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산업구조가 수시로 변하는 시대가 되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도 바뀌고 있다.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해외 선진기업의 노력과 국내기업에의 시사점을 본보 선데이저널이 살펴보았다. 

세계적으로 인재육성에 뛰어난 기업들을 살펴보면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조직의 모든 리더들이 직원들의 성장과 리더십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선진기업들은 어떠한 원칙으로 인재를 육성하고 있을까?

최근 기업을 둘러싼 경제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과거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공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인재활용 측면에서도 빅데이터 등의 신기술이 계속 등장하면서 기존 업무방식이나 직무역량의 유효기간은 더욱 짧아지고 있다. 

지금 축적하고 있는 역량 중 절반 이상이 2020년 이후에는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 만큼, 현재의 인재육성 프로그램으로는 미래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는 것이다.

● 변화의 시대가 요구하는 직무역량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직원의 직무역량으로는 ①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평생학습역량 ②본인과 다른 직무분야의 기술과 지식을 융합할 수 있는 역량 ③신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 ④주어진 ICT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강조된다. 

해외 선진기업들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재육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 빅 데이터를 활용한 우수인재 확보 

해외 선진기업들은 현 시점의 최고인재는 물론 잠재적인 최고인재 Pool을 확보하고 채용에 활용한다. 필요할 때 수시로 공고해 적합한 인재를 물색하는 것보다 시간이 크게 단축될 뿐만 아니라, 회사가 기대하는 인재를 확보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구글은 빅 데이터 기술에 기반 해  모든 입사지원자를 최고(Best of Best)의 인재와 차선(Second-Best)의 인재로 구분해 관리한다. 인력확보 수요가 생기면 Best of Best 인력 풀에서 채용을 진행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Second Best 인력풀에서 적합한 인재를 물색한다. 

차선이라지만 기본역량이 검증되어 채용 후 업무과정에서 역량을 충분히 끌어 올릴 수 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성급히 인력을 채용할 경우 예상되는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이다. GM도 채용과정에서 아깝게 탈락한 지원자를 은메달리스트(Silver Medalist)로 구분해 상시 관리한다. 

도전적이고 어려운 일에 필요 인력이 부족한 경우 회사는 금메달리스트와 함께 은메달리스트를 채용·배치하는 한편,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스스로의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은 3년~5년 이상의 중장기 관점에서 필요한 직무를 분석하고 DB화하는 한편, 세미나 개최나 연구지원 등을 통해 우수인재 리스트를 확보해 최적의 인재를 채용한다. 

MS나 SAP도 최고의 인재가 지원하기를 기다리지만 않고, 자사 직무에 부합하는 인재 Pool을 확보하고 필요시 수시로 접촉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 교육·훈련, Anything & Anytime & Anywhere 

기술과 경쟁 환경이 변하면서 교육·훈련 방식도 바뀌고 있다. 직원들을 특정장소에 모아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장소와 시간에 제약이 없는 교육방식을 지향한다. 교육 내용도 획일화된 프로그램에서 벗어 나 개개인의 필요 역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애플은 사내 대학(Apple Univer sity)을 운영하여 임직원들의 다양 한 학습 수요에 대응한다. 아울러 애플스토어를 통해 ‘Retail-Me’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해 스마트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인텔은 사내의 각종 업무정보와 지식을 손쉽게 공유하도록 Wikipedia와 같은 소셜미디어형 DB를 구축하였다. 이를 통해 직원은 자발적으로 업무 지식과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상호 공유해 단시간에 높은 학습효과를 거두고 있다. 

페이스북도 전통적인 훈련방식을 지양하고, 전 세계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Webcast, Round table, Coaching Circle 등의 학습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 혁신의 걸림돌, 연공서열을 폐기하라 

직무와 역량을 앞세우는 인사체계가 해외 선진기업에서 보편화되고 있다. 수평적인 관계에서의 소통과 협업을 강조하고,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과 성과를 따져 승진시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상하관계 중심의 소통과 연공서열에 기반 한 승진이 여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글로벌 온라인 쇼핑업체인 Zappos는 권위주의와 위계로 인한 업무비효율과 갈등을 제거하고자 Hola-cracy를 도입했다. 자율과 자급자족적인 결합을 의미하는 Holachy 와 Cracy(통치)의 합성어로 직원 간 동등한 위치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을 말한다. 

Zappos는 2014년 직급을 폐지하고 수평적 업무체계를 마련한 후 다양한 아이디어가 창출되고 업무실적도 향상되는 성과를 이뤘다. 미국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인 넷플릭스는 유연한 승진체계를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직원이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서 매출·수익기여도가 높거나 기업문화개선이나 핵심가치 면에서 탁월한 롤 모델이 되는 경우 해당 인력을 승진시키고 있다. 구글은 상위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여부를 최우선 승진기준으로 삼는다. 

개인의 목표와 실제 달성도를 바탕으로 본인과 직속상사, 동료의 평가내용을 취합하고, 이를 경영진과 인사담당자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에서 상위 직책수행 가능성을 철저하고 엄격히 평가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해외 선진기업들은 연공급 대신 직무급이나 성과급을 확대하거나, 비금전적인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연공서열의 부작용을 줄여 나가고 있다. 

● 다양성이 미래 경쟁력이다

조직 내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관찰된다. 다양성 존중은 기업 평판에도 좋은 영향을 주어 더 많은 인재들을 불러들이는 역할을 하고, 기업성과 면에서도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업이 여타 기업보다 ROE 등이 10% 이상 높다고 한다. 

항공기와 전투기를 제조하는 보잉社는 물론, Novartis와 J&J와 같은 해외 선진기업에서는 최고경영진 주도로 D&I(Diversity & Inclusion) 조직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인종·성별·종교적 다양성이 지속적으로 존중받고, 그것이 성과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제도와 근무 환경을 관리해 나가는 것이다. 

이처럼 해외 선진기업들은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를 단순 기술개발이 아닌 조직전반의 혁신으로 대응 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제조 시대의 수동적이고 경직적인 인사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창의적인 자세로 미래인재 육성에 나서야 할 것이다.

● 선진기업들의 인재육성 7원칙

1. 길게 보고 투자하라

인재육성을 잘하기로 이름난 기업들은 인재육성을 새로운 기술이나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만큼 중요시하고 경기가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변함없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조금만 경기가 시들해지면 교육예산부터 삭감하는 다수의 한국 기업들이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

2. 교육이 아니라 코칭으로 지도하라

인재육성에 뛰어난 기업들은 리더십 개발을 위해 강의와 같은 주입식 교육뿐 아니라, 실제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상사와 함께 찾아가는 액션러닝과 코칭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인재사관학교로 유명한 기업들이 유독 인재육성에 코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교육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업무상의 문제점이 현실에 너무 많기 때문이다.

3. 핵심인재 풀은 반드시 필요하다

핵심인재를 뽑자니 구성원들 사이에 위화감이 생길 것 같다며 주저하는 조직이 있는데, 핵심인재 풀의 운영은 꼭 필요하다. 물론 선발 과정은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리고 한 번 선발되더라도 향후 업무태도나 역량개발에 대한 노력, 애사심 등을 바탕으로 언제든지 아웃될 수 있고, 동시에 누구나 핵심인재가 될 가능성이 열려 있어야 한다.

4. 미래의 CEO는 '내부'에 있다

흔히 미국과 유럽의 월드클래스 기업들은 기업 내부에서 CEO를 발탁하는 것보다 외부에서 유명 CEO를 영입하는 것을 선호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포춘>이 선정한 인재육성 기업 리스트에서 2위를 차지한 제너럴밀스(General Mills)는 90% 이상이 내부 승진이며, 3위를 차지한 P&G는 1837년 창립 이래 회사를 이끌었던 모든 CEO가 P&G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정도로 CEO의 내부승진을 타협할 수 없는 원칙으로 믿고 실천하고 있다.

5. 조직의 전략과 인재육성 전략을 통합하라

인재육성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뚜렷한 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을 뽑아서 열심히 키우다 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인재를 잘 키우는 조직으로 성장할 수 없다. 인재육성에 뛰어난 기업들은 먼저 '어떤 비전과 목표를 어떤 전략으로 달성할 것인가'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 말은 곧 '우리 회사의 전략을 추진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를 먼저 고민한다는 것이다.

6. 인재관리와 인재개발을 통합하라

인재사관학교들은 인재를 선발하고 관리하는 HRM(Human Resource Management) 기능과 개발하는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의 기능을 통합해 일관성 있게 실행한다는 점이다. 조직에 필요한 인재 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선발하고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교육하는, 선발과 교육이 일관된 원칙 아래 통합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7. 리더로서의 경험을 미리 쌓게 하라

인재사관학교들은 잠재력이 뛰어난 인재들에게 업무를 전략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부여함으로써, 리더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경험을 하게 한다. 이때 단순히 업무영역만 다양하게 주어서는 안 된다. 리더가 알아야 할 여러 업무뿐 아니라, 전략적 주요시장에 대해 미리 경험하고 이해하게 함으로써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기회도 부여하는 것이 좋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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