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석 화백

전통 초상화가 김호석 화백이 한국작가로는 처음으로 인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인도 국립현대미술관은 1954년 개관, 인도정부산하 인도 최고의 현대미술관으로 뉴델리에 위치해 있으며, 본관은 세계에서 가장 큰 현대미술관 중 하나다. 

김 화백의 인도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은 인도 뉴델리 인도국립현대미술관(관장 아드와이타 가다나야크 Adwaita Gadanayak)과 주인 한국문화원(원장 김금평)이 초대했다.
 
김호석 화백은 오는 5월 20일부터 6월 25일 까지 '빛 속에 숨다(Hiding inside the light)'를 주제로 대표작 53점과 처음으로 공개되는 신작 30점 등 총 83점을 전시한다. 

사유와 개념, 종교와 철학의 근원지로 불리는 인도에 생명과 자연의 가치를 담아낸 작품들을 소개하며, 특히 신작은 작가가 4년 동안 몰두한 작품으로 미물을 소재로 자연의 본질과 생명의 지극함을 담아내 이번 전시에 의미를 더 하고 있다.

이번 김 화백의 전시작품은 신작 중 ‘빛 속에 숨다’, ‘물을 탁본하다’ 등의 작품은 자연의 본질과 조화, 인간과 동물,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 대해 환유와 역 풍자를 담아냈다.
 
김 화백은 동양화론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전통 초상화의 권위자로서, 직접 만든 한지 위에 먹을 갈아 그린다. 종이 뒷면에 물감을 칠해 배어나게 하는 실제 ‘배채법’(背彩法)을 실현한다. 그림 소재도 다양하다. 

특히, 성철, 법정 등 큰스님들과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 전 대통령 초상화를 비롯해 시골 촌부의 얼굴, 개미 같은 작은 곤충들도 화폭에 담는다.

한국 화단에서 김 화백은 전통 수묵화의 맥락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재해석함으로서 시대성을 담은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9년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국내외 유명 미술관에서의 전시를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알린바 있다. 성철스님, 법정스님 등을 비롯한 한국불교의 큰 스님들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을 작업했다.

 
김 화백의 작품이 인도를 찾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5년 인도 국립박물관의 '1 Lotus 8'전에 이어 2016년 인도 국제아트페어를 통해 4점의 작품이 소개되어 인도 미술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 반향에 힘입어 인도국립현대미술관과 주인도한국문화원이 한‧인도 간 문화교류사업의 일환으로 이번 전시를 추진했다고 한다.

김 화백은 먹을 절제하고 형상을 줄이는 화법으로, 빈 공간이 많은 것이 그림의 특징이다. 명상을 중시하는 인도인들이 김 화백의 그림에서 여백의 의미를 잘 읽은 것으로 본다.

김 화백은 전북 정읍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부터 바지저고리를 입고 머리를 땋은 채, 상투를 튼 조선선비에게 그림을 배웠다고 한다. 

홍익대를 졸업한 김 화백은 유화·조각 등을 다 접해봤지만, 이 모든 것이 인간의 정신을 그리는 수묵을 따라갈 수 없다고 한다.

김 화백의 화풍은 독특하다. 얼굴을 사진 찍듯 있는 그대로 묘사하지 않는다. 성철스님 세수하는 뒷모습이나 누워 있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김 화백은 얼굴과 표정을 정확히 묘사하는 것보다 그림대상과 화가가 감정이입이 되어 하나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평소 김 화백은 “미술사적으로 새로운 초상화를 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성철스님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김 화백은 스님의 모든 저서를 읽었고 수행했던 산사를 돌며 공부했다고 한다. 법정스님 초상화를 그린 김 화백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맑은 것을 나눠줄까 하는 배려의 눈빛이 있지만 투철하면서도 사나운 면도 가지고 계셨다"고 말했다.

김 화백은 인물의 얼굴색을 그가 태어난 마을에서 채취한 흙으로 칠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에 김 화백은 “그림의 대상이 된 사람과 그가 태어난 곳의 흙은 결국 같은 뿌리니까요. 내가 두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이 예술의 텃밭입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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