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정치인들이 자기의 이권과 정파를 자기 위주로 모이는 것을 야합이라 한다. 그리고 변절(變節)은 절개나 지조를 지키지 않고 배반하는 것을 말한다. 야합이란 ‘정당한 화합’이 아니고 스스로 자신들의 이권(利權)이 있으면 뭉치고 그렇지 않으면 흩어진다. 중국 장량이 고이 간직했던 비서(秘書)인 ‘소서(素書)’에 ‘동지상득(同志相得)’이란 말이 있다. ‘서로 뜻을 같이 하면 그것이 이익이 생긴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동지가 아닌 사람들이 억지로 동지를 맺어 명예와 권세의 이익을 나눠보자는 것이 야합이다. 

어차피 선거철에 표를 나눠먹어야 하니, 그냥 원칙을 써서는 안 되는 것이다. 범법이라고 해도 그건 나중 문제다. 그러면서 흔히 변절과 야합을 주장한다. 원칙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 동네가 선진국이라면, 자신이 할 말은 애매모호하게 말하고, 상대방의 말과 행동은 죽자 살자 깔아뭉개는 현실정치가 우리나라에서도 하고 있다면 우리는 정치후진국이라고 자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변절과 야합을 하는 사람들의 사주는 어떻게 생겼을까.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비 오는 날 꽃들이 떨어지는 것은 너무 멋진 일이다. 바람 부는 어느 봄날 꽃들이 날리는 것은 황홀지경이다. 언젠가 계룡산 남매 탑에 갔을 때 벚꽃한그루가 있었다.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바람이 한바탕 불어 그 밑에서 등산객들이 김밥을 먹는 그 밥에 꽃잎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다. 꽃이 사람들과 친해지자는 것을 보는 순간 자연 그 아름다움을 느꼈다. 야(野)합의 야는 들이다. 또 야(夜)합의 야는 밤이다. 그런데 야합하는 사람들의 심성은 깜깜하고 어두운 밤처럼 검고 무식하다는 의미를 가진다. 흔히 관성이 없는 사람들은 자기 조절능력이 없다고 하는 말이 사주쟁이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다.

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기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허용되는 것이 선거판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이 오늘날 우리의 선거문화를 혼탁하게 만든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무서운 것이 명예욕이다. 흔히 노탐이라고 한다. 나이를 먹으면 명예와 권세를 내려놓는 것이 가장 현명한 삶이다.

그런데 명예와 권세를 가지고 있다고 대접을 바라거나 굽실거리는 것에 아직도 현혹되어 있는 사람들의 사주팔자는 뭘까. 그들은 나이가 들어 운에서 명예가 들어온 것일 것이다. 사주에는 별로 명예나 권세가 없는데, 그 사람이 나이 먹으면서 자꾸 정치권에서 뭘 하려고 하고 또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면서 설레발을 친다.

이런 사람은 귀신이 시킨 듯이 불빛을 찾아 날아드는 부나방의 마음처럼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정리를 하자면 늦게 돌아오는 대운(大運)에서 명예가 들어오고 귀문관살(鬼門關殺) 합(合)을 치면 이런 사람이 된다. 물론 적당히 돈도 있어야 가능하다. 물론 건강도 옛날 말에 ‘식재관이 있어야 뭘 해먹지’ 하는 말이 노년에 ‘귀문관살이 합’을 치고 나서면 나도 모르게 한바탕 ‘나’ 아닌 짓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야합이란 정합(正合)이 아닌 것들로 ‘한바탕 붙어보자’는 일종의 도둑심리가 깃든 것이다. 식신(食神)이 강해도 헛바람이 들 듯 모두 정상이 아닌 것에서 사주도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정치꾼들의 변절과 야합을 하는 기회주의를 무수하게 보아 왔다. 변절과 야합으로 신음해온 우리정치권을 향해 김종필 전 총리는 오직하면 “정치인들의 업은 허업(虛業)이다.” 라고 말했겠는가. 

칼럼니스트 명리이론가 정은광 박사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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