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면서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과 한국안보문제는 걱정마라고 전화해놓고 뒤로는 본격적인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국국익우선주의 앞에서 한반도 안보나 사드배치에 대해 그들은 얼마나 비중을 두고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과의 지난 30일 전화 통화에서 “미국은 언제나 100% 한국과 함께할 것”이며, “한·미관계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좋을 것”이라고, 약 30분 동안 이어진 전화 통화에서는 주로 북핵문제 해결과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백악관은 같은 날 발표한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억제확대와 모든 군사능력을 사용해 한국방위에 대한 철통같은 수호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으며, 지난 30일 통화와 백악관 성명 모두 새로이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동맹을 공고히 유지하는 가운데 대북제재 등 기존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오바마 전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나 경제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만 쏟아졌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도 안개 속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처음으로 한‧미 양국 정상급 전화 통화에서 외교안보정책의 방향이 거론된 것이어서 의미 있다고 할 것이다. 

특히, 최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강도를 높이고 있는 시점에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의 통화에 이어, 매티스 미국국방장관이 방한한다는 사실은 우리정부나 국민들로 하여금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목하고 대처해야 할 것은 다른 한편에서 분명히 진행되고 있는 '미국우선주의'의 냉혹함이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취임 후 무엇보다 경제와 안보에 있어 미국중심의 세계와 미국이익최우선을 자국민들에게 약속한 바 있다. 그 영향은 벌써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일례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불법이민자를 체포하지 않고 보호하는 '피난처 도시'에 대한 연방재정지원을 중단하고 잠재적 테러위험이 있는 7개 국가 국민의 입국을 일시 중단하는 반(反)이민·난민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억류된 이들에게 수갑이 채워졌다는 진술까지 나오는 등 미국 내에서는 이에 대해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의 미국이라면 이 같은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바꿔 말하면 지금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에서는 이제 종종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라는 것이다. 

황 대행과 트럼프 미대통령과의 이날 통화에서 사드배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사드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입지를 견고하게 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차라리 옳다. 미국은 사드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한·미 간 의견을 교류하고 있지만, 한·미 FTA 등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안보문제 못지않게 우리국민들의 입장에서 궁금한 것은 경제·통상 분야의 압력여부다. 미국과의 이해관계가 분명하게 충돌해 민감한 부분인 만큼 선제적으로 묻고 대답을 구했어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우리정부가 이 분야에 대해 얼마나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번 통화가 끝난 뒤에도 '100% 견고한 한·미동맹'이란 말만 강조했을 뿐 경제문제는 의제에 오르지도 못했다. 

그러는 사이 문제는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정부는 지난 30일 우리 제품에 처음으로 관세 폭탄을 던졌다. 애경화학과 LG화학이 화학제품을 덤핑으로 공급했다며, 최고 5.75%의 예비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미국우선주의·보호무역 공세의 영향은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왔다. 

우리가 '한·미 동맹은 100%'라는 말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한·미동맹이 트럼프 노믹스인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한‧미동맹은 전혀 의미가 없다는 극단의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만능열쇠가 아니다. 사드배치에 공감했다 해도 비용문제가 남아있고 방위비 분담금문제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커진 상태다. 경제·통상문제는 예상조차 할 수 없다. '한·미 동맹' 총론의 훈풍을 이어가려면 우리도 철저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주둔비용은 물론 여차하면 사드배치와 운용비용까지 우리에게 전가시킬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의 일환인데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를 위함이라며, 우리의 안보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조만간 신임 미국국방장관이 가장 먼저 한국을 협상대상으로 정하고 방한한다. 미국의 무역전쟁의 화살이 한국으로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자본과 힘이 곧 정의가 되어버린 국제정치 상황이다. 이러한 논리에서 본다면 한국의 현재와 같은 소모적 정치는 곧 멸망으로 귀착될 뿐이라는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다보스포럼은 포퓰리즘과 정치리더십 부재, 보호무역주의가 주 이슈였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남을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국제사회에서는 힘이 곧 정의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끼리만의 우물 안 사회정의에 매몰돼 미래에 대비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 같아 심히 걱정이 앞선다.

오로지 내 권한만을 강조하고 책임은 안 지려는 사회풍조, 법 위에 정서법이 있고, 그 위에 떼 법이 존재하고 있는 사회가 지금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좌파다, 우파다, 종북이다, 반북이다, 친일이다, 반미다, 네 편이다, 내편이다, 라면서 갈라질 때로 갈라져서 분열을 획책하고 있을 뿐이다.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인들부터 선동에 앞장서지 말고 미래를 직시하고 정신을 차려야 하지 않을까.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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