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세르게이 대외국방정책위원회 의장이며, 고등경제대학 세계정치경제학과 카라가노프 학과장은 “우리에게 익숙한 과거의 세계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현재 세계는 더욱 급박하게 변하고 있으며 더욱 불안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카라가노프 학과장은 “지난 몇 년 간 발생한 사건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과거의 국제관계시스템이 완전히 소멸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새로운 세계질서가 형성돼가고 있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어떻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이미 새로운 경향들에 대해 거론할 수 있다. 첫번째는 초대강국이 되기 위한 모든 찬스를 가지고 있는 중국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금 중국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이권이 교차하는 중앙아시아에서도 존재감을 더욱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최근 많은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상호충돌은 없었다. 만약 중국의 실크로드 경제 벨트 구상과 유라시아 경제 공동체가 구현된다면 러시아와 중국 간 전략적인 제휴는 향후 세계질서를 재편하는 큰 기둥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카라가노프 학과장은 “핵보유국인 러시아와 미국이 대립하면 세계 내 긴장감이 증강하기 때문에 이르거나 늦거나 언젠가는 해결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세계에서 미국은 영향력을 잃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는 3~4년 간 지속됐으며, 미국은 이라크와 리비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보여준 안이함 때문에 2003년 이후부터 빠르게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분쟁 등 미국이 개입한 모든 일들은 실패로 끝났으며, 엄청난 자원을 헛되이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 한편, 2008-2009. 글로벌 경제위기로 서구의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신화는 산산 조각났다”면서 “유럽위기와 관련해 탈출구가 정확히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카라가노프 학과장은 “유럽위기가 도래한 이유 중 하나는 오래된 사회시스템과 관련이 깊다”며, “이 시스템은 냉전시대 공산주의 대안으로 정비됐고, 시간이 지난 후 경제침체를 가져왔다”면서 “노동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며 사회지출은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결과 유럽의 경제 성장률은 아시아국가에 뒤쳐지게 됐다”며, “유럽정치엘리트들은 멘붕에 빠져 있으며 모든 분야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고 유권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등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렸다”면서 “현대 유럽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결과는 이에 따른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카라가노프 학과장은 “유럽뿐만 아니라 러시아도 급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며, “러시아는 유럽의 역경을 보며 남의 일로 여기고 기뻐해서는 안 된다. 유럽의 쇠퇴는 페르트 1세 당시 발전 방향으로 설정했던 모델이 붕괴되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이유 때문에 러시아는 지금까지도 경제 개혁을 단행하지 않았다. 러시아 역시 경제개혁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그들처럼 필연코 21세기의 정치적, 경제적, 전략적인 군사적 경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러시아는 극동과 아시아국가와 가까운 지역경제발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확실한 것은 극동이 향후 러시아 발전에 있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면서 “현재 중동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은 과거에 예견된 일이었다”고 분석했다. 

카라가노프 학과장은 “이슬람의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관점에서 그들은 당대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찾을 수 없다”며, “오랫동안 축적된 불안감이 ‘아랍의 봄’에 불을 끼얹었다”면서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은 수십 년 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2015년 러시아는 시리아내전에 개입해 영향력을 행세했다”며,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면서 “러시아 영토까지 테러리즘이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면서 테러리즘의 맹아를 절단하는 것이었고, 서방과 유익한 호상관계를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형성하려는 게 주된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기에 국제무대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기대도 담겨 있다”며, “몇 가지 과제를 수행하기는 했지만,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다”면서 “분명한 것은 러시아가 시리아분쟁에 가담하면서 점차적으로 실제적인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주장했다. 

카라가노프 학과장은 끝으로 “한 국가에서 불거진 피치 못할 국제문제가 이웃국가에 영향을 주는 등 확산되고 있지만, 전체 지역 혹은 세계 여러 국가의 미래는 낙관적이다”며, “이는 정치엘리트들의 정보혁명으로 독재국가를 포함한 모든 국가들이 더 많이 여론에 의존하기 때문이며, 이는 아주 크나큰  힘이다”라고 평가했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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