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정당소속 제19대 대선후보

다가오는 5월 9일은 제19대 대선이 실시된다. 그동안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공약 가운데 일자리‧복지공약에 대해 대한상의가 정리한 내용을 근거로 본보 선데이저널이 알아봤다.

제19대 대선후보는 원내 정당소속 후보 5명을 비롯한 역대 최대 규모의 대선후보 15명이 4월 17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해 전국을 누비며, 선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다자구도를 띄고 있으나, 각종 여론조사를 고려하면 당선후보권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로 압축된다.

이에 대선후보들의 일자리 및 복지공약을 분석해보고 여기서는 양강 구도를 보이고 있는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이어 원내 정당소속 다른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봤다.

● 제19대 대선국면…한국경제의 현주소?

최근 장기침체의 부정적 여파가 가시화되고 있다. 장기불황에 빠지면 경제구조에서 가장 밑단부터 타격을 입는다. 소득하위 20%에 속하는 가구의 가처분소득이 지난 2016년에 이례적으로 감소했다. 저소득 계층의 주된 일자리인 임시․일용직이 크게 줄었다.

경제위축은 실업의 확대와 소득감소, 분배의 악화를 낳는다. 이런 점에서 대선후보들은 누가되든지 간에 이런 흐름을 끊거나 개선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 수단으로 일자리창출정책과 복지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서로 다른 성장론

일자리와 복지정책은 큰 틀에서 경제전체의 운용전략에 따라 좌우된다. 문재인 후보의 경제운용전략은 ‘국민성장론’으로 불린다. 여기엔 국민이 경제운용의 중심에서야 한다는 당위론만 담겨있다.

국민 성장론의 모호함은 ‘소득주도 성장론’에서 다소 구체화 된다. 국민 성장론은 지난 2014년경 문재인 후보를 따르는 민주당 일부 전문가그룹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국외에서 논리적 기반을 가져왔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임금주도 성장론’에 저작권이 있다. 실제 이 기구에서 사무부총장 정책보좌관으로 일한 한국인 전문가가 이 성장론을 주도했다. 임금 주도 성장론의 기본 프레임은 임금에 대한 인식변화에서 출발한다. 즉, 임금은 기업에게 비용이나 동시에 국민 경제적 차원에선 소비의 원천이라고 본다.

임금소득을 확충함으로써 소비를 진작하고, 이를 통해 생산과 투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을 기대한다. 이 성장론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비용절감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기본 프레임(공급중시경제학)으로 하는 성장전략에서 비롯됐다는 진단과 더불어 금융위기 이후 장기불황의 원인이 소비부진에 있다는 판단을 깔고 있다. 총수요 진작을 통한 불황탈피전략이라는 점에서 케인즈의 우산 아래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놓고 볼 때 이 성장론은 곧 일자리창출(임금소득증대)과 복지확대(처분 가증소득 증대)로 구체화 한다. 이는 ‘생산적 복지’란 개념을 내세운 과거 김대중 정부나 ‘일자리가 곧 복지’라고 한 이명박 정부와는 표현은 엇비슷하지만 그 배경은 다른 셈이다.

즉, 문재인 후보 캠프의 성장론은 말 그대로 일자리와 복지확대를 통해 경제성장을 꾀한다는 것으로, 성장에 따른 부작용을 완충하기 위한 방편으로 복지를 바라본 전 정권과 차별화된다. 문재인 후보가 이런 경제운용방향을 밀어 붙인다면 공격적인 일자리확대와 소득 재분배 정책이 예상된다. 

안철수 후보의 경제운용방향은 ‘공정성장론’으로 집약된다. 우리 경제에서 공정하지 못한 부분을 바로잡는 것을 통해 성장을 유발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신산업성장론도 덧붙여진다. 

공정 성장론과 신산업성장론은 큰 틀에서 서로 맞닿는 문제의식이다. 한국경제는 급격한 고령화에 따라 양적 투입확대 위주의 기존전략에 경고음이 이미 켜진 상태다. 잠재성장률이 빠른 둔화의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그에 대한 처방으로 총요소생산성(TFP)개선을 강조해왔다. 총요소생산성은 바로 경제 내 각종 기득권 추구행위를 제거(공정 성장론)하거나, 기술혁신(신산업 성장론)을 통해 가능하다. 

안철수 후보가 강조하는 교육혁신도 총요소생산성을 제고하는데 필수적인 아이템이다. 성장 전략이 양적투입확대에서 질적 제고의 전환을 안철수 후보는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다시 말해 한국경제의 추가적인 성장을 이끌어내는 원천을 문제인 후보는 총수요 확대에서 찾고 있다면, 안철수 후보는 총 공급차원에서 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보다는 복지나 일자리 정책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일자리‧복지공약

문재인 후보가 일자리정책중 하나로 제시한 ‘공공부문 일자리확충’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통상 역대정부는 물론 전문가들은 일자리 문제를 법인세감면이나 규제완화 등 기업환경개선의 문제로 접근했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재정투입을 통한 정부 일자리 사업도 펼치긴 했으나 이는 경제위기와 같은 실업률이 급등할 때 취해진 응급조처로서의 성격이 짙었다. 공공부문 일자리확충은 사회서비스 강화란 맥락도 갖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제시한 일자리 분야로 소방관이나 경찰 등을 꼽은 게 그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은 말 그대로 정부재정이 필요한 사업이다. 다시말해 문재인 후보가 말하는 81만 개의 공공일자리를 만든다는 목표는 그만한 재원이 수반되지 않은 이상 실현될 수 없다.

실제 문재인 후보는 이 방안을 발표했을 때 재원대책이 부실하다는 점이 집중 성토됐다. 이와 관련해서는 문재인 후보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재원방안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부담을 늘리고, 기업에 대해선 비과세감면을 줄여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안 정도의 윤곽만 내놓은 상태인데, 이 정도로는 81만 개에 이르는 공공일자리 재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외에도 주요 복지공약으로 아동수당도입이나 기초수급자격에 영향을 주는 부양의무제 폐지방안, 기초연금 10만원 인상 방안 등을 당내 경선과정에서 언급한바 있는데, 이 역시 성장을 주도할 수준의 복지확충인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소득 주도 성장론의 구체적 실행계획이 부실한 셈이다. 선거 전략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취한 ‘부실공약’으로 보인다.

안철수 후보는 일자리정책은 기존 정부의 스탠스와 비슷하다. 산업분야의 혁신을 통해 신규 일자리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백신프로그램을 만들어 성공한 IT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도 있겠으나, 앞서 언급한 성장론의 특성상 기술과 산업혁신 속에 나타날 부산물로서의 일자리와 복지공약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런 전략은 그 자체는 구체적인 창출규모 등을 밝히기 어려운 모호함이 있지만, 전통적인 일자리 창출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복지 분야에서는 안철수 후보는 보육과 출산 쪽에 여러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남녀 모두 사용하는 육아휴직제나 육아휴직수당인상, 배우자의 출산유급휴가확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방안도 고령화와 저 출산이라는 거대한 인구구조변화 속에서 나타나는 잠재성장률 하락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정책들은 부분적으로는 정부재정이나 기업부담을 발생시키는 것이기는 하나 문재인 후보의 방식에 비교했을 때 재원부담은 적다.

● 원내정당소속 다른 후보들의 일자리․복지정책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가장 소극적인 복지․일자리공약을 내놓고 있다. 키워드는 선별적 복지의 확대이다. 대표공약으로 소득 수준에 따른 보육료 지원이다. 현재는 만5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구에겐 소득을 따지지 않고 국가가 보육료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고소득가구엔 보육료지원을 없애는 등 소득수준에 따라 보육료를 차등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선별적 복지가 비교적 보수진영에게 더 높은 소구력이 있다는 걸 십분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선별복지확대는 재원부담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홍준표 후보는 스스로 선별적 복지확대에 따른 재원은 기존 복지지출의 조정으로 충당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저소득층에 복지예산을 몰아주고 고소득층엔 주던 복지예산을 줄이면 재정부담은 없다는 게 홍준표 후보 설명이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제도설계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상대적으로 일자리․복지공약이 정직하다. 복지의 반대급부인 재원부담 증가를 숨기지 않고 있어서다. 그의 구상은 ‘中부담-中복지’란 구호에서 잘 드러난다. 현재보다 더 나은 복지수준을 구축하겠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좀 더 부담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솔직히 고백하고 있다.

한국은 전형적인 ‘低부담-低복지’체제이나, 여느 정치인도 복지확대는 말하면서도 低부담 현실은 강조하지 않는다. 세부공약으로는 육아휴직 3년, 돌발노동금지, 칼 퇴근, 월 10만원 의 아동수당도입 등을 제시하고 있다. 유승민 후보는 새누리당에 몸담고 있던 시절 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의 허구성을 국회연설에서 정면으로 비판한 바도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낮은 지지율 속에서도 비교적 내실 있는 일자리 및 복지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색깔이 뚜렷한 진보정당으로서 복지국가란 지향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심상정 후보는 복지국가로 가는 두 수레바퀴로 노동시장 내 정의로운 분배와 재정정책을 통한 지속 가능한 복지제도로 꼽는다. 이는 분배의 두 가지 과정, 즉 시장소득의 공정한 분배와 이를 통해서도 해소되지 않는 양극화를 보정하는 재분배를 강조한 것이다.

전자의 경우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시행,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노동3권 보장을 내세운다. 특히, 비정규직과 관련해 기업들에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비정규직 사용자체를 엄격히 제한해 비정규직 규모를 줄이려는 구상이다.

복지제도와 관련해선 비교적 구체적인 재원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게 다른 후보와의 가장 큰 차이다. 사회복지목적세의 신설이다. 복지확충에만 쓰기위한 세금을 걷는다는 취지다. 이는 소득세나 법인세 등 일반적인 세목을 대상으로 증세할 경우에는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조세저항을 우회하기 위해서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할 때 조세저항은 커지게 되는데, 목적세 도입은 그 성격상 용처가 뚜렷한 터라 상대적으로 조세저항이 적다는 것이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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