속설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살아온 나라였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하여 농사가 모든 생활의 근본이라고 생각했다. 24 절기는 과거 농사만이 국가생산의 주력일 때 계절과 날씨를 자세히 알고 거기에 맞추어서 농사를 짓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지금도 24절기는 농사는 물론 산림․어업등 모든 생활에 깊이 뿌리내려 적용되고 있다. 요즘은 농업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면서 농경사회 중심의 세시풍속이나 24절기의 필요성이 약화되고 기억도 잘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1년을 시작하는 입춘에서부터 마지막 절기인 대한까지 각 절기마다 우리민족의 삶과 떨어질 수 없는 연관성이 있다. 농사철에는 어떤 기후가 적합하며 일상에서는 계절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활상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대대로 이어온 선조들의 삶인 것이다. 즉, 어느 절기에는 무엇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일종의 체크리스트 같은 역할을 해온 것이다. 24절기란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것으로,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에서도 쓰인다.  

24절기는 12중기와 12절기가 번갈아 들어있다. 그리고 매월 4~8일 사이, 19~23일 사이에 온다. 더 정확하게는 월 초에 오는 것은 절기라고 하고, 월 후반에 오는 것은 중기라고 한다. 

24절기의 날짜가 일정하지 않은 것은 지구의 공전이 타원궤도를 돌기 때문에 그 길이가 일정하지 않아서이다. 즉, 태양의 춘분점(0°)을 기점으로 하여 15° 간격으로 나눠 이를 1년의 각 날짜에 적용하여 매년 날짜가 다를 수 있고, 중국과도 시차가 있어 실제 우리나라에 적용했을 경우 날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즉, 양력을 기준으로 만들어 진 것인데, 그날 0시부터 절기가 들어오는 게 아니라 해마다 절입 시각이 따로 있는데 그 시각이 되어야 절기가 왔다고 보는 것이다.

농경민족에게 계절의 변화는 아주 중요했다. 한란건습한 계절의 변화를 모른다면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고, 게다가 계절의 변화를 며칠만 잘못 측정해도 그 해의 수확량에도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 그런데도 농사를 지으면서 달을 가지고 계절의 변화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당시에 사람들은 계절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하여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그들이 먼저 파악한 것은 동지와 하지 그리고 춘분과 추분 등 4절기이다. 그중에 몇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기준은 먼저 동지와 하지였다.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 동지이고,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날을 하지라고 했다. 그리고 동지와 하지 사이에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을 춘분과 추분이라고 정했다. 그리고 농사에 필요한 시간의 단위를 좀 더 세분하여 오늘날 사용되는 24절기를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그러나 24절기가 계절의 특성을 말해주지만 우리나라의 기후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는 고려 충렬왕 17년(1291) 원(元)나라 사신 왕통(王通)에 의해 도입된 후, 충선왕(재위 1308∼1313) 때부터 널리 사용되었다. 24절기의 이름은 중국 주(周)나라 때 화북지방의 기상상태에 맞춰 붙였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중국의 기후에 맞춰 절기문화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24절기를 보면
-입춘(立春) :봄의 시작(양력 2월4일∼5일), -우수(雨水) :봄비가 내리고 싹이틈(양력 2월18일∼19일) -경칩(驚蟄)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깸(양력 3월5일∼6일) -춘분(春分) :낮이 길어지기 시작(양력 3월20일∼21일) -청명(淸明) :봄 농사 준비(양력 4월4일∼5일) -곡우(穀雨) :농삿비가 내림(양력 4월20일∼21일) -입하(立夏) :여름의 시작(양력 5월5일∼6일) -소만(小滿) :본격적인 농사의 시작(양력5월21일∼22일) -망종(芒種) :씨뿌리기(양력 6월 5일∼6일) -하지(夏至) :낮이 연중 가장 긴 시기(양력 6월 21일∼22일) -소서(小暑) :여름 더위의 시작(양력 7월 7일∼8일) -대서(大暑) :더위가 가장 심한 시기(양력 7월 22일∼23일) -입추(立秋) :가을의 시작(양력 8월 7일∼8일) -처서(處暑) :더위 가고,일교차가 커짐(양력 8월 23일∼24일) -백로(白鷺) :이슬이 내리는 시작(양력 9월 7일∼8일) -추분(秋分) :밤이 길어지는 시기(양력 9월 23일∼24일) -한로(寒露) :찬 이슬이 내리기 시작(양력 10월 8일∼9일) -상강(霜降) :서리가 내리기 시작(양력 10월 23일∼24일) -입동(立冬) :겨울의 시작(양력 11월 7일∼8일) -소설(小雪) :얼음이 얼기 시작(양력 11월 22일∼23일) -대설(大雪) :겨울 큰 눈이 옴(양력 12월 7일∼8일) -동지(冬至) :밤이 연중 가장 긴 시기(양력 12월 21일∼22일) -소한(小寒) :겨울 중 가장 추운 때(양력 1월 5일∼6일) -대한(大寒) :겨울 큰 추위(양력 1월 20일∼21일) 등이다.

절기의 특징을 요약하면 “1년은 24절기 즉, 한 달에 두 번씩 24절기로 이루어 져 있다”,   “절기는 15일 주기로 이루어진다”, “절기에 따라서 씨도 뿌리고 농사를 짓는 데 유용하게 쓰였다”,  “하지는 해가 가장 긴 날, 동지는 해가 가장 짧은 날 등 태양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등이다

그러나 지금은 농업시대에서 벗어나서 산업화시대에 살고 있어 24절기에 무감각해져 있고,  자연과 분리되어 개별적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여전히 우리는 자연이 주는 음식을 먹고 살며 자연의 계절 변화에 맞추어 갈아입고 그 계절에 맞추어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새해도 벌써 1월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이 시점에 우리 모두가 생각해보자. 이 시대에 과연 필요한 게 무엇인가? 며칠 있으면 24절기의 시작인 입춘이 된다. 이 나라에 터를 내리고 대대로 살아온 선조들이 오랜 세월동안 절기가 되면 해야 할일을 알고 미리미리 대비를 하고 농사를 짓지 않으면 먹고 살기가 힘든 절박한 심경으로 “기본으로 돌아가서 시작하자” 보릿고개, 춘궁기에 느꼈을 암울함을 떨쳐 버리고 어둠속에서 보이는 한줄기 빛과 같이 힘들고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반만년 역사를 보면서 국론이 분열되면 외세의 침략과 어려운 난국을 겪었던 경험을 거울삼아, 오늘의 어려운 시국과 외교 난, 경제난등 사면초가에 몰린 나라를 생각하며, 각자의 생각과 이해관계가 있겠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절기를 맞으며 미리미리 해야 할 일을 대비하는 농부들처럼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을 생각하겠다는 유비무환, 선공후사(先公後私)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할 때이다.

조성호 칼럼니스트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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