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매출을 지탱해주던 광고·협찬매출은 물론 시청률·구독률로 유지한 수익 역시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광고·협찬 파이는 정체돼 가고 있으며, 시장 내에서의 경쟁자는 더욱 늘어 난데다, 여기에다 인공지능·증강현실(AR)등 새로운 기술 등장에 따른 대응 역시 언론사엔 언감생심이다.

언론사들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뉴스제공 외에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보여주기식’으로만 그쳐 서비스를 경험한 독자가 실망해 더 이상 찾지 않고, 찾아오지 않다보니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문을 닫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일보를 시작으로 탄력을 받은 ‘디지털 퍼스트’ 전략 역시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등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실험단계에 머물고 있다.

종이신문에 등을 돌리고 웹과 모바일로 이동한 독자들을 다시 끌어오려는 종이신문의 전략을 이르는 말이다. 디지털 퍼스트라는 말은 2014년 5월 유출된 ‘뉴욕타임스’의 ‘혁신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에 따르면, 디지털 퍼스트는 “최우선 순위가 종이신문의 어떤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가능한 최고의 디지털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자 “최종적으로는 다음 날 종이신문에 올릴 만한 최고의 디지털 기사를 골라내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혁신 보고서 발표 이후 한국 신문사들도 디지털 퍼스트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뉴스 소비 행태와 온라인 환경 속에서 ‘디지털 퍼스트’ 전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퍼스트 전략은 기자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 한 전문가는 디지털 퍼스트 때문에 내일의 이야깃거리를 선별하고 이야기로 가공하는 일을 해왔던 언론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기자는 편집 일정에 따라 제출한 기사가 인쇄되고 방송되면 끝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기사가 인터넷에 공개되고, 댓글이 달리고, 교류 매체를 통해 공유되는 한, 필요하다면 언제나 기사를 고쳐 올린다. 왜냐하면 뉴스를 결정하는 자는 언론인이지만 그 가치를 심판하는 자는 클릭, 댓글, 공유의 당사자인 공중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의 최고의 기자는 ‘안 쓰는 자’가 아니라 ‘일단 쓰는 자’ 그것도 ‘열심히 고쳐 쓰는 자’가 될 전망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디지털 퍼스트를 위기를 타개할 구원투수로 간주하고 있지만, 한국 언론의 디지털 퍼스트 전략이 왜곡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전문가는 한국의 2015년 1월 “주요 신문사들이 추진 중인 디지털 퍼스트 전략은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검색어 장사를 하거나 종이신문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에 기사를 먼저 노출시키는 ‘선(先) 출고’ 개념이 짙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디지털 퍼스트는 웹, 모바일 등 각 플랫폼에 최적화된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자는 게 ‘지상과제’인데 비해 각 신문사가 추진하고 있는 전략은 기사 출고 속도에만 방점이 찍혀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단기 성과인 ‘트래픽’에 목을 매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신문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전문가는 ‘신문보다 모바일이나 인터넷에 먼저 기사를 출고하는 것을 디지털 퍼스트로 착각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퍼스트 전략은 각각의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한국 언론이 입으로는 ‘디지털 퍼스트’를 말하지만 사실상 ‘페이지 퍼스트’에 묶여 있다는 지적도 있다. 디지털 퍼스트에 대한 뚜렷한 목표와 비전이 없어 온라인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을 곧 디지털 퍼스트라고 착각해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기자협회보’ 2015년 1월 21일자 사설 ‘디지털 퍼스트’ 좀 더 과감하게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더 과감하고 혁신적인 개혁이 있어야 한다면서 디지털 퍼스트 전략으로 4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페이지뷰 확대에만 매달려서는 뉴스 수용자들을 붙잡기 힘들기 때문에 저널리즘의 신뢰를 훼손하는 트래픽 중심 사고와 결별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 퍼스트는 기술적 뒷받침이 없이는 반쪽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뉴스를 찾는 독자의 특성을 파악해 최적화된 서비스를 할 선진적인 CMS(콘텐츠관리시스템)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독자들의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곳이 뉴스 생산의 한 축이 된 만큼 정부기관이나 기업체에서 뉴스 생산을 넘어 온라인 영역 뉴스 발굴 비중을 늘려야 한다. 

넷째, 공급자 위주의 제작 방식을 탈피해 뉴스 수용자와 협업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는 등 독자와 호흡해야 한다.

하락하는 신문매출은 디지털 분야에서 일정부분 상쇄해야 하는데 그 비중은 여전히 기대 이하이다. 유무선 인터넷 플랫폼에서 실기한 언론계가 디지털 시대의 보루로 삼고 있는 콘텐츠 유로화에 대한 논의를 다시 꺼내 들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언론사마다 새로운 비전 찾기에 분주하다. 조선일보는 이달 말까지 보스턴컨설팅 그룹의 컨설팅을 통해 디지털전략 등을 새롭게 수립할 예정이다.

관건은 투자여력과 기술력 등이 뒤쳐진 언론이 ‘기울어진 운동장’의 판을 뒤엎을 수 있는지 여부다. 전통 미디어는 자기가 만든 콘텐츠에 대한 선택과 집중전략을 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사람과 조직 등을 갈아엎지 않으면 힘들어진다. 업무에 대한 재 정의와 함께 비전 등이 뒤따라야 할 뿐 아니라 경영진의 실천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뉴욕타임스마저 침몰시킬 수 있는 거대한 빙산은 이미 우리 언론에게도 접근하고 있다. “혁명은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이 아닌 행동을 선택할 때 가능하다”던 미디어 전문가 클레이 셔키 뉴욕대학교 교수의 말이 새삼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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