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다. 후덥지근한  날씨가 벌써 여름이 가까워진 것을 느끼게 한다. 매년 6월이 되면 호국보훈의 달이다. 이때는 국민의 호국의식과 애국정신을 함양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기이다

호국보훈의 달이 유월이 된 것은 현충일, 6.25전쟁 등 기념일이 6월에 있기 때문이다. 현충일이 제정된 것은 1956년도이다. 왜 6월6일이 현충일이 된지는 확실치는 않지만, 고려시대부터 현충일과 비슷한 시기인 24절기 중 아홉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인 망종(芒種)을 기해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들을 제사지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호국보훈의 달은 우리나라가 대내외적으로 국난극복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희생자들의 숭고한
희생과 공적을 기리고, 그 아픔을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되고 있지만, 그보다는 한 단계 나아가서 선열들의 희생의 바탕위에서 국민의 마음을 통합해 나가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역사적으로나 지금도 주변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외교적 마찰을 끊임없이 빚고 있다. 반만년 역사에서 선열들의 피와 희생으로서 지금 우리가 이렇게 자유롭게 살 수 있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우리는 깨달아야 하고, 아무리 긴 시간이 지나도 이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본받아 후대를 위해서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정의롭게 산화하신 우리선조들의 값진 희생을 잊어서도 안 될 것이다.

우리는 희생자들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으로 구분한다. 순국선열(殉國先烈)이란,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쳐 먼저 죽은 열사'를 일컫는 말이다. 다른 말로는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싸우다가 돌아가신 분들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는 일제강점기 때 일제치하에 우리 대한의 독립을 위하여 수많은 고통과 탄압 속에서도 조국을 위한 마음가짐 하나로 목숨을 바쳐서 저항을 하다 돌아가신 독립투사들을 예로 들을 수 있겠다

두 번 째로 '호국영령(護國英靈)이란, '국가를 위하여 나라를 지키다 죽은 사람들의 영혼' 을 높이 부르는 말이다. 대표적으로는 우리나라의 6.25전쟁 중 자유민주주의를 위하여 목숨을 아끼지 않고 조국을 수호하다 장렬히 산화하신 우리 국군용사들을 예로 들 수 있다. 꼭 이분들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기까지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삶보다 죽음을 먼저 택했던 모든 분들이 이 나라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다.

우리는 그동안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희생정신을 발휘하자고 말하는데, 이 '희생'이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옛날 이스라엘민족은 구약시대에 어려울 때마다 하느님께 번제(燔祭)를 올렸다. 소나 양, 염소 같은 짐승을 제단 위에 놓고 불로 태워 그 연기냄새가 하늘로 올라가게 하는 의식이 번제라고 ‘시편’에 기록하고 있다.

동양에서도 제사를 지낼 때 소를 바침으로써 신으로 하여금 소의 기운을 갖도록 하였다. 그러나 얼룩소는 금물이었다. 곧 '희(犧)'는 털에 다른 색이 섞이지 않은 소를 뜻하고, '생(牲)'은 살아있는 소를 뜻한다. 그러니까 '희생(犧牲)'은 '소 우(牛)'자의 뜻처럼 '살아있는 깨끗한 소를 신에게 바치는 것'이라는 뜻이다.

중국의 ‘서경(書經)’에는 '희생'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탕왕은 하나라의 폭군 걸왕을 정벌하고 은나라를 세웠다. 그런데 5년간의 극심한 가뭄으로 백성의 고통이 말이 아니었다. 백성을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그는 제물로 바치는 소처럼 자신이 직접   '희생(犧牲)‘이 되어 기우제를 올렸다. 탕왕은 머리를 깎고, 사지를 묶은 다음 제단 위에 섰다. 그의 정성에 감격한 천신이 큰 비를 내려 풍년이 들게 하였다."고 한다.

여기에서 유래하여 남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치는 것도 '희생'이라고 하게 되었다. 희생은 천지신명이나 종묘에 제사를 올릴 때 제물로 올렸던 소를 의미한다. 다만 암컷은 바치지 않고 튼튼하고 우람한 수컷만을 골라 바쳤다.

'속죄양'이라는 말은 옛날 ‘구약성서’에 나오는 속죄를 위한 희생으로 신에게 바치는 양에서 나왔다. 옛날 유태인들은 모세의 율법에 따라 속죄의 날에 최고의 성직자가 두 마리의 양을 끌고 나와 두 마리 중 어느 한 마리를 신에게 희생으로 바치고, 또 다른 한 마리를 '속죄양(scapegoat)'으로 삼느냐는 것을 가린다. 

이어 그는 백성들이 저지른 죄를 '속죄양'감으로 정해진 양의 머리 위에서 고백한다. 이리하여 백성들의 죄를 모두 걸머진 속죄양은 황야 속으로 도망가게 한다. 이것이 속죄양이다. '희생양'이란 말은 외래어 '속죄양(scapegoat)이 들어와 번역과정에서 쓰인 것이다.

우리의 청년기에는 고전고대의 영웅들의 조국애가 '헌신'으로서 찬양된다. "그들은 스스로의 대의를 위해 재산과 정열을 걸며, 수천의 생명을 내 던졌다“. 우리는 영웅의 활약상을 통해소위 나라를 위한 희생정신을 배우는 것이다.

전통적 유럽사회에서 귀족들은 정당한 대접을 받기 위해 ‘명예(노블레스)’만큼이나 ‘의무(오블리주)’를 다해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목숨을 걸고 싸움터에서 선두에 섰고, 공동체가 위기에 처하면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실제로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영국의 고위층 자제가 다니던 이튼칼리지 출신 중 2000여 명이 전사했다. 이튼스쿨은 1440년, 헨리 6세가 70명의 가난한 학생들과 소년 성가대원들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한 이후 600년의 역사를 지켜왔다. 

특히 세계 제 1,2차 대전에서 이튼 교육은 진면모를 드러냈다. 세계 평화의 운명이 걸려 있었던 전쟁에 이튼 학생들은 망설임 없이 참여했으며, 2000여명의 재학생과 졸업생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당시 이튼의 희생자는 한 학년의 절반이 전사하는 등 다른 학교의 8배에 달했다. 여러 사례에서 보듯 유럽국가의 강함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의 시각으로는 지극히 이상하게 느껴진다. 우리의 지도층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고사하고 자기가 해야 할 국민적 의무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보기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장차관 임명 때 마다 터져 나오는 위장전입,병역기피,부동산투기,탈법적인 재산축적 등이 터져 나온다. 지도층 인사 중에서 병역을 필한, 위장전입을 하지 않은 쓸 만한 사람이 그렇게도 없는 것일까?

지금도 그렇지만 미래에도 나라가 어려워지면 지도층부터 일반국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나서야 한다. 문제는 지도층은 실천하지 않으면서, 일반국민들에게 나서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고 국론분열로 가는 원인이다. 특권과 권력을 향유하면서 그만큼의 의무와 희생정신이 따라줘야 하는 것이다.

다만 희생이란 거창하게 나라를 위하여 숭고한 생명을 바치는 것만은 아니다. 세월호에서 승객이 먼저 나가고 나는 나중이라고 하면서 고인이 된 여승무원이나, 나라를 위하여 세금을 솔선해서 꼬박꼬박 내는 성실한 납세자, 아주 작게는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약자에게 자리를 양보 하는 일도 희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도 누리고 싶고 갖고 싶은 마음을 자기가 손해 본다 생각하며 보여주기가 아닌 진정한 마음에서 나오는 남을 위한 행동 모두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희생이며, 이런 희생이 많은 사회가 되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이 선진사회로 나아갈 수 있고 국민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다.
 

칼럼니스트 조성호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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