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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은 잘한 미친 짓이다…결혼은 가업(家業)이다”조성호의 세상만사
  • 칼럼니스트 조성호
  • 승인 2017.08.1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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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가 나온 적이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혼인관을 대변하는 것 같은 제목 때문에 관심을 가지는 말이다. 부모세대들은 가뜩이나 혼인하지 않는 젊은 세대가 많아 걱정인데, 이런 영향으로 우리 자식들이 행여나 혼사를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괜한 노파심을 가져본다. 

혼인은 개인의 인생사에서 대표적인 대사중 하나이다. ‘혼(婚)’이 원래 저녁 혼(昏)’으로 ‘혼시성례(昏時成禮)’의 의미이며, 『예기』에서는 ‘혼(婚)’은 사위(婿), ‘인(姻)’은 처(妻)를 이르는 말로 “사위가 저물녘에 와서 부인이 그로 인하여 갔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따라서 혼(婚-장가들 혼) 남자가 장가든다는 뜻이고 인(姻-시집갈 인)은 여자가 시집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결혼은 남자가 장가든다는 의미만 있는 일제강점기의 잔재로 남존여비 사상이 배어있어 쓰지 말아야 하는 용어이다. 

특히, 이 말이 고려시대 몽골지배 아래서 결혼하지 않은 고려여성을 데리고 가던 관청인 결혼도감에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더더욱 사용치 말아야 된다는 의견이 많다. 우리나라 헌법과 민법에도 용어는 혼인으로 통일 되어있다. 

혼인은 인간이 만든 어떤 제도보다 긴 역사를 가졌다. 탄생과 짝짓기, 혼인과 출산의 반복으로 인류는 오늘날까지 존재해올 수 있었다. 프랑스의 사회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혼인을 ‘인류가 생각해 낸 가장 위대한 교환제도’라고 말한 바 있다. 

그동안 계약혼인, 시민결합과 같이 다양하게 발전해온 과정을 살펴보면, 그 형태가 정치, 사회, 종교적 맥락에 따라 수많은 변화를 거쳐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랍다. 우리고유의 전통 혼인식은 갑순이와 갑돌이가 꽃가마 타고 시집가고 장가드는 시골의 즐거운 잔칫날을 연상한다. 

이날은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갑순이와 갑돌이의 혼인을 축하해주고 떡과 잔치국수에 술을 마시고 춤추며 떠들썩하게 동네잔치를 벌였다. 혼례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혼인이 성립되는 의식, 즉 혼인식을 말한다. 

조선시대에는 혼인식을 거행하거나 혼인식을 하지 않았더라도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들에 대해서는 유효한 혼인으로 인정하는 사실혼주의를 택해왔다. 그러나 일본 강점기에 신고혼주의로 개정하였으며(1923.7.1.조선민사령 개정령), 현재 우리나라는 이것을 그대로 이어받아 신고혼주의를 택하고 있다.(민법 제 812조). 

이와 같이 사실혼과 신고혼으로도 결혼이 성립하지만, 예로부터 사람들은 결혼의식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왔다. 최근 혼인식을 간소하게 하는 작은 혼인식을 하자는 측과  일생에서 한번밖에 없는데 호화스럽게 치러야 한다는 시각이 양립하고 있다. 최근 프란치스코 로마교황이 혼인할 때 중요한 것은 예식이 아니라고 강조한 것을 보면, 신랑과 신부가 평생을 함께 어떻게 살지를 고민하기보다 단 몇 시간 만에 끝나는 ‘식’ 준비에만 매달리는 현상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듯싶다. 

혼인은 문화다. 1993년 결혼 의식 조사에서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이라는 답변이 26%였는데, 2014년 그 비율이 73%로 집계됐다는 보도를 접한바 있다. 여기에는 과거 남존여비 제도의 불평등한 혼인 생활을 답습하지 않으려는 여성들의 인식 전환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최근 우리나라는 초혼연령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혼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일생일대 한번 총각과 처녀가 처음만나 부부로 해로하는 혼인에 대해 여러 가지 비판의 소리가 높다. 인간의 대사 중 하나인 혼인을 식장 사정에 따라 혼례의식을 시간에 쫓기며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듯 후다닥 치르는 것, 진심으로 축하해 줄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이유로 초대하는 것, 지나친 혼수, 호화 예식, 신혼여행 후 시가에서 해야 할 폐백을 혼인 당일 식장에서 치르는 일 등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것뿐만 아니다. 피아노 반주 웨딩마치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이 곡을  웨딩마치로 쓰는데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이 많다. 왜냐하면 바그너의 비극 오페라 ‘로엔그린’의 제3막에서 나오는 결혼 합창곡(Bridal Chorus)인데 이 곡이 예식장에서 웨딩마치로 쓰이게 된 데는 바그너의 열렬한 팬이었던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공주가 프러시아 프리데릭 윌리암 왕자와 결혼할 때 이곡을 연주한 후 영국왕실에서 결혼 연주곡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결혼 축하곡이라고는 하지만 오페라의 비극성으로 인하여 웨딩마치로 쓰는 것은 부적합하고, 그리고 오페라 내용상 영원한 축복의 노래가 아니고 불행의 전주곡처럼 되어있는데 사용하는 것은 모순이다. 다행히 요즈음에 와서는 개성 있게 색다른 자신만의 곡을 연주하기도 한다.

또 혼인과 관련해서 알아야 할 용어가 사돈이다. 우리 속담에 '사돈 모시듯 하다', '사돈 남 말 한다', '사돈집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와 같은 속담이 많다. '사돈 남 말 한다'는 속담은   '자기의 잘못이나 허물은 제쳐 놓고 남의 일에만 참견한다.'는 뜻이다.  

또 우리 속담에 '사돈집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가깝게 지내기에는 어려운 상대가 사돈이기에 '멀수록 좋은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사돈(査頓)'의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고려 장군 윤관과 오연총은 1107년 각각 도원수와 부원수로서 여진정벌에 나서서 승리하였다. 그 후 그들은 자녀를 서로 혼인까지 시켰고, 자주 만나 술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회포를 풀었다. 어느 봄날 술이 잘 빚어진 것을 본 윤관은 오연총의 생각에 술동이를 하인에게 지게하고 오연총의 집으로 향했다. 

개울을 건너가려는데 지난 밤 비로 인해 냇물이 불어서 건너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연총도 윤관의 생각에 술을 가지고 개울 저 편에 와 있었다. 이에 윤관이 "서로가 가져온 술을 상대가 가져온 술이라 생각하고 마시자"고 말했다. 그래서 둘은 서로 등걸나무(査)에 걸터앉아 서로 머리를 숙이며(頓) '한잔 하시오'하면서 자작하여 술을 마셨다. 

여기서 유래하여 서로 자녀를 혼인시킨 사이를 사돈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사돈이란 말이 윤관과 오연총의 일화에서 나온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사돈을 '친가(親家)'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중국어는 아니고, 몽골어와 만주어에서는 찾을 수 있는데. 이때 '사돈(xaдam)'의 뜻은 일가친척을 일컫는 말이어서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르게 사용된다. 

몽골에서는 우리나라를 '사돈의 나라'라고 부른다. 이것은 칭기즈칸 시대에 몽골이 고려와 형제의 나라로 맺어진 것에서 유래한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혼인통계에 따르면 혼인 건수는 28만 1635건으로 2004년(30만 8600건)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는 5.5건으로 1970년 통계를 시작한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처음 혼인을 하는 나이는 점점 높아져 남자 초혼 평균 나이는 32.79세, 여자는 30.11세로 집계됐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예 혼인 자체를 안 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간다.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했다는 ‘삼포 세대’가 요즘 20~30대다. 

삼포 세대에겐 혼인은 선택일 뿐 필수가 아니다. 통계청 2014년 사회조사 결과에선 ‘혼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젊은이가 2명 중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꾸로 말하면 미혼 남녀의 절반은 혼인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미혼 남자는 51.8%가, 미혼 여자는 38.7%만이 혼인에 찬성했다. 이는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개인주의 문화를 대변한다. 나 홀로 살면 편하게 잘 살 수 있는데 왜 굳이 복잡하고 힘든 혼인을 하느냐는 인식이다. 

우리나라는 세계경제대국 10위권에 들어 있는 선진국 대열에 있고, 지금의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남녀의 지위도 여성 상위시대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사회진출로 경제활동을 활발히 해 집안 살림만 하던 과거와는 격세지감이 든다. 

여성들의 경제력이 남성과 거의 동등해졌고 남성보다 능력 있는 여성도 많아졌다. 이제 혼인문화도 구시대적 관습에서 벗어나야한다. 시댁위주의 문화나 남성위주의 생각도 바꿔야 한다. 요즈음은 시댁 부모들도 자식들 눈치 보며 간섭하려 하지 않는다. 

혼인 후도 양가 부모들을 똑같이 모시고 남자도 집안일 분담하고 맞벌이가 당연해진 사회 분위기에서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사회 참여를 요구 받게 됐다. 맞벌이 부부로 결혼이 아닌 진정한 '혼인의 의미'를 되새겨 행복한 가정 이루고 사는 것이 본인의 행복은 물론 부모에게 효도하고 사회를 복되게 만드는 첩경임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혼인은 음과 양이 합하여 삼라만상이 창조되는 대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일이며, 대자연의 섭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짝을 찾는 순수한 인정(人情)에 합하는 일이기 때문에 조선 정조 때 고례(古禮)에는 천지의 이치에 순응하고 인정의 마땅함에 합하는 것이 혼인이라고 했다. 

최근의 혼인기피현상으로 초래된 저 출산 현상은 인구고령화와 맞물리게 되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그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2019년에 고령사회(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는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저 출산의 문제는 결국 고령화와 고령사회에서 부양을 둘러싼 노동력 감소, 사회적 갈등의 심화, 가족관계의 해체 등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심각한 문제를 파생시킬 수 있다. 

극심한 경제 불황과 취업난 속에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는 이들에게 혼인은 부담스러운 일이 돼 버렸다. 또 부모들도 자식들의 혼례를 치루고 나면 허리가 휘청거린다는 얘기도 한다. ‘초라한 커플보다 화려한 싱글’을 선호하는 삼포 세대는 혼자 사는 게 훨씬 자유롭고 좋은데 왜 굳이 혼인해야 하는지 되묻는다. 

그러나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젊은 세대들에게 ‘결혼은 미친 짓이다’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혼자 사는 게 비정상이다’라는 인식을 시키도록 모두 힘을 합쳐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조성호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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