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전자문화시대다. 인류의 역사 중 하나로써 TV, 컴퓨터, 핸드폰, 인터넷 등 전자매체의 발달로 이루어지는 문화를 말한다. 전자문화시대는 문자문화와 구술문화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나 보다 즉각적이고 감각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전자문화시대는 개인과 개인 간의 이동이 아니라 공통의 네트워크 안에서 언제나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공적公的)이라 볼 수 있다. 이 같은 전자문화 환경을 이용한 핀테크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금융 산업의 환경 역시 급변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핀테크 산업이란? 금융(Financial)과 정보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터넷·모바일 공간에서 결제·송금·이체, 인터넷 전문은행, 크라우드 펀딩, 디지털화폐 등 각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말한다. 

사실 핀테크는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핀테크는 금융과 정보통신기술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등을 통칭하는데, 사실 금융에서 정보통신기술은 오래전부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핀테크는 스마트폰, 인터넷을 통해 간편하게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전 세계에 금융혁명을 몰고 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베스트셀러 ‘머니 볼’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는 2014년 11월 "금융 회사들은 스스로는 느끼지 못하지만, 이미 사형을 기다리는 상태"라면서 "그동안 자금을 투자하려는 사람과 빌리려는 사람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해왔는데, 인터넷과 테크놀로지가 지금까지 월스트리트가 독점했던 이런 비즈니스를 파괴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신용카드 수수료, 공인인증서 등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기반으로 한 결제시스템에 발이 묶여 있는 사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휴대폰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결제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휴대폰기반 결제시스템은 기존의 신용카드 결제 망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휴대폰을 통해 돈거래를 하는 시스템이다. 전화번호와 은행계좌만 있으면 10분 만에 거래를 틀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는 기존의 신용·체크카드 결제 망을 사용할 필요가 없이 휴대폰을 중심으로 직결제를 하는 결제방법을 뜻하는 '대체 결제수단(alternative payment method·APM)'은 지난해 전 세계 결제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이 비율은 5% 수준이었다.

대체결제수단(APM)의 확산속도는 신용카드 기반시설이 취약했던 신흥국이 도드라지게 빠르지만, 선진국도 핀 테크 스타트업이 다수 생겨나고 페이스 북 같은 IT(정보기술) '공룡'까지 결제시장에 뛰어들어 결제방식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인도의 대체결제수단의 결제 점유율은 2015년 1.5%에서 지난해 8.0%로 늘었고, 중국 전체 결제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스마트폰 결제사용자는 지난해 중국 인구는 약 13억7000만 명 가운데 8억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동안 금융 불모지로 여겨졌던 아프리카는 아예 은행을 뛰어넘고, 휴대폰이 은행역할을 하고 있는가 하면, 케냐국민의 절반이 쓰고 있는 휴대폰기반 은행 ‘엠페사’는 물건 값 결제, 공과금 납부는 물론 채권구입 등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노르웨이의 핀 테크 기업 ‘클라르나’는 이메일 내용 등 빅 데이터를 분석해 카드 없는 사람들이 상품을 구매할 때도 2주 정도 시차를 두고 돈을 통장에서 빼가는 후불결제옵션을 도입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북유럽 전자상거래의 약 10%가 ‘클라르나’를 통해 이뤄졌다. 미국도 전자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활용해 이베이, 아마존 등 온·오프라인 쇼핑몰에서 결제가 가능하도록 한 ‘코인베이스’, 은행 계좌조차 없는 이들이 휴대폰을 통해 편의점에서 공과금·청구서를 결제할 수 있도록 한 ‘페이니어미’ 등 다양한 결제 방식이 확산 중이다.

● 한국은 아직도 플라스틱 신용카드에 발 묶인 상황

대체결제수단이 호응을 얻는 이유는 금융거래비용이 기존의 신용카드에 비해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사 등에 가맹점이 많게는 1.5% 수수료를 내야하고, 사용자는 신용카드 회비 등을 별도로 내야 하는 기존 신용카드에 비해 이런 ‘직거래’ 방식은 금융비용이 매우 낮다. 

예를 들면 인도의 대체결제수단인 ‘페이TM’은 한 달에 5만 루피(뭄바이 자전거 택시 기사의 한 달 매출은 3만 루피 정도)이하만 거래하는 작은 가맹점에는 아무런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은 출범을 한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신용카드결제 망을 탈피한 대체결제수단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나, 플라스틱 신용카드 점유율이 워낙 높아서 확산이 그리 쉽지만은 않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의 ‘알리페이’나 인도의 ‘페이TM’과 가장 가까운 모델로 카카오와 금융결제원이 2014년 함께 만들었던 ‘뱅크월렛카카오’는 신용카드를 낀 간편 결제서비스가 잇달아 나오면서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세계전문기관의 분석 결과, 지난해 현금을 충전해놓은 가상의 지갑에서 돈을 주고받는 서비스인 ‘디지털 지갑’ 등 한국의 대체 결제수단 비율은 약 5%로 61개 조사대상국 평균인 31%에 크게 못 미쳤다. 

반면, 신용·체크카드 결제 비율은 71%로 61개 나라 중 3위에 올랐다. 금융계 관계자는 한국 금융소비자들의 선택권이 그만큼 제한돼 있다는 뜻이라며, 인터넷 전문은행 역시 카드사를 계열사로 둔 은행들이 견제하고 있어 획기적인 결제서비스를 내놓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 현금내면 눈총 받는 중국 소비시장
 
중국 핀테크는 속도나 보급 면에서 중국 시장에 정착했다. 따라서 중국여행자들도 이런 대비를 해야만 당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요즘 중국 대도시의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에 가서 현금을 내밀었다가는 눈총을 받기 십상이라고 한다. 

중국 사람의 3분의 2가 결제할 때 핸드폰의 QR코드로 하는데, 현금을 내면 상대적으로 준비가 안 되어 있어, 시간이 늦어지기 때문에 눈총을 받는 것이다. 택시비 등의 QR코드 결제는 상식이 돼 있는 실정이다. 

결제뿐만 아니라 우버 택시인 띠띠따처 같은 서비스들이 보편화되어 핸드폰 하나면 대부분의 생활이 가능하다. 얼마 전 중국에서는 여론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70%가 현금이 필요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중국 제3자결제서비스 시장 규모는 전년도의 두 배를 웃도는 38조 위안(한화 약 6312조2000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중국 모바일 결제비중은 86%로, 세계 평균인 43%의 두 배에 달한다.

10년 전만해도 우리 전문가들이 중국전자상거래를 이야기할 때 중국은 두 가지 이유에서 어렵다고 봤다. 첫 번째 이유는 신용카드 보급이 어렵고, 두 번째 이유는 물류가 어려워 전자상거래가 어렵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그런데 중국은 신용카드 대신에 은행계좌를 핸드폰과 연결해서 사용하는 핀테크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틴센트의 윗쳇페이가 경쟁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중국은 신용카드시대를 넘어서 곧바로 핀테크 시장을 연 것이다. 거기에 양대 물류회사가 全중국에 반나절권의 물류망을 깔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중국정부도 만면에 미소를 띠며 이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우선 전자화폐시대가 되면, 중국 정부의 경제통제가 쉬워진다는 점이다. 이 두 회사의 결제시스템만 볼 수 있으면, 중국경제의 모든 통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경제국가가 되는 나라의 돈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편하다할 것이다.

기존에 부를 독점하던 장쩌민계열의 부를 저항 없이 인수할 수 있고, 거시나 미시경제도 상당 부분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빅 데이터를 결합하면, 4차 산업혁명이나 모든 면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좋은 점도 있다.

하지만 이런 통제로 인해 중국에서 개인의 사생활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는 게 맞다. 조지오웰의 소설 ‘1984’ 속 빅브라더는 다른 나라가 아닌 중국에서 실현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 사람이 움직이는 일거수일투족을 시스템이 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패턴들은 분석되고. 이에 맞춰져 소비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중국은 개인의 모든 패턴을 장악해 활용하는 개인신용점수제를 완성해 가고 있다고 한다. 개인신용점수제는 우리가 신용정보회사에서 받아보는 신용등급을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적용하는 것이다.

개인의 금융생활이나 사회생활 등 전반을 시스템이 파악해서 관리한다. 국가가 한 사람의 소비생활이나 문화생활 등 전반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물론 범죄나 이런 정보들도 연동된다고 한다. 

만약 이런 과정을 통해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으로 파악되면, 일체 활동이나 경제생활에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 등급에 따라 결정되다보니, 인간의 신분제사회가 되는 상황이나 다름없다 할 것이다.          

● 전자모바일시대, 여전히 플라스틱 신용카드 긁는 한국
 
핀테크가 금융업에 파란을 불러올 것으로 예측되면서 전 세계 주요 IT업체들은 금융업을 새로운 먹 거리로 보고 경쟁적으로 핀테크에 뛰어들고 있다. 애플은 모바일결제서비스   ‘애플페이’를 출시했으며, 구글, 아마존 등도 핀테크 시장에 진출했다. 글로벌 핀테크 업체의 한국 공략도 시작되었다. 

중국의 1, 2위 전자결제회사인 알리페이와 텐페이가 한국에서의 영업을 시작했으며, 대만의 최대 온·오프라인 전자결제 업체인 개시플러스(Gash+)와 싱가포르의 전자결제 회사인 유페이도 한국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는데, 글로벌 핀테크 업체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하면 연간 15조 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모바일 결제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글로벌 핀테크 업체에 맞서 한국의 IT업체들도 핀테크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온라인 메신저 업체인 카카오가 제공하는 카카오페이(결제), 뱅크월렛카카오(송금), 결제·송금이 모두 가능한 서비스인 네이버의 '라인페이' 등이 그런 경우다. 삼성전자도 2015년 2월 미국 매사추세츠에 위치한 모바일결제 솔루션업체 루프페이(LoopPay)를 인수해 삼성페이를 내놓았다.

하지만 핀테크가 한국 시장에 맞는 서비스 산업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컨대 2015년 2월, 외국에서 핀테크가 활발한 것에 비해 한국은 인터넷 결제조차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니, 얼핏 보면 우리가 뒤처져 있다는 조바심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핀테크'가 그리 급한 것인지, 핀테크 규제만 풀면 금융 산업이 활성화될 것인지, 여전히 의문이 든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한국은 외국보다 대출받기가 쉽다. 텔레비전에서는 전화 한 통화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외국과 달리 신용카드발급도 쉽고, 신용카드로 돈을 빌리기도 까다롭지 않다. 모바일 뱅킹도 활발하다. 

스마트폰을 통한 금융거래는 수수료가 거의 없다시피 한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도 '인터넷 뱅킹이 활발하고 수수료도 낮은 상황에서 핀테크가 새로운 수익 창출원이 될까'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는 실정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도 2015년 2월 "해외사례들을 검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발달할 핀테크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 자체가 잘 서지 않는다. 정부의 육성 의지만 보고 선뜻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국은 해외와 환경이 다른 만큼 핀테크의 성패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장단점은 분명히 존재한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어떤 길을 선택하는 게 국가나 개인에게 이점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손해인 것인지 선택을 잘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기로에 놓여있는 시점이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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