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인간계 최고수를 꺾으며 바둑계를 홀연히 떠났다. 디지털 비즈니스 업계에 빅 데이터, 머신러닝, AI시대 인간의 역할 등 여러 가지 숙제를 남기면서 말이다. 그래서 알파고 세상이 가져올 디지털 비즈니스를 재조명해보았다.

소비생활의 모든 것이 디지털을 통해 연결되고 있다.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나 IoT(사물인터넷)는 디지털화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그러나 변화가 빠르면 오해도 생기게 마련이다. 어떤 경우는 디지털에 대한 맹목적 기대 때문에 장밋빛 미래만 부각된다. 반면, 변화에 대한 무의식적 저항으로 인해 소음과 신호를 혼동하기도 한다. 

● 디지털 경제는 완전경쟁시장이다? 

디지털 시대는 새로운 도전을 낳았다. 스냅 챗, 인스타그램 등은 10년 전만 해도 존재감 없는 업체였다. 애플 앱 스토어를 통해 수많은 스타트업이 새 기회를 잡 기도 했다. 에어비앤비, 우버 등은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도 만들어 냈다. 

‘플랫폼 경제’는 협력과 제휴를 기업 경영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했다. 멍석(플랫폼)을 깐 기업도, 재주를 넘는 기업도 상대가 잘 돼야 자신이 잘 된다는 새 질서를 깨달았다. 초기 디지털경제는 완전경쟁시장이라는 인식이 확대됐고, 플레이어간 협력적 생태계는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한 꺼풀만 벗겨보면 디지털은 딱히 완전경쟁 시장이 아니다. 오히려 승자 독식은 강해졌다. 온라인 광고시장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광고 분야의 국제표준기구인 IAB(Interactive Advertising Bureau)에 따르면 2016년 3분기 전 세계 온라인 광고 수익은 29억 달러(3조2600억 원) 늘었다. 

하지만 늘어난 광고의 99%를 페이스북(45%)과 구글(54%)이 가져갔다. 나머지 1%를 놓고 나머지 업체가 싸우고 있을 뿐이다. 두 업체가 시장을 독점한다는 ‘복점(Duopoly)’이라는 말은 디지털 업계의 상식이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마존은 전자책 시장의 74%를 점유한다. 미국 온라인 소매시장의 절반(43%)도 아마존의 몫이다. 제조업시대에는 유통업체가 판매를 좌지우지해도 제조·운송·유통 등 각 단계가 수익을 일정 비율로 나눠 가졌지만, 디지털시대에는 최종 유통자가 수익의 대부분을 쓸어가는 경향이 크다.   

디지털 공룡은 혁신을 저해하기도 한다. 대표적 시빗거리는 구글이 내년부터 자사의 웹브라우저인 크롬에 광고 차단기능을 기본으로 장착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언뜻 보면 소비자를 광고 공해에서 해방시켜 주는 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구글 스스로가 온라인 광고업체라는 점이다. ‘크롬을 통해 다른 광고는 다 차단하고, 다른 방식으로 구글을 통한 광고만 보이게 한다면...’이라는 광고업체의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페이스북도 막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싹 자르기 경영’을 한다는 눈총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많은 이용자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던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페이스북이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메신저 서비스를 하고 있는 페이스북은 이를 통해 강력한 경쟁자 하나를 없앨 수 있었다. 종업원 50여 명의 회사를 25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에 인수해 스타트업의 도전의욕을 북돋웠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혁신적 서비스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업체의 싹을 돈으로 잘라버렸다는 비판도 공존한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의 조너선 태플린 교수는 뉴욕 타임스 칼럼을 통해 “미국 정부가 지금 구글에 대한 규제에 나서지 않으면 (과거의 AT&T처럼) 구글을 쪼개지 않고선 문제를 풀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 한다. 

● AI는 사람을 대신한다? 

알파고의 발전은 놀랍다. 지난 5월 중국의 커제 9단은 알파고에 3전 전패를 했다. 지난해 3월 한국의 이세돌 9단에게 4승 1패를 거둘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알파고는 진화했다. 언론에서도 야구나 증시 기사를 로봇기자가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알파고나 로봇 기자는 인공지능(AI)의 무한한 가능성 을 보여준다. 문제는 AI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알파고나 로봇기자 사례에서 나타나는 흔한 관점은 ‘사람이 하는 것을 똑같이 하거나 더 잘하느냐’를 평가의 잣대로 삼는다는 점이다. 

이런 시각은 AI의 가능성을 오히려 제약한다. 로봇기자의 경우 사람처럼 기사를 쓰는 게 목적이 아니라 패턴화가 가능한 기사는 로봇에게 일임하고, 사람 기자는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그래야 다른 비즈니스의 기회도 생긴다. “AI는 인간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인간이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AI시대 인간과 일에 대한 얘기다. 이런 역할 분담이 명확한 곳일수록 AI의 상용화가 빠르다. 

국내 병원에도 도입된 AI의사인 IBM 왓슨이 대표적이다. 의학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 환자 사례 등은 인간이 아무리 잘 암기를 해도 왓슨을 이길 수 없다. 사람의사는 암기에 들이는 시간을 응용과 판단에 쏟으면 된다. 

스마트폰의 전화번호 저장기능 때문에 외우는 전화번호가 거의 없다고 해서 인간의 뇌가 퇴보 하는 것은 아니다. 현시점에서 비즈니스 적으로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AI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활용능력의 제고와 알고리즘의 공정성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데이터가 중요한 생산요소가 됐다. 영국의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가 “데이터 기반기술기업의 독과점 여부를 심사할 때는 기업의 크기나 시장점유율 대신 기업이 보유한 데 이터 자산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할 정도다. 

AI의 요체인 알고리즘이 아무리 뛰어나도 데이터가 충분해야만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쇼핑몰이 다양한 방법으로 회원가입을 유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추천 알고리즘에선 세계 최고라는 아마존은 막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소비패턴을 분석해 고객이 주문하기 전에 상품을 미리 배송해주는 서비스까지 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이 고객은 이 제품을 찾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다. 

국내에선 아직 이런 데이터 축적과 분석이 모두 충분하지 못한 상태다.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적용해보고 데이터로 결과를 본 후 계속 다듬어가는 ‘Plan-Test See’ 사이클을 내부화한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데이터가 갖는 효용은 객관적 사실을 기초로 관찰을 한 후 상·하급자가 의견을 나누는 것인데, 여전히 데이터보다 상사의 지시가 무조건적으로 우선인 경우가 많다. 데이터를 통해 나타난 결과를 고 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하기 위한 기반으로 쓰지 않고 직원 평가에 쓰는 주객전도 현상도 나타난다. 

AI의 공정성도 디지털 비즈니스의 복병이다. 아마존의 AI 스피커 ‘알렉사’는 제품추천 요청을 받으면 자사 주력제품을 추천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알고리즘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커지면 AI기반 서비스의 미래도 없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한성숙 대표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한 얘기도 같은 맥락에서 해 석된다. “우리가 확보한 여러 가지 기술을 사용자가 더 잘 쓸 수 있게 하려면 서비스의 공정성을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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