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호 칼럼리스트

부산대학원(공학석사)

사단법인 일심회 회장(봉사단체)

전) 부산광역시장 비서실장/ 감사관/ 행정자치국장/부산시 공직자윤리위원,인사위원 등

홍조근정훈장, 근정포장, 대통령표창 등

요즘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최순실 사태를 보면서 유언비어가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해외에 감춰진 재산이 10조가 되느니, 8000억이니 하고 말이다. 생활하는 것도 우리네 서민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초호화판이다. 말이 나오면 억 억이다. 사실여부는 두고서라도 그야말로 서민들이 생각하기에는 흥청망청 이다. 밥 사먹을 돈이 없어 라면이나 빵을 훔치다 잡힌 장발장 같은 인생은 남의 얘기로 들린다.

역사적으로도 지도층의 향락과 사치는 국가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이는 곧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옛말에 “삼대 부자 없고 삼대 거지 없다”고 했다. 무엇이든지 영원함은 없다는 의미다. 문제는 부자가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이들이 더 가난해지는 '빈익빈 부익부'가 갈수록 심화되고 심지어 이런 부가 세습된다는 것이다. 최근에 재벌 2세들이나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 일부 사람들은 흥청망청 거리며 돈을 물 쓰듯 쓰고 ‘갑질’을 하는 것이 언론에 보도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본다. 

물론 자기돈 벌어서, 또는 부모 잘 만나서 물려받은 돈으로 쓰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다만 더불어 가는 공동체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사회 기득권층의 자기희생, 솔선수범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가뜩이나 수저논란으로 우리사회가 양극화로 인한 갈등이 팽배해지는 분위기에서 말이다. 

그런데 이때 말하는 '흥청망청 거리다'라는 말의 어원은 무엇일까? 흥청망청 하다고 하면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마구 낭비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흥청망청(興淸亡淸)’이란 말은 조선시대 연산군 때 생겼다. 연산군은 자신을 낳고 궁궐에서 쫓겨난 ‘폐비 윤’ 씨의 죽음을 애통해하면서 여기에 관련된 사람을 잡아다가 무자비하게 죽였다. 

소위 폭군으로 역사에 기록된 인물이다. 연산군은 조선 팔도에 채홍사(採紅使)를 파견하여 각 지방의 아름다운 처녀를 뽑고 각 고을에서 기생들을 관리하게 하였다. 기생의 명칭도 '운평(運平)'이라고 하였는데 그 운평이 대궐로 들어오면 '흥청(興靑)'이라고 칭하였다. 이 흥청 중에서 임금의 마음에 들어 잠자리를 같이 하면 천과(天科) 흥청이라 하였고, 그렇지 못한 흥청은 지과(地科) 흥청이라고 불러 기생까지도 서열화하였다.

주색에 빠진 연산군은 여러 흥청들과 밤낮으로 놀아났다. 자신이 말이 되어 흥청들을 태우고 기어 다니기까지 했고, 반대로 자기가 흥청이 등에 올라 타 말놀이를 즐겼다. 그런 짓거리도 모자라서 민간의 유부녀도 예쁘다는 말만 들으면 불러다 함부로 겁탈하고, 심지어 큰아버지인 월산대군의 부인까지 겁탈을 했다.

연산군은 날이 갈수록 난폭해져 툭하면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대신들을 팔도에 내려 보내 예쁜 여자들을 뽑아오게 하여 궁궐에 살게 하였다. 이들 중에서도 특히 용모가 예쁘고 노래 잘 부르고 춤 잘 추는 여자들을 가려 뽑아 '흥청(興淸)'이라고 불렀다. 이 말은 어이없게도 맑은 기운을 일으킨다는 뜻이었다.

연산군은 거의 천 명에 가까운 흥청을 매일 불러 놓고 떠들썩하게 잔치를 베풀었는데 '흥청거린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연산군은 이렇게 임금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일삼다 결국 중종반정(中宗反正)으로 쫓겨나 강화도에서 죽었다. 흥청망청은 흥청 때문에 연산군이 망했다 해서 별 뜻 없이 한데 어울러 쓴 것이,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다 보니 성어로 굳어지게 되었다. 

사람은 늘 뜻을 곧게 세우고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한다. 지닌 것도 없이 흥청망청 낭비하게 되면 마침내 패가망신(敗家亡身), 즉 집안을 망치고 제 몸을 망치는 결과를 빚게 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비록 연산군 얘기가 아니더라도 지도층인사는 유사 이래 국가의 운영, 국민의 안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이다. 개인의 영달과 사리사욕을 챙기라는 영향력이 아니다. 지연 혈연 학연을 위해 봉사하는 처지여서는 아예 지도층이라고 말할 자격도 없다.

지도층의 사치와 도덕성의 상실은 한나라의 흥망과 직결되는 것은 역사의 교훈에서도 많이 느끼고 봐왔다. 사회지도층의 기본 덕목은 선공후사(先公後私)정신이다. 쉽게 말하면 일단 공직에 나서면 개인사를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사적인 욕망과 개인으로서의 생각을 떠나서 돈이든 권력이든 가진 사람이 베풀고 남을 배려하는 공동체의식이 선행 되어야한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부와 가난은 동시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다만 부자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라는 뜻이 아니다. 지도층이라면 남의 처지를 헤아려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있는 자가 없는 자를 무시하거나, 가진 것으로 유세를 하면 사회적 약자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우리사회가 신뢰받고 누구든지 공정하게 느끼는 사회는 사회지도층이 분수를 망각하지 않고 처절하리만큼 자기희생으로 지켜 나가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절제를 실천하지 않는 다면 나라의 미래는 암울하기 짝이 없고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요원 할 것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안팎으로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다. 경제도 어렵고, 외교도 어렵고, 안보문제도 어렵다. 국민들은 이러다가 진짜 나라가 망하지 않을까 하고 두려워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졸업과 동시에 신용불량자로 내몰리는 최악의 취업절벽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큰 문제는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다. 이를 반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인간중심의 시스템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민 모두에게 희망을 주고 우리아이들과 후세들에게 공정하다고 느끼게 하고, 투명한 세상을 열어주기 위해서는 우리사회를 정직하고 올바르게 이끌 지도자가 그리고 지도층이 너무도 절실하다. 

조성호 칼럼니스트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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