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방일외국인 수가 방한외국인 수의 2배 이상 경신했다?

일본 및 중국과의 외교관계가 나빠지면서 타격을 입은 분야 중 하나는 관광업이다. “두 번 다시 한국에 안 와!”, “관광지로 한국은 매력이 없어!”라는 외국인관광객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관광객 급감으로 파리만 날린다는 인천국제공항 외국인관광객비율은 약 39%로 6할의 외국인이 “다시는 한국에 가고 싶지 않다”라고 하는 “혐한 역풍”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는 한국관광산업의 현주소다.

예전에는 한국 언론들이 “다이나믹 코리아”등으로 세계에 한국의 광고탑을 스스로 맡아 관광객 확대에 공헌했는가하면, 몇 년 전까지는 방한외국인이 방일외국인을 넘어 이웃 일본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그런데 한국관광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 일본방문객 중에서 한국인이 선두 복귀

지난 7월 19일 일본정부 관광국은 올해 상반기(1월~6월)의 방일외국인 여행자 수를 발표했다. 전년 동기대비 약 18%증가한 약 1380만 명으로 상반기로는 과거 최고를 경신했다.

연간 최다의 약 2404만 명을 기록해 지난해를 웃도는 수준으로 소비액도 약 9% 늘어난 2조 456억 엔으로 2조 엔을 돌파했다. 방문객 중에서도 한국인이 약 43%증가한 약 340만 명과 지역별로 4년 만(상반기)에 정상에 복귀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방한한 외국인 여행객은 약 676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7%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처음으로 “방일외국인 수가 방한외국인 수의 2배 이상”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관광당국은 방한관광객이 일본의 절반으로 격감한 이유로 올해 3월 미국의 최신예 요격 시스템 “고고도 방어미사일 사드(THAAD)”의 주한미군배치에 대항하는 형태로 중국 당국이 한국여행금지조치를 발동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 크게 증가하는 한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도 조금 올랐다. 이는 한국 언론들이 “일본 어부지리로 ‘사드 특수’에 관광객 늘었다”고 분석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최다 중국인 관광객 급감은 한국의 관광산업에 괴멸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것, 외에 가장 심각하고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다.

● 한·일 관계 냉각에도 일본 찾는 한국인 관광객 급증

주한일본대사를 소환하는 등 한일관계가 극도로 냉각됐을 때도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수가 작년 동기대비 무려 30%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정부 관광국에 따르면 3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여행자수는 전년 동기대비 9.5% 증가한 220만5천700명이었다. 이는 지난 3월 관광객 수로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관광국은 신규 항공노선 취항과 크루즈선의 기항 증가로 관광객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관광객 증가에는 한국인 여행자들의 역할이 컸다. 한국에서 온 관광객 수는 지난달 전년대비 30.6%나 늘어난 48만8천400명이었다. 이는 중국인 관광객 50만9천명(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에 이어 국적별 집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한국인 관광객 증가에는 지속적인 엔저(低) 현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일관계의 냉각 상황은 일본여행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정부는 부산일본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문제에 대한 항의로 지난 1월 9일 주한일본 대사를 자국으로 불러들인 뒤 85일이 지난 4월 4일에야 한국에 귀임시켰다.

외교공백사태가 이어지던 중 일본 정치인들의 독도나 위안부문제에 대한 도발적인 발언이 이어졌고, 일선 학교에서의 과거사 부정과 교단 군국주의화를 우려할 만한 다양한 조치가 일본 정부 주도로 내려졌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은 급속하게 늘어나는데도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관광객의 숫자는 정체됨으로써 관광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것이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4년 동안은 지금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1998년에는 430만 명에 불과했으나 2002년에는 712만 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던 것이다.

해외여행을 다녀 온 우리 국민은 매년 100만 명씩 증가 하는데도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은 1000만 명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급기야 관광적자는 늘어나고 있다. 만만치 않은 적자규모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외화 가득원

한국관광 역사상 처음으로 외래 관광객이 1,00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러한 극적인 반전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을 하고 있다. 낮은 환율 덕을 보고 있는 측면도 있고, 일본에서 원전사고가 일어나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한국관광 자체의 매력이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한류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산 모바일은 노키아의 아성과 애플의 신화를 깨고 세계 제일로 우뚝 섰다. 전 세계 곳곳에서 한국을 한 번 가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방한 외국인보다 외국으로 나가는 한국인들이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단시간에 변하고 있는 관광시장의 니즈를 잘 파악해야 한다. 또한 고객별로 최적화된 관광객 수용태세를 갖추어야 한다(customer segmentation). 일본인 관광객과 여타 외국인 관광객은 판이하게 다르다.

예를 들면 일본인 관광객들은 개별관광을 하고, 또 어떤 나라 관광객은 단체관광을 한다. 일본인은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지만,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은 기름진 음식을 좋아한다. 일본인들은 주로 청결하고 일본어도 잘 통하는 특급호텔에서 숙박하지만,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은 다소 불편하더라도 숙박비를 절약해서 쇼핑에 더 많은 돈을 쓰기 위해 주로 비즈니스호텔에서 숙박한다.

이렇듯 수시로 변하는 관광시장의 니즈를 잘 파악해서 중·장기적인 관광산업육성책들이 마련되어야 한국 관광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건국 이후 한국관광산업의 역사는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창조의 역사였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어렵고 힘들었다는 뜻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엄청난 성공신화였다는 말일 것이다. 전후 복구사업의 일환으로 국가주도의 관광개발이 시작된 이래로 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외화 가득원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를 찾을 수 있는 여건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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