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등 동남권 경제의 주춧돌인 BNK금융그룹 최고경영권을 노리는 일부 외부인사와 정치권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협력적인 인물을 회장으로 발탁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해온 것을 입증하는 문서가 발견돼 반발이 일고 있다. 

지난 7월 24일 'BNK 순혈주의 문제점과 향후 지배구조 방향'이라는 제목을 단 A4 용지 두 장 분량의 문서가 지역 언론에 입수됐다. BNK 주변 인물이 작성하여 외부 또는 여권 인사 등이 각색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서는 정치권 줄 대기를 시도 중인 일부 외부 인사는 물론 이들과 접촉한 정황이 포착된 일부 정치권 인사 등을 취재하는 과정에 입수됐다고 한다. 

'BNK금융그룹 회장, 부산은행장 선임과 관련한 의견'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는 이 문서는 BNK금융지주 회장직을 노리는 외부인사 가운데 일부가 여러 경로를 우회하거나 직접적으로 정치권 인사 등에 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담겨진 내용 등을 전반적으로 감안할 때 일부 정치권 인사는 이 문서를 공유하며 외부인사의 '뒷배'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문서는 우선 '부산은행(BNK금융그룹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은 문재인 정부의 부산 정치권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 …더불어민주당 정권과 협력이 잘되어야 한다. (정권) 창출에 크게 기여한 금융전문가를 물색해야 한다'는 건의 형태의 문구를 담고 있다. 

이 내용은 순수한 민간 금융그룹이면서 동남권의 공공재적인 역할도 하는 BNK를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협력적인 인물, 특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 캠프 등에 도움을 준 인물로 발탁해야 한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BNK를 문재인 정부의 '보은 인사'나 '정치적 전리품'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동남권 민심에 큰 역할을 하는 BNK를 지방선거 등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의중까지 담겼다는 분석도 가능한 상황이다.

문서는 또 '…이번에는 BNK회장과 부산은행장을 분리하여, 회장은 금융정책당국, 정치권 등과의 업무를 수행하게…역할 분담이 이루어져야 한다'고도 적시하고 있다. '오는 19일 2차 임추위에서…'라는 내용도 담고 있다고 한다. 

이는 BNK금융지주 임원추천위원회와 이사회가 회장과 은행장 분리, 내·외부 공모 방식 선임을 결정한 지난 7월 19일 이전에 이미 일부 외부인사 등이 이 문제를 예단했다는 것을 의미해 더욱 충격을 더하고 있다. 

BNK 최고경영자 선출 과정에서 일부 외부 인사와 정치권이 야합 등 적폐를 재연한다는 지역 언론들의 지적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이들이 지역 정서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무시한 채 구시대적인 행보를 일삼는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BNK금융지주 차기 회장 공모 마감 시한이 26일로 다가온 가운데 지역경제 이해도가 낮은 정치권 인사의 낙하산 내정설이 불거지면서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지역 사회를 넘어 전국 금융권의 이슈로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낙하산, 보은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상황에서 세간의 예측대로 여당 측 인사가 선임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융산업노조 부산은행지부, 부산지역노조협의회는 25일 오후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은행 본점 1층 로비에서 ‘낙하산 인사 저지’ 합동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허권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전국 금융권 노조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또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부산금융도시시민연대, 부산상공회의소 등 지역 시민사회·경제단체도 동참한다. 

앞서 BNK금융지주 최대 계열사인 부산은행의 노조는 지난 21일 부산은행 본점 로비에 ‘다가오는 BNK 반백년을 외부 낙하산에 맡길 수 없다. 이사회는 조직의 주인인 직원의 명을 들어라’고 적힌 현수막을 부착하고 낙하산 인사 저지 투쟁에 돌입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는 이날 별도의 긴급성명을 내고 “부산경제의 중심축에 있는 BNK의 최고 경영자 선출이 내부 인물 기용이 아닌 정치권 줄 대기를 통한 ‘낙하산’ 또는 ‘보은 인사’로 전락할 경우 BNK 발전을 해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이어 “BNK를 정치 전리품으로 삼는다면 지역 사회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이며, 그 책임은 정치권 또는 정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BNK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7월 26일 오후 5시까지 대표이사 회장 공모 신청을 받는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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