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사회 곳곳의 적폐를 청산하는 데는 많은 국민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퍼주기 식 복지’나 ‘중소기업과 자영업에 대한 無생존전략’,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해서는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 중소기업의 실태

군산의 국가산업단지 내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S대표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에 있어서 금융은 인체의 혈관이나 마찬가지인데, 금융권에서 대환이나 대출연장은 물론 신규대출마저도 해주지 않고 있어 혈액순환이 조만간 멈출 지경(기업이 문 닫을 상황)”이라며, “경주 최 부자도 가물 때에는 곳간을 채우지 않았다”면서 새 정부의 금융·재정정책에 대한 불만을 털어났다.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소기업, 소상공인 등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는 사업체 수는 2014년 기준 354만2350개소다. 반면 30대그룹을 포함한 전국의 대기업 수는 3123개소로, 전체의 0.1%에 불과하다. 대기업에 고용된 종사자 수는 193만여 명으로, 전체의 12.1%다. 중소기업이 나머지 87.9%에 해당하는 1400만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 20여 년간 대기업 수가 줄고, 종사자 수도 꾸준히 감소했다는 것. 1995년에는 대기업 수가 무려 2만여 개소였으며, 283만여 명(25.5%)을 고용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수와 고용인력 모두 늘었지만 체질이 악화됐다. 전체기업 중 5인 이하 영세기업으로 분류되는 비중이 1990년 42.7%에서 2014년 49.9%로 늘었다.

같은 기간 소기업 비중은 36.1%에서 34.5%로, 중소기업 비중은 17.0%에서 13.6%로 줄었다. 이는 매출하락으로 인한 경영악화로 인원감축 때문에 중소기업이 영세기업으로 쇠락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중소기업의 투자의향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그러다보니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 자영업의 실태

부산의 자영업자 K씨는 “2017년 대한민국의 자영업자들은 무시무시한 경쟁과 엄청난 비용의 험난한 여정을 헤쳐 나가고 있다”며, “현재 자영업자들의 상당부분이 이 생활에 만족하는 것보다는 자영업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더 많을 것”이라며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이 높다고 걱정하는 기사들이 넘쳐나고 있지 않느냐”면서 한숨을 지었다.

국세청의 생활밀접업종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2017년 1월 전국 일반주점사업자는 전년대비 3600개소가 감소한 5만5761개소로 6.1% 줄었다. 전국에서 하루에 10개소씩 문을 닫은 셈이다. 이는 경기불황 탓이 가장 크다. 

이미 시장포화가 수없이 언급됐던 치킨집의 경우 지난해 기준 프랜차이즈 가맹점만 2만445개소에 달하며, 3980개소가 문을 열고, 2793개소가 문을 닫았다. 하루 11개소가 개업을 하면, 8개소는 폐업을 한 셈이다. 자영업은 전국적으로 하루 3000개소가 창업을 하면, 2000개소는 폐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 점포를 차린 자영업자 10명 가운데 불과 3명만 5년 뒤까지 살아남고, 나머지 7명은 매출부진 등으로 버티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특히, 음식·숙박업의 경우 창업 후 1년 안에 폐업비율이 44,4%에 이른다. 

● 중소기업·자영업에 대한 구제책은 없는 것인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현재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그 이유로는 정부의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을 지목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영이 악화된다는 건 그만큼 일자리창출도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며, 자영업에서 망한다는 건 근로자가 회사를 그만 두는 것보다 훨씬 큰 고통이 뒤따른다.

소득은커녕 적자에 허덕이고 빚을 지면서 끝까지 버티다 결국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과연 뭘까? 기업의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을 하는 것은 큰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서이다. 한마디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살기위해 자영업에 뛰어든 것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금융·재정정책을 확대해서 금융비용을 경감시켜 사회적 비용을 낮추고 가처분소득을 증대시켜 일자리창출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버스 전용차선제에서 버스가 다른 교통수단보다 빠르게 운행할 수 있도록 버스 전용차로가 존재하듯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위한 ‘금융·재정 전용차로’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 기업들에게 정책금융 혜택을 집중했듯이, 이제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정책금융 배려를 할 때다. 정부가 경기를 살리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이다. 자금을 움직이는 은행은 전당포가 아니라 ‘금융 주치의’이가 되어야 한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문자문맹은 생활의 불편을 가져오지만 금융문맹은 그 사람의 생존이 달려 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금융권은 IMF 외환위기 이후 손쉬운 가계대출로 눈을 돌려 전당포식 영업을 해왔고, 역대 정권은 가계부채 문제에 눈을 감고 부채에 의존해 성장해 왔다. 이제 새 정부와 금융회사들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법을 함께 고민할 때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살리는 ‘금융 전용차선제’의 도입으로 실현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들면 결국 가처분소득이 늘어나고 내수 진작은 물론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금융기관들은 수익률이 높아 상반기 중에 연간실적을 채웠다고 한다.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은 지점권한을 본점으로 가져갔는가하면, 대환과 대출연장은 물론 신규대출도 해주지 않고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을 옥죄고 있다. 정부가 경제를 살리는 데는 금융·재정정책이 필요하다. 재정정책으로 투입된 돈은 없어지는 게 아니다. 경기는 심리가 작용한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에 돈이 투입돼야 인체의 혈액순환이 되듯 중소기업이나 자영업들의 경영이 개선돼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하지만 보조금은 1회성에 불과할 뿐이다.    

경제의 이런 선순환이 우리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금융 복지국가 시대를 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비명은 우리경제의 성장사다리를 부실하게 만들어 장기적인 경제전망까지 어둡게 한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경영실태를 시급하게 점검하고, 위기극복을 위한 금융·재정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경영위기상태에서 탄탄한 성장 생태계 구축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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