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가운데 내용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을 앞두고 중소기업업계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로 관련 업계의 숙원 사업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항해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됐지만 'J노믹스'(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를 이끌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은 감감무소식이다. 새 정부 초기 강력한 중소·벤처기업 진흥 정책을 펴야 할 주무부처 출범이 늦어지면서 각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0년 만에 중고기업계의 염원을 담은 중소벤처기업부가 탄생을 예고하고 있지만 출발부터 순탄치 않은 모습이다.

애초 업계는 문재인 정부가 차관급인 중소기업청장 인사를 먼저 실시한 뒤 일자리대책, 창업·벤처 활성화 대책 등 굵직한 국정과제를 준비하면서 정부조직 개편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중소기업청이 부로 승격되면 신임청장이 장관으로 재신임 받아 인사청문회를 하거나 장관인사는 별도로 내고 청장은 차관으로 임명하는 시나리오를 예측했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에나 중소벤처기업부 장·차관 인사를 낸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은 속도를 내봐야 7월 이후로 밀릴 공산이 커졌다고 한다.

한편,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관련 지금까지 파격과 개혁성향의 인사가 주로 내각에 포진한 만큼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 관료출신이나 여성장관 발탁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여성장관 30%’를 공약한 가운데 산업자원부와 보건복지부에 남성장관이 발탁된 만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중소기업 대통령’을 천명한 만큼 초대 장관은 정치적인 계산을 떠나 누가 봐도 상징성이 강한 인물이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어 은근히 남성장관을 기대하는 눈치라고 한다.

중소기업청은 이번 정부에서 유일하게 장관급 부처로 승격하면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장관급 부처 출범은 그간 '낙수효과'로 상징되는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 아니라, 중소·벤처기업 위주의 성장으로 경제정책 방향타를 돌리는 상징적인 조치이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창조경제 업무,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인력·지역산업·기업협력 업무, 금융위원회의 기술보증기금관리(기보) 업무를 넘겨받을 예정이다. 지금의 1관6국 체제의 조직은 장·차관 아래 기획조정실·중소기업정책실·창업벤처혁신실, 소상공인정책국을 둔 3실1국8관 체제로 개편된다. 
 
행정자치부가 기능이관 및 인력배치 등 구체적인 안을 짜고 있지만 정부조직법조차 통과되지 못하면서 모처럼 주목받는 중소·벤처분야 정책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에 중소기업계 인사들은 지난달 29일 국회를 찾아 "조직개편을 완료해 시급히 업무에 착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특히, 업무를 주고받는 과정에 '부처이기주의'식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잡음도 흘러나오고 있다. 금융위 소관인 기술보증기금의 중소벤처기업부 이관이 확정됐지만, 세부조정 과정에서 금융위에 일부 업무가 남는 방향으로 결정되자 중기청이 반대 입장을 내놓고, 금융위원회는 이에 반박하며 다투는 모양새가 연출된 것이다.

정부조직법과 함께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도 표류하고 있다. 11조2000억원 규모 이번 일자리 추경 예산의 30%가 중소기업청 소관이다. 창업과 수출지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상당액이 배정돼 추경 안을 토대로 정부가 '정책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기대가 무색하게 국회의 추경심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초대 장관 임명은 여전히 안갯 속이다. 중기청을 관할했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한양대 교수 출신인 백운규 후보자가 지명된 가운데 중기청 내부에선 실세형 장관에 대한 기대가 높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권 인사들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선, 김병관, 윤호중 의원, 홍종학 전 의원 등이 회자되고 있다. 차관은 실무형 인사로 중기청 관료나 타 경제부처 관료가 지명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을 앞두고 기대감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제 본격화된 구체적인 업무조정과 산하기관의 행방에 따라 명실상부한 중소기업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탄생할지, 아니면 무늬만 중기부가 될지는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청 한 관계자는 "정부조직법이 통과되면 청와대가 곧바로 차관을 지명해 부처 업무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관이 무난하게 청문회를 통과해 취임한다고 해도 업무 파악과 조직 안정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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