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에서는 가끔 어른들이 쓰는 말 중에 “헛일이여!” 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 뜻은 ‘일을 해도 보람이 없다’는 뜻이다. 일을 하고 보람을 찾는 일이 인간에게는 흐뭇한 일이고 또 삶의 재미를 느끼는 일이다. 

인간은 무엇 때문에 사는가? 이렇게 물어본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성취의 재미를 느낄 때라고 말할 것이다. 성취란 한마디로 자신이 목표한 바에 대한 만족감이다. 얼마 전 지방자치선거에 나가려고 하는 시골의 어느 군의원후보의 작은 소망을 가진 사람의 사주를 봤다.

그런데 그 사람이 원하는 해와 달을 유심히 바라봤다. 선거하는 달에 공망(空亡)이 들은 것이다. 대개의 선거는 5월이나 4월이 많다. 공망(空亡)이라고 하는 것은 ‘공치고 망했다’ 라고 하는 일종의 ‘허당’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일을 열심히 해도 보람이 없을 뿐 아니라 헛수고를 했다는 뜻도 된다. 이때 괜히 ‘헛수고만 했구나’ 하고 스스로 자조하게 된다. 인간은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기쁨과 슬픔과 괴로움을 동시에 느끼는 동물 군이다.

예전에 새로운 신혼을 맞이하여 얼마 살지 못하고 헤어지는 부부를 필자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그 집에 공망살(空亡殺)이 들어서 그렇게 서로 갈라졌단다. 어린 나이에 공망살(空亡殺)이 무언가 했는데 명리를 공부하면서 그 흔한 공망살(空亡殺)이 뭔가를 확연히 알게 되었다.

그해 그달에 공망살(空亡殺)이 들어오는 것도 있고, 애당초 사주에 공망(空亡)이 든 사주도 있다. 뭐가 더 나쁜가 하고 물어본다면 공망살(空亡殺)이 들어 있는 사주에 공망(空亡)해가 들어올 때 공망(空亡)이 파도를 치는 형국이 되는 현상을 우리는 공망살(空亡殺)이 겹쳤다고 한다. 뭐든 과불급이란 좋지 않다는 말이 있듯이 지나치면 깨진다.

바람피우기 좋은 사주(도화살 과다)가 또 바람피울 그해 운(運)이 들어왔다면, 그 사람은 슬그머니 로맨스를 즐긴다. 무슨 심리에서 그럴까, 사람도 작은 소우주이기에 우주의 기운이 바뀔 때 바람에 흔들리듯이 마음이 흔들리고 몸이 꿈틀꿈틀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말했다. ‘사람은 네발 달린 짐승’이라고. 동물보다 더 무서운 것이 짐승이다. “저 짐승~ ~” 이렇게 말을 한다면 그 사람은 사리사욕이나 자기 맘대로 행동하는 것을 표현한다.

사람이 짐승으로 변할 때는 때로 ‘나도 왜 그랬는지 몰라’ 하는 말을 한다. 순간적으로 자신이 자기 아닌 모습으로 행동을 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명리학에서는 ‘귀문관살’이 들어왔다거나 공망(空亡)이 들어 일이 재대로 풀리지 않아 막가파식 행동을 할 때 그런 현상들이 나타난다.

요즘 명리학계에서는 공망(空亡)을 그리 대단하게 치지 않는다. 스쳐가는 헛일정도로 가볍게 안다. 오히려 무속(占)에서 공망살을 대단하게 친다. 명리와 무속은 뭐가 다르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명리는 음양오행(陰陽五行)과 자신의 사주에 태어난 음양오행이 상생이나 상극이냐를 가지고 가름하는 일종의 운명을 헤아려 보는 학문이라면, 무속은 신(神)내림에 의해서 이뤄지는 순간순간의 내담자와 말하는 것이다. 어떤 때는 무속이 빠를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속효를 볼 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편적인 이야기고, 접신은 그때그때 신의 기분에 따라 말이 변하기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공망(空亡)은 사실 인간이 만들어낸 사주 명리학의 오랜 법칙이지만, 알고 보면 적당히 좋지 않은 자기최면일수도 있다. 그럴 때는 공망(空亡)이 희망으로 변하게 되는 변수를 찾아야 한다. 

사주에서 공망(空亡)은 많은 것들을 무(無)로 만들어 버린다. 공망(空亡)의 결과가 길한 경우도 있고 흉한 경우도 있다. 공망(空亡)을 볼 때는 일주(日柱)를 중심으로 본다. 본인의 일주에서 보았을 때 일지(日支)가 공망(空亡)이면 좋은 결실을 만들기 어렵다고 본다.

칼럼니스트 명리이론가 정은광 박사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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