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이른바 ‘소프트 타깃(무방비 민간인 대상)’ 테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는 2016년 11월 13일 언론을 통해 프랑스 파리에서 충격적인 테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뉴스보도로 접했다. 단순한 우발적인 테러가 아닌 지능적이며, 계획적으로 저지른 테러는 무구한 시민 131명을 숨지게 했고 부상자도 349명에 이르렀다.

세계는 경악했고 프랑스는 IS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테러진압에 개입하였고, 미국 또한 그런 프랑스를 도우며 IS에 대한 테러진압에 나섰다. 그로부터 4개월 뒤 또 유럽에서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유럽연합의 심장이라고 불리던 벨기에 브뤼쉘에서 무차별 테러가 다시 발생했다. 출퇴근 시간에 브뤼셀의 자벤텀 국제공항과 시내에서 발생된 테러는 무구한 시민 30명을 숨지게 했고 부상자만 300명에 이르렀다.

특히, 지난 2017년 8월17일~1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중심가인 람블라스 거리와 이곳에서 100㎞ 정도 떨어진 해안도시 캄브릴스에서는 무차별적인 연쇄차량 돌진 테러가 발생해 총16명을 숨지게 했고 125명을 다치게 했다. 

핀란드 항구도시 투르쿠에서도 마구잡이 흉기난동으로 2명의 사망자와 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각국은 이번 테러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IS)의 소행으로 보거나 연관이 있다고 판단하고, 체포된 용의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다.

‘테러 안전지대’로 꼽히던 스페인과 핀란드의 테러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주된 원인으로,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난민유입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유럽연합(EU)국경통제기구인 프론텍스에 따르면, 지난 7월 스페인에 도착한 난민 수는 2,300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4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이 같은 수치는 1개월 유입 난민으로는 2009년 이래 가장 많은 것으로, 올 들어 7월까지 유입인원이 지난해 1년 동안 도착한 난민 수를 이미 넘어서 있었다. 이처럼 물밀 듯이 밀려오는 난민들 사이에서, 난민을 위장한 테러리스트의 출·입국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 한국의 공·항만 출·입국관리시스템은 안전한가? 

한국은 대체적으로 치안이 안전한 나라라고 말하는데 과연 우리나라는 안전할까. 장담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대한민국 관문이 수시로 허술하게 뚫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5월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가 타인의 여권으로 버젓이 입국한 것도 모자라 여권을 빌려준 사람마저 며칠 차이로 입국했는데도 이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2016년 7월에는 부산에 체류하던 중국인 유학생이 여권을 소지하지 않은 채 부산 영도 국제크루즈터미널 출입국 심사대를 통과해 물의를 일으켰다. 

또 2016년 9월 13일 오후 2시쯤 지적장애인 A(여, 25세)씨가 남자친구 B(35세)씨의 여권과 탑승권을 들고 일본 오사카로 출국하는 선박에 탑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출국심사과정에서 아무런 제지 없이 심사대를 통과한 뒤 배를 타고 일본 오사카 항에 도착해 일본당국의 출입국입국심사 중 발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녀도 구분하지 못하고 일본으로 출국시킨 것이다. 실로 눈 뜬 장님 같은 출입국관리사무소 공무원의 어이없는 실수다.

최근 2017년 7월에는 부산 북항7부두에 입항한 NOEL(선사 KSM)호의 기관장이 하선하면서 자신의 선원수첩이 아닌 제1항해사의 선원수첩을 가지고 하선 신고하였는데, 한 달 후인 8월에 제1항해사가 하선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자진 신고하였으나 담당 출입국관리공무원은 외국인선원이 아니라 한국인선원들이라 괜찮다며 쉬쉬하는 등 은폐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제1항해사는 선원수첩도 없이 한달간 배에 승선한 것이다. 현재 선사와 출입국관리사무소 모두 쉬쉬하고 있는 사항이다. 

중국으로 출입국을 했는데도 항공사의 탑승명단에는 탑승자의 ‘정확한’ 이름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져 출입국관리시스템에 심각한 ‘구멍’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법무부의 출입국관리는 국가의 ‘관문’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그 중요성과 상징성이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매년 법무부는 ‘출입국기관장 및 해외주재관 회의’를 열고 공·항만출입국심사 및 보안을 강화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엄정하게 관리한다는 입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발표할 뿐 출입국 현장에서는 구멍이 숭숭 뚫리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공·항만의 국가중요시설 가급인 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터미널, 각 공·항만에서 연이어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우연한 실수인지 아니면 법무부 출입국관리공무원들의 근무기강 해이에서 오는 것인지 철저한 현장점검이 수시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과거 경기도 수원시에서 엽기적인 살인을 해서 소름끼치게 만든 박춘봉을 보면 이게 한국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수원 엽기 살인범 박춘봉(55·중국동포)이 22년 전부터 한국과 중국을 오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냥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니라 이름도 세 번이나 바꿔가면서 그랬다.

경찰에 따르면 박춘봉은 30대 초반이던 1992년 9월9일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그때는 ‘박춘봉’ 실명을 사용했다. 박춘봉은 6년 전 ‘박○’라는 가명을 사용해 한국에 들어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지낸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실제 16년 앞서 한국에 발을 들여 놓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 한국에 들어 온 박춘봉은 4년간 생활한 뒤 1996년 11월12일 중국으로 돌아갔다. 이어 2년 후인 1998년 12월28일 이번에는 ‘이○○’이라는 가명으로 여권을 위조해 한국에 다시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박춘봉은 안방 드나들듯이 한국을 헤집고 다녔던 것이다. 더욱 놀라는 것은 전과자 신분으로 드나들었다는 사실이다. 2003년 4월24일 사문서위조로 검거돼 춘천지법에서 징역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같은 해 7월21일 중국으로 추방당했다.

이런 자가 어떻게 국내에서 6년 동안이나 체류할 수 있었는지, 더욱이 돈을 벌면서 온갖 범죄를 저지르면서 태연히 활보를 하고 다녔는데도 우리 법무부 출입국관리당국과 경찰은 무얼 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박춘봉이 국내에서 조용히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이런 사이코패스적 범죄를 얼마나 저질렀는지 가늠하기조차 할 수 없다. 지금 전국에 사라진 행불자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그 많은 행불자가 이런 자들과 같은 흉악범의 손에 희생되어 지금도 차가운 지하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박춘봉이 시신을 훼손하면서 태연스럽게 대담하게 행동하고 다닌 것, 시신의 일부를 공개된 장소에 버리는 행동은 이런 범죄자에게는 죽은 시신이 동물의 사체정도로 인식할 정도로 수많은 살인을 했다는 증거가 아니라고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벨기에 브뤼셀 테러로 유럽 각국은 점점 난민에 대한 규제와 국경봉쇄라는 여론이 들끓는 와중에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도 거리와 상관없는 테러예방을 위하여 사람들이 다중으로 이용하는 공·항만출입국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하여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도 자국 내에서 자란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이 펼치는 자생테러 위협에 시달리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출입국 및 외국인의 체류관리업무와 효율적 수행을 위하여 또 점점 늘어나는 허위서류 제출자와 부적당한 사람이 항공기, 선박에 탑승하지 못하도록 조치 및 근거를 마련하는 등 현행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회에서 발의되었다.

● 외국인 보호도 중요하지만, 내실 보완이 최우선

국회에서는 개헌특위를 중심으로 외국인의 기본권보호를 확대하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개헌특위 논의내용을 보면 제헌 이래 ‘국민’으로 한정해 온 기본권주체를, ‘사람’으로 확대하자는 게 주요골자다. 외에도 ▲평등조항에 인종, 언어추가 ▲망명권 신설 ▲난민보호의무 신설 등의 내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외국인 기본권 관련 포럼에 참석한 홍익대학교 법학과 음선필 교수는 “기본권주체를 현행과 같이 ‘국민’으로 할 경우 외국인에 대한 보호의 수준을 법령의 제·개정으로 결정할 수 있지만, ‘사람’으로 확대하면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입법이 위헌성을 띄게 된다”며, “외국인에 대한 입법의 재량을 스스로 제약하는 자승자박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시체류자, 불법체류자, 영주권자 등 모든 외국인의 법적지위가 달라 그에 상응한 법적보호를 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헌법에 사람이 기본권의 주체라고 못 박아 버리면 외국인의 법적보호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국회의 권한이 제한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망명권이 신설되면, 계속되는 위헌시비에 쓸데없는 국력이 소모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전문가는 “지금도 많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소송제도를 남용하는 판에, 망명권까지 헌법적 권리로 규정하게 되면 헌법소송이 난무할 것”이라면서 “지금은 진정한 난민이 공정한 절차를 통해 많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고, 가장난민을 신속하게 절차남용에서 배제함으로써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게 우선이지, 망명권 신설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외국인 입국심사는 출입국관리행정의 특징인 외국인 입국허가 여부에 대한 국가의 고유한 주권행사이다. 외국인 입국심사 시 국가 이익보호에 최우선을 두고 있으며, 위·변조여권 소지자 등 불법입국기도 자와 입국금지자의 입국을 저지한다. 여권 위·변조, 입국목적 불분명, 초청자 불분명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한국으로 입국을 시도하는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거부할 수 있다.

외국인의 기본권 보호를 확대하려는 노력은 세계화시대를 맞이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내부사정을 들여다보지 않고 ‘인권’이나 ‘평등’ 같은 허울 좋은 말들을 앞세워 무작정 외국인의 기본권만 확대한다면, 사상누각에 그칠 우려가 있다. 정치권은 외국인의 기본권 보호를 논하기에 앞서, 부실한 출입국관리시스템 상 문제점 등 내실을 먼저 다져야 할 때다.

김쌍주 주간 등 특별취재팀  sundayk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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