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로보트가 아니기에 매번 잘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하고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전을 치른 뒤 손흥민(25·토트넘)이 남긴 말이다. 22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원정 경기. 손흥민은 이 경기에서 1-2로 뒤진 후반 32분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뜨렸다.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해리 케인(24)의 힐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왼쪽 골망 구석을 갈랐다. 팀은 2-2로 비겼다. 시즌 9호골(리그 7호)을 기록한 손흥민은 역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역대 최다골 신기록을 작성했다. 종전 기록은 기성용(28·스완지 시티)이 2014~2015시즌 기록한 8골(리그 8골)과 박지성(36·은퇴)이 2010~2011시즌(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넣은 8골(리그 5골)이다. 

손흥민은 경기 뒤 토트넘TV와 인터뷰를 갖고 유창한 영어로 "맨시티를 상대로 1-2 상황서 골을 터뜨려 매우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펼치려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We)'라는 표현을 썼다. 전반까지 0-2로 끌려가다 후반 동점을 이룬 동료들을 두고 한 말이다. 하지만 인터뷰는 올 시즌 손흥민 자신의 이야기와 더 닮았다.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하루하루 무던히 애쓰며 대기록을 달성한 손흥민이 말하는 '나의 이야기(My story)'인 셈이다. 

손흥민은 시즌 초반 프리미어리그 '9월의 선수'로 뽑힐 만큼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시즌 중반에 접어들면서 제대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팀 전술이 달라진 탓이다. 포백(4-2-3-1 포메이션) 전술을 쓰던 토트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45) 감독은 스리백(3-4-2-1)으로 전술을 바꿨다. 에릭 다이어(23)와 토비 알더베이럴트(28), 얀 베르통언(30)이 수비라인을 맡고 카일 워커(27)와 대니 로즈(27)는 좌우 측면에서 공격에 활발히 가담하게 한 것이다. 중앙은 빅토르 완야마(26)와 무사 뎀벨레(30)에게 맡겼다. 

중원이 두터워진 만큼 기존 3인으로 이뤄졌던 2선 공격은 알리(21)와 크리스티안 에릭센(25)의 2인 체제로 변경됐다. 알리(리그 11골)는 골잡이 해리 케인(24·13골)에 이어 팀내 득점 2위를 달리고 있고, 에릭센(8도움)은 최다 어시스트 기록을 보유한 플레이메이커다. 손흥민도 활약이 좋지만 이들은 팀에서 절대적인 존재였다.  

문제는 스리백 변환 뒤 토트넘은 더욱 강력해졌다는 점이다. 지난 5일에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 연승(14승)에 도전하던 1위 첼시를 2-0으로 무너뜨린 토트넘은 지난 14일에는 수비가 강한 웨스트브로미치를 무려 4-0으로 꺾었다. 수비는 견고해지고 화력은 막강해진 토트넘은 맨시티전까지 6연승을 질주 중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포체티노 감독은 굳이 선발 라인업을 바꿀 필요가 없어졌다. 이 때문에 손흥민은 첼시전에서는 후반 추가시간에야 교체 투입됐고, 웨스트브로미치전에서는 정규시간 90분이 끝날 쯤에야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는 맨시티전에서도 벤치 멤버로 시작해 0-2로 끌려가던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출전했다.  

현지 언론은 이런 가운데서도 맹활약한 손흥민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손흥민은 동점골을 쏘며 토트넘을 패배서 구했다"고 보도했고, 영국 일간지 미러는 "손흥민이 멋진 반격을 이끌며 토트넘을 구조했다"고 칭찬했다. 이로써 손흥민은 다시 주전 경쟁에 뛰어들 전망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우리 팀에 귀중한) 승점 1을 안긴 환상적인 골이었다"며 "임팩트 있는 선수가 있다는 건 큰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손흥민의 '해결 능력'을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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