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勞·社·政 협조가 아닌 勞·政위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이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 과정에서 대기업 및 중견기업에 명령하달 형식의 정부방침이 전달되고 있는 분위기이어서, 자칫 권력을 통한 ‘재계 길들이기’란 말이 나돌 정도이다.

재계에 따르면 경총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가 산업현장의 갈등이 더욱 우려된다는 발언에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들은 이후 재벌 및 중견기업들이 더욱 몸조심을 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과 관련 불똥이 혹여 자신들의 회사에 튈 것을 우려, 몸을 낮추고 있다고 하는데, 속칭 ‘괘씸죄’에 걸릴 경우 규제나 사정 등을 통해 권력으로부터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노조단체의 입김이 강화되고 있는데다 털면 먼지가 날 수밖에 없는 기업체질 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경영플랜을 재조정하는 작업에 들어간 상황인데, 이 경우 재계는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인원충원은 고사하고 오히려 감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일자리창출은 오히려 줄어들게 되고 정부가 추진 중인 정규직 장려가 결국 인원감축의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올 것이란 우려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초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한꺼번에 추진하다보면 그로 인한 리스크 부담으로 재계가 인원감축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계적인 시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 재계분위기지만 선뜻 먼저 나서지 못한 채 다들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        

세 바퀴가 달린 자동차를 잘 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나라에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이하 노사정위원회)가 있다. 노사정위원회에서는 노·사·정 및 전문가 등이 참여하여 노동정책 및 이와 관련된 산업·경제·사회정책 등을 협의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이다. 

노사정위원회는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9년 세계 금융위기상황에서 각각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을 도출했으며, 노동 및 경제사회부문 제도개선을 위한 각종 합의를 이끌어오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사회통합에 중요한 기여를 해왔다. 

최근에는 실근로시간단축, 세대 간 상생, 고용유인형 사회안전망 강화, 산재예방문제 등 주요 노동현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의 계기를 마련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이제부터는 새 정부가 이룩하고자 하는 "고용률 70% 중산층 70%"의 국정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우리나라 사회적 대화역량과 사회적 합의의 성과를 증진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할 때이다. 먼저 장시간 근로체제의 개선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의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도출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또한 미래지향적인 임금체계제도개선, 특수고용형태 근로자 등 비정규직보호방안, 고용·복지·교육의 선순환적 사회안전망구축 등 고용노동 분야에 새롭게 제기되는 정책 현안들에 대해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문제해결 방안을 찾아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 노사정위원회는 노사관계안정 및 제도개혁방안, 노동시장혁신방안 뿐 아니라 사회통합과 미래 지속가능한 발전과 관련된 의제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노사정간 협의를 통해 정책이 실현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노사정위원회가 그동안 수차례의 위기와 도전을 맞아 경제주체들 간의 대타협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노사정위원회의 이러한 노력은 대단히 중요한 경험이자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노사정위원회를 바탕으로 위기극복 차원을 넘어 성장과 번영을 위한 선진 일류국가로 가기 위한 사회적 대화를 더 발전시킬 때라고 생각한다. 재계에 명령하달 형식의 정부방침을 전달하기보다는 기업들의 리스크 부담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단계적인 시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 재계분위기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방통행식 밀어 붙이기는 또 다른 폐단을 낳기 때문이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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