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으로 페테르부르크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하고, 김일성대학에서 수학한 북한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포린폴리시 외교전문지를 통해 게재한 기사에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미치광이가 아니다. 김정은은 단순히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란코프 교수는 “제 3자 입장에서 북한의 행동은 매우 비이성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김정은의 정권은 생존을 위한 싸움에서 매우 논리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교수에 의하면, 서방 국가에서는 북한에 대해 ‘미국을 상대로 핵으로 위협한다’, ‘달갑지 않다는 이유로 군 장성들을 처형한다’, ‘잘못된 경제 발전 모델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개발에 모든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등의 이유를 강조하면서 김정은을 ‘미치광이’로 평가하기를 좋아한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을 이해하겠다는 입장에서 이와 같은 생각은 잘못된 판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정책 개발자 입장에서 이와 같은 생각은 혼돈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란코프 교수는 김씨 일가에 대해 ‘단호한 이성주의자’로 평가하면서, “이들의 목적은 김씨 일가가 앞으로도 권력을 계속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김씨 일가에 대해 ‘핵무기를 보유한 미치광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며, 때로는 위험한 판단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5년 동안 북한 입장에서는 매우 힘든 시기들을 거쳐야 했었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기를 비롯해, 모든 동맹국들을 잃게 되었다. 그나마 유일하게 동맹국가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가 중국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북한은 초대강국(미국)을 상대로 싸워야만 했다. 란코프 교수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김씨 일가가 현재에도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북한 정권이 비이성적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란코프 교수는 향후 김정은이 마주하게 될 3가지 위협에 대해 언급했다.

첫 번째 위협은 외부에서의 군사 침략이다. 란코표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외부침략에 대한 가장 뚜렷한 교훈은 리비아 사태일 것이다. 리비아는 지난 2003년 서방 국가들이 약속한 수많은 이익들을 대신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리비아의 운명은 결국은 전쟁, 비행금지구역 설정 그리고 심하게 훼손된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의 시신으로 끝났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이어서 “동시에 대략적으로 10년 전 쯤 미국은 리비아와의 핵무기 포기 협상 체결에 대해 강조하면서 북한을 겨냥해 리비아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북한은 실제로 리비아로부터 교훈을 얻었다. 단지 미국이 바라던 것과는 다른 교휸을 얻은 것이다”고 지적했다.

란코프 교수가 강조한 두 번째 위협은 북한 내부에서의 군사 쿠데타 가능성이다. 교수는 “김정은은 젊고 아직까지는 지도자로서의 경험이 부족하다. 따라서 김정은은 내심 군 장성들이 자신을 반대하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계기가 마련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군 조직과 경찰 기관에서 인사들이 숙청되고 있는 것 또한 이와 관련되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발생했었던 김정남 살해 사건 또한 이와 같은 의심에서 비롯된 일종의 밀약이었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교수는 “그러나 북한의 이와 같은 ‘숙청 작업’은 일반 주민들에게는 전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테러의 정권’이라는 이미지는 전혀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치수용범들은 현재에도 아직 많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정은이 정권을 장악한 이후 이들의 숫자가 증가한 적은 없다. 반대로 김일성 시대와 비교해봤을 때 정치수용범들의 숫자는 확연하게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반란에 대한 위협이 김정은이 경계해야 할 세 번째 위협이다. 경제 침체기는 북한의 매우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이다. 북한과 대한민국의 1인당 GDP의 차이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란코프 교수는 “그러나 중국의 경험을 따라하여 국가에 자본주의를 ‘도입’하려는 북한의 시도는 경제적인 부흥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붕괴를 의미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정은은 지난 2012년 ~ 2014년 동안 단계적으로 국가경제발전모델에 변화를 준 바 있다. 참고적으로 농민들에 대한 조건이 크게 향상되었으며, 개인 사업가들에 대한 감시가 중단되었다. 이와 같은 변화를 통해 경제적인 상황은 크게 향상되었었다. 북한에서는 더 이상 배고픔을 외치지 않는다. 아울러 생활수준이 크게 향상된 지역은 평양뿐만 아니라 국내 전체적으로 향상되었다.

그러나 정치적 자유화는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란코프 교수는 “김정은은 경제발전과 강력한 통제를 통한 조합으로 북한인들의 충성심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란코프 교수는 “김정은의 이와 같은 정책이 장기적으로 권력을 유지하게 해줄지는 물론 의문이다. 위 언급된 부분에는 너무나 많은 위기적인 위험요소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위기적’이라는 표현은 ‘비이성적’이라는 표현과는 전혀 다른 뜻이다”고 결론지었다.

란코프 교수는 러시아인으로 페테르부르크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하고, 김일성대학에서 수학한 북한전문가로 ‘평양 지붕의 밑’, ‘북한현대정치사’ 등을 저술했으며, 남북한 비교연구 분야에서 저명한 역사학자로 정평이 나 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세력은 북한 내부에 있다”면서 “고위층 간부가 아닌 중하급 간부들에게 통일이 오면 미래가 나아진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보수는 현재 강경정책을 맹신하고 있으나, 이것은 북한에 대한 착각”이라고 지적하고 “북한 지식인들과의 꾸준한 접촉을 통해 그들에게 변화의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충고했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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