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에 이어 국민의당도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겠다고 나선 국민의당 내부 분열이 더욱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지도부와 호남계 의원들 간 내홍이 장기화되면서, 당 원로격인 동교동계 고문들까지 지도부에 대한 불만과 우려를 드러냈다.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의 뿌리 깊은 정체성을 무시한 지도부의 제왕적 결정들이 양측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됐다면, 깊어진 감정의 골로 당내 일부의원들의 탈당 가능성마저 거론되는 극단의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중심으로 친안계와 비안계로 나뉜 구도에서 양측 간 비방수위도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당 내 일부 호남 중진의원들은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론이 제기된 이후부터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을 계속해서 문제 삼고 있다. 안철수 대표도 이에 질세라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안철수 대표를 향한 비판은 3선의 유성엽 의원이 앞장서고 있다. 안철수 대표가 지난 독일·이스라엘 방문 중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작업에 대해 ‘정치적 복수’라고 표현한 것이 불씨가 됐다. 또 일부 바른정당 의원들이 당을 떠나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자 중도통합을 추진했던 안철수 대표를 몰아세웠다.

유성엽 의원은 지난 6일 의원들이 함께 사용하는 메신저에 “대선에 패배한 사람은 죄인이다”라며 “같이 경쟁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비판해서 개인적으로나 당으로서나 얻을 것이 뭐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우리 당의 미래를 위해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대표직 사퇴를 촉구했다.

대선 이후 안철수 대표를 향한 비판을 이어왔던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도 합세했다. 이상돈 의원은 지난 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바른정당에서 안철수 대표를 아마추어이고 정치적으로 종친 사람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동교동계 원로들은 “이미 우리 고문들은 당에서 마음이 떠났다”며 집단탈당을 암시하는 발언을 꺼내기도 했다.

이훈평 고문은 권노갑·정대철 상임고문, 류재희·최락도·박명석 고문 등과 서울 여의도에서 오찬회동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훈평 고문은 특히 안철수 대표의 중도통합론과 관련해 “당 대표가 구성원들, 의원들과 충분한 대화를 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들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에 굉장히 우려스럽다”며, “안철수 대표는 도대체 누구랑 소통을 하고 있느냐. 불쑥불쑥 당원들도 깜짝 놀랄 일이 발생해서 복잡해지고 있다”고 날선 발언을 이어갔다.

안철수 대표도 적극 대응에 나섰다. 당내 비판여론에 개의치 않고 가던 길을 가겠다면서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바른정당과 정책, 선거연대까지 시도해볼 수 있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호남권 의원들이 중도 연대에 반대입장을 밝히는 것에 대해선 “저희가 가고 있는 중도개혁의 큰 범위 내에 국민의당 정체성이 다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은 이르면 다음 주 안으로 당 진로 결정을 위한 끝장토론을 개최하는 것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민의당은 당 고문들의 바람과는 달리 지도부와 호남계 일부의원들은 여전히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안철수 대표와 유성엽 의원 사이에 ‘끝까지 같이 못할 분’, ‘초딩수준’ 등의 원색적인 설전이 오간 상황에서 표면적인 봉합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의 내분으로 민주당과 바른정당 측의 통합을 위한 물밑 작업 또한 보다 노골화되고 있다. 실제 민주당 측은 국민의당이 ‘같은 뿌리’임을 강조하며 여권의 전열강화를 위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제는 서로 손을 잡을 때가 됐다”며, “그래서 당장은 못 해도 물밑에서 대화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손을 건넨 상태다.

국민의당 지도부가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지속해 나갈 경우, 호남계의 불만도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어서 일부의원들이 탈당해 더불어민주당으로의 입당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한 구체적인 시기만을 남겨두고 있다는 분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예상보다 이른 정계개편 움직임 속에서 호남계 일부의원들이 안철수 당 대표의 자질문제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낸 상황에서 더 이상의 봉합이 어렵게 흘러가는 분위기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 전후로 국민의당 호남계 의원들이 개별적인 이동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고 말해, 향후 국민의당의 분당 혹은 일부의원들의 탈당 여부에 지속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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