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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억제력은 우리 스스로가 자주국방을 하는 길뿐이다

북한이 9월 3일 국제사회와 한국 정부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내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를 계기로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은 또다시 냉전시대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결국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미국과 중국이 인정할 때까지 제 갈 길을 가겠노라는 의도다. 

순진했던 우리는 미국이 북한과 종전협상을 맺고, 김정은 체제를 보장해주고, 대한민국이 주로 담당해야 할 대규모 지원을 제공해주면, 북한이 핵과 도발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북한이 미국과 직접대화를 통해 원하는 것들을 받아내는 통미봉남(通美封南:남한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북한의 대외전략이다. 즉, 핵 문제나 평화체제 협상 등 한반도의 핵심 현안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남한을 배제하고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북한의 외교 전략이다.)전략을 쓰든지 말든지, 우리가 책임져야 경제적 부담은 늘어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결과는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핵보유국이 늘어나면 힘의 균형으로 전쟁은 억제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지만, 핵을 보유하면 언젠가는 핵을 사용하고 싶은 끝없는 욕망으로 전쟁 위험률은 높아진다. 9·11테러사건 이후 핵을 보유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강대국을 괴롭힐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끊임없는 테러공격이 이어지고 있고, 인접국간 분규도 새로운 전쟁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2차 대전이후 평화를 갈구하는 모든 나라들의 여망에 부응하는 NPT(핵확산금지조약)는 세계 185개 나라 중 현재 156개국이 가입돼 있다. 핵무기 생산을 억제해 전쟁의 위험을 배제하고, 평화의 기틀을 마련하자는 것이  NPT(핵확산금지조약)조약의 근본 취지다. 핵에 위협을 느끼는 많은 나라들이 이에 동조해왔다. 

그러나 약소국들의 자위권 방어와 힘의 비축을 위해 핵을 보유하려는 나라들이 늘어나면서 세계는 또다시 냉전시대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기존에 핵을 보유한 나라들은 좌불안석이고, 북한을 비롯한 신생핵보유국들은 마치 군비확충은 오직 핵을 보유하는 길만이 살길이라는 통념으로 핵 연구에 여념이 없다. 따라서 핵기술에 대한 밀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북한과 안보를 팔던 수구세력의 부활이 거의 불가능해진 현시점에서 남북한 강경세력끼리의 적대적 공생도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북한의 선택은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사드 배치 문제도 중국의 경제보복이 문제이지, 미국을 설득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드 환경영향평가에 따라 국내여론이 한쪽으로 기울면 중국은 몰라도 미국을 설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미국은 민주주의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민주주의국가이기에 민주적 절차를 거친 우리의 투명한 결정에 끝까지 반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사드의 전면 배치를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으로 북한의 미사일과 로켓, 방사정포를 막을 수 없기에 상징적인 수준의 배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북한이 핵 포기에 들어서면 얼마든지 철수시킬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드의 전자파 피해나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의 주장은 존중하나 사드 철수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단기적으로 전략 기술적 운용으로 반대론자들을 설득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중국의 보복에 굴복하는 모양새로 사드를 철수하면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은 땅바닥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경우의 수에서 아예 제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국의 보복방식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약소국을 핍박할 때의 제국주의 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보복에 굴복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수십조에 이르는 우리의 피해를 감수한 채 중국의 보복에 굴복한다면, 대한민국은 중국의 조공 국으로 전락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가 많은 최악이라지만, 8년이란 재임기간 내내 ‘전략적 인내’라는 의미로 한반도를 방치해두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오바마 전 미대통령에 비하면 남북관계를 주요 의제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다시 찾아오기 힘든 절호의 기회이다. 

트럼프 미행정부는 역대 어느 미행정부에서 보다 남북한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매듭지으려는 의지가 가장 강한 미행정부라 할 수 있다. 트럼프 미대통령의 속셈이 무엇이던 간에 남북한의 극한대치를 끝내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최대의 성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미래세대에게 최대 10만 년이란 핵폐기물 보관에 따르는 피해를 물려줄 수 없듯이, 남북한 극한대치를 후대에 물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흡수통일은 없다며 북한과의 대화에 전향적으로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ICBM 추가도발에 사드의 추가배치를 지시하고, 전시작전권 회수와 사드 철수 이후를 고려해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미사일사거리와 탄두의 중량을 제한해온 미사일지침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것만이 사드를 영구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송영무 국방장관이 핵잠수함 건조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것까지 더하면, 북한의 ICBM 추가발사를 계기로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독자적인 억제력을 갖추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목표로 보인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개발과 무력도발을 끝끝내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대응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김정은 정권이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어떻든 간에 자신들의 스케줄에 따라 모든 것을 진행하려 한다면 우리의 대응도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김정은 정권이 누구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면 우리만 계속해서 구애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북한의 ICBM 추가발사와 앞으로 이어질 핵실험 등을 이용해 종북 몰이와 안보를 도구삼아 정치를 하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은 폭주하고 있는데 내부가 분열되면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평화체제구축도, 경제공동체구상도 상대가 그럴 의지가 있을 때 가능하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한 채 대화에 들어간다면, 우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의 변덕에 따라 미래의 안보도 담보할 수 없다. 북한과 안보를 팔아먹으며 기득권을 유지해왔던 수구세력의 준동도 영원히 지속될 수밖에 없다. 70년 분단으로 인해 통일의 절대성에 동의하지 않는 세대가 늘어나고 있음도 고려해야 한다. 

통일을 절대과제로 생각하는 사람들과 사드반대단체들의 요구와 주장은 모르는 바 아니다. 또한 사드 배치 반대를 위한 집회가 필요하다는 것도 동의한다. 하지만, 그 변화를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폭주로 이어지고 있음에도 그것을 반영하지 않은 채 사드 철수만 주장한다면, 국가안보를 지키려는 문재인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더욱더 줄어든다. 

김정은 정권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수구세력은 이것을 즐길 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방관할 것이며, 미국과 일본은 압박할 것이다. 그럴수록 북한 수뇌부를 협상의 테이블로 이끌어내야 하는 문재인 정부의 지렛대는 갈수록 힘을 잃을 것이다.

우발적이라고 할지라도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불확실한 확률에 의존해 북한의 폭주를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경제뿐만이 아니라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에서 북한의 폭주에 아무런 대응도 없이 대화만 외칠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가 우방인 미국이나 일본과 손잡고 국방력 강화에 전면적으로 나선다면 북한의 폭주를 방관만 해온 중국으로써도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대화의 문을 열어놓은 것을 전제로, 사드가 아니라 그 이상의 전략자산도 융통성 있게 활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을 협상의 테이블로 끌어내려면 단기적으로는 한·미·일 동맹을 최대한 활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자주 국방력을 강화해 독자적인 북 핵 억제력을 갖는 것만이 한반도 평화체제와 경제공동체구축을 위한 주도권을 강화할 수 있다. 

최초로 원폭 피해를 입은 일본은 가공할만한 핵의 위력에 기가 질려 강대국인 미국의 속국으로 표현할 만큼 우호적이며, 전쟁도발의 꿈은 펼치지 못하지만 농축우라늄의 비축, 자위대의 양성 등 군사적인 힘의 비축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최근까지 핵을 보유한 나라들은 국제원자력기구가 공식적으로 평가한 9개국이지만 실질적인 핵보유국은 13개국에 달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보유한 핵을 스스로 포기한다고 선언하고 핵을 폐기했지만, 필요하면 언제든지 복원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구소련은 640회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 습득한 핵기술을 신생 독립국까지 보유하게 돼 소련에서 분리 독립된 러시아·벨루로시·우크라이나 등 3개국이 모두 핵 시설을 보유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비공식적으로 핵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까지 합하면 파키스탄 이후 신생 핵보유국은 8개국에 달한다. 

가히, 핵 개발 전성기를 맞은 느낌이다. NTP(핵확산금지조약)를 주도한 미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중국 등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기존 5개국의 입장에선 핵이 확산되고 있는 불안한 환경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북한과 파키스탄의 주장처럼 우리는 평화수호를 위해 핵을 보유했다는 자위권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울 경우 앞으로 더 많은 핵보유국이 늘어날 개연성이 있다. 만약 북한처럼 악의 축으로 지목된 나라들이 테러에 전술핵을 사용할 경우 자못 문제는 심각하다. 핵개발 능력을 보유한 나라로 한국, 타이완, 사우디, 싱가포르 등이 포함돼있다. 

핵기술은 보편화됐고 세계는 지금 핵 개발 전성기이다.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돼는 마당에 자주국방을 하지 않고 언제까지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에 의존해 국가안보를 유지할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야할 때이다. 그래야 대화의 국면이 도래했을 때 우리의 주도권이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을까.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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