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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채용비리’로 교체바람 비화조짐이 일고 있다?
  • 조승현 대기자/총괄사장
  • 승인 2017.11.1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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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계가 조용할 날이 없다. 통상 11월과 12월, 보통 이맘때면 각 은행이나 금융권이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인물을 발탁해 조직을 추스르는데 한창이어야 한다.

그런데 올해는 다수의 금융지주와 은행권을 중심으로 사정당국의 수사와 조사가 이어진 여파에 금융권이 경영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이유는 채용비리로 촉발된 금융권 사정정국이 최고경영자(CEO) 교체 바람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당국의 수사로 가장 타격을 입은 곳은 우리은행이다. 이미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채용비리의혹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검찰·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다음 차례가 또 나올지 금융권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월 12일 금융계와 사법당국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고발로 수사를 받게 됐다. 채용비리로 이광구 행장이 물러나기로 했지만, 후임 인선에 앞서 관치금융 논란까지 안팎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현재 손태승 부문장 일임 체제인 우리은행은 행장 인선이 늦어질수록 내달 초 임기가 끝나는 부행장과 부문장들에 대한 후속 인사도 영향을 받게 된다.

우리은행은 사업계획에 대해 책임을 질 최고경영자가 사의를 밝힘에 따라 올해로 예정했던 금융지주사 전환과 정부의 보유 지분 매각 등 굵직한 현안들도 명확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임을 사실상 확정했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조차 다음 주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금융노조의 의혹제기와 경찰 수사 여파에 거취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고발한 윤종규 회장에 대한 횡령·배임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7월 옛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비싸게 사들이는 과정에서 5451억 원을 횡령·배임했다는 혐의로 윤종규 회장 등을 고발했다.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얽힌 특혜 대출과 특혜 승진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 회장과 함 은행장은 현재 검찰 수사 대상은 아니지만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금감원에 채용청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김용환 회장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했다. 역시 검찰수사로 뒤숭숭한 분위기의 NH농협금융지주도 연말인사를 앞두고 경영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협금융은 이경섭 농협은행장의 임기를 한 달여 남겨두고 다음 주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임 인선을 서두를 예정이다.

우리은행, NH농협금융지주 뿐만 아니라 K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등 다른 시중은행과 국책은행들도 사정은 비슷하다.금융당국의 금융권 채용전반에 대한 점검은 또 다른 ‘시한폭탄’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까지 7개 금융 공공기관의 과거 5년간 채용업무전반을 점검하는데 이어 연말까지는 5개 금융관련 공직 유관단체를 조사한다. 

또 14개 국내은행이 이달 말까지 채용시스템전반을 자체 점검하도록 했다. 점검결과에 따라 금융권 전반으로 CEO 교체 바람이 확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금융권인사 물갈이가 한창인 가운데 키워드로 ‘올드 보이’, ‘낙하산’, ‘PK(부산·경남)’가 거론되고 있다.

경제관료 출신 ‘올드 보이’로는 지난 7일 취임한 김용덕 손해보험협회 회장이 우선 꼽힌다. 김용덕 회장은 1950년생으로 60대 후반이다. 적지 않은 나이일 뿐 아니라, 2008년 장관급인 금융감독위원장을 끝으로 10년간 관직을 떠나 야인 생활을 해왔다.

은행연합회 차기회장으로 거론되는 김창록(68) 전 산업은행 총재와 홍재형(79) 전 부총리 등도 각각 70대와 80대를 눈앞에 둔 ‘올드 보이’다. 이 밖에 생명보험협회장으로 거론되는 양천식(67) 전 수출입은행장과 진영욱(66) 전 정책금융공사 사장도 오래전에 현직에서 물러난 재무부 관료 출신이다.

해당기관과 관련된 경력이나 전문성이 없지만 정권과 인연으로 선임되는 일명 ‘낙하산’ 인사도 주요 키워드다.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에 오른 김성주 전 의원은 600조 원이 넘는 국민 노후자금 운용을 책임져야 하지만 금융권 경력은 없는 실정이다.

최근 선임된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김지완 BNK금융지주회장은 ‘부산’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금융 후진국이라는 말이 많은데, 정권마다 금융기관인사에 관여하는 것이 큰 원인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은행권은 또 금융감독원이 채용비리의혹에 대한 전수조사까지 나서 조사결과에 따라 경영진들의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현재 시중은행 가운데 KEB하나은행이 오늘 임원급 워크숍을 개최했을 뿐, 나머지 시중은행들은 경영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이다.

은행권은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장 이후 핀테크, 디지털금융 등 수익원을 발굴하고, 소비자 보호를 내세운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응해야 하는 등 해결할 과제가 쌓여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순이익 3조 원대를 바라보는 은행권이지만, 이에 대응할 사업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잇따른 채용비리 파장과 정부의 강도 높은 개혁 주문까지 맞물려 힘겨운 연말을 맞이하고 있는 분위기다.

조승현 대기자/총괄사장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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