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명리공부를 할 때, 선생님께서 농담처럼 옛날의 이야기를 이렇게 해주셨다. “아이고, 지라살이 들었구먼!” 이렇게 말씀하시는 스승님의 간명(看命)을 옆에서 듣고, 필자는 손님이 떠난 뒤 여쭈어보았다.

“선생님 ‘지라살’이 뭔가요? 왜, 지랄살이라고 하셨습니까?”라고 다시 여쭈어보았다. 선생님은 “응! 그런 게 있어” 하고 입을 다무셨다. 필자는 답답해서 혼자 이 책 저책을 뒤적거려도 잘 몰라서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며칠이 지난 후 또다시 여쭈었다.

그때 선생님은 말씀하시기를 사람들이 자주 찾아와 묻는 것 중에 “남편이 사업을 해도 됩니까? 아들이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어째야 합니까? 외국에 떠나려고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라고 묻는 것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나라가 어려울 때 일수록 사람들은 용하다는 사람을 찾아서 골목길 끝집까지 찾아와 사주를 물어봐 마음을 안심하거나 예측하곤 했다고 한다.

사주를 간명하다보면 이것을 모르면 정말 뭐라고 말해줄 수 없어 땀이 난다. 그게 천라지망 살이다. 천라(天羅)라는 뜻은 하늘이 그물망을 쳐서 참새가 도망 못 가듯 사람도 자기 뜻을 펼칠 수가 없고 지망(地網)살은 땅에서 또다시 그물망을 쳐서 꼼짝도 못하는 사주가 바로   '천라지망살'이라 고하는데, 이 천라지망살이 들으면 사업도 쉬어야 하고 또 이민을 가면 해결이 된다는 말씀도 하셨다.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쉽게 명리학 책을 찾아보고 알기 때문에 그냥 은어적으로 “지라살”이라고 한다는 선생님의 설명이셨다. 그 의미를 알고서 필자는 혼자 웃었다. 무엇이든 영업비밀이 있는 법(?), 역술인의 기본은 살(煞)을 정확하게 보는 것이다. 좋은 것만 보면 좋은 말을 할 수 있고, 나쁜 것을 보면 안 좋은 운수를 말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마음도 내키지 않을 때가 많다.

정말 기쁘고 축하해줘야 하는데 사연이 얽혀 있거나 현재의 삶이 괴롭거나 일이 안 되는 사람들이 사주를 보러온다는 징크스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주볼 것도 없으니 “한마디로 나쁘니 알아서 조심하시오” 라고 산신령이나 도사처럼 말하기도 그렇다. 그래서 마음에 상처가 안 나도록 말해주고, 또 비법도 알려준다고 한다. 

티베트의 한의사들은 300가지의 산과 들의 풀을 말리고 으깨어서 가루를 내어 병에 담아 잘 보관하였다가 환자가 오면 손목의 맥을 진단한 후 가루약을 조금씩 섞어서 주면 기력을 잃고 누워있던 감기몸살 환자가 그것을 먹고 벌떡 일어난다는 영상을 본적이 있다.

이처럼 사주명리하는 사람들은 비방이나 처방이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고, 오랜 경험과 실전사주를 보면서 체득한 것도 많다. 아무리 사주에 대한 지식이 많아도, 실제로 3천명을 만나보지 않은 사람은 아직 풀냄새가 나는 사람정도로 취급하는 사람도 있다. 

의사가 1만 명의 환자를 수술해야 명의(名醫)라는 소리를 듣는 거나 마찬가지다. 적어도 10년을 꼬박수술에 매달려야 1만 명을 채울 수 있을까. 그만큼 의사도 고독한 직업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천라살이라는 것은 남자사주의 ‘일주’나 ‘월주’ 또는 ‘시주’에 해술(亥戌)이 함께 있는 것을 말하고 어느 해에 해(亥)나 술(戌)이 들어오면 그해에는 사업이 갑자기 안 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또한 여자 사주에 진사(辰巳)가 같이 들어온다거나 본원이 아니면 운(運)에서 진(辰)과 사(巳)가 들어 있으면 올해는 사업을 하지 마세요. 하다못해 미용실을 개업하려 해도 재수가 없는 年에는 해서는 안 되고 특히 결혼하는 해에 여자사주나 남자사주에 천라지망살이 있다면 피해야 한다. 사주의 신살 즉, 나쁜 사주를 골라내려면 240여종을 골라 낼 수 있다. 

그러나 약도 긴요한 약이 있고 한약으로 말하자면 감초가 1등이요, 그다음에 당귀, 천궁, 백작 등이 들어가 사물탕이 되듯이 사주도 몇 가지의 안 좋은 살은 필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 천라와 지망살이 들은 해는 장사도 안 되고 권리비만 들어가 가계세도 건지지 못하고 인테리어비만 1억이 고스란히 들어 장사를 못하고 실패를 하는 경우가 있다.

남자는 천라살이 여자는 지망살이 들어 있는지를 자세히 봐야 한다. “저는 예수 믿어요”라고 상대가 말하면 더 이상 말을 하지 말고 “열심히 기도를 하세요”라고 말을 하면 된다. “하나님이 통섭해 주시니까요”라고 말이다. 

엊그제 우리 딸이 예수를 믿는데, 아버지가 명리공부를 하러 다닌다고 하니까 “아버지는 미신을 믿는다”고 한다. 세상은 우주자연의 이치와 오랜 경험으로 살아간다. 그게 우주의 바이오리듬인 음양오행을 알고 인간 삶의 생극제화(生剋制化)를 살펴보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 

명리학 칼럼니스트 명리이론가 정은광 박사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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