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만든 적폐청산 보고서에는 전직 대통령과 전 정권인사, 정책, 지자체까지 전방위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여권은 왜, 적폐청산 보고서를 만들었으며, 어떤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 본보 선데이저널이 자세히 알아봤다. 

여당인 민주당의 적폐청산보고서를 보면 무려 73가지에 이르는 적폐청산대상이 적시돼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지목된 것이 이명박 정부의 적폐다. 보고서는 민주당이 국정감사 과정에서 만든 적폐보고서다. 

각 상임위별로 다뤄야 할 적폐대상항목을 하나하나 열거하고 앞으로 조치방향까지 제시해 놓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자주, 가장 많이 언급된 이름이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49쪽 분량의 보고서 73개 적폐 중에서 50번이나 언급됐다. 

적폐청산보고서는 가히 이명박 전 대통령 적폐보고서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우선 4대강사업과 관련해선 이상득 전 의원과 정종환 전 국토부장관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검찰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촉구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지난 9일 ‘적폐청산보고서’를 만들어 당 소속의원 121명 전원에게 보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9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사안 73개를 적폐로 명시하고, 13개 국회 상임위별로 분류했다. 보고서에는 명시된 적폐에 대한 조사대상과 수사·감사 등 추진방안까지 제시했다. 

또 2007년 대선경선 자금문제와 자금기부자와 커넥션까지 조사대상으로 거론했다. 제2롯데월드 인허가와 해외자원개발에 대해서도 감사나 민간합동 TF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스 부당지원의혹과 MB정부 당시 세무조사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비리의혹만이 아니라 보수정부의 정책까지 다 적폐로 지목이 돼 있다. 적폐청산하면 주로 비리 의혹에 집중이 됐는데, 이번엔 방위비분담금과 위안부합의, 개성공단폐쇄, 국정교과서 등 정책적인 분야까지 다 적폐로 지목했다. 

정책결정과정에서 졸속으로 됐다든가, 이면합의가 있었지 않았는가? 등 당시 정책결정에 관여한 장관과 청와대인사 등 조사대상자까지 모두 거명했다. 적폐청산을 내걸어 보수 정부 10년 정책기조를 모두 바꾸는 동시에 당시 주요 인사들까지 조사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보고서엔 지자체 관련한 적폐와 민간기업 관련한 사안도 거론돼 있다. 부산 엘시티 인허가라든가, 인천검단스마트시티와 송도개발사업, 대구하수슬러지사업까지 조사 대상으로 지목했다. 

영화 다이빙벨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 금지된 것도 적폐라고 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다이빙벨’상영 금지와 관련해선 “다이빙벨 상영을 막기 위한 청와대지시는 서병수 시장에 의해 이행된 정황이 있다. 서 시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에 거론된 지자체장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야당소속이다. 송도개발의 경우 자유한국당 소속 안상수 전 시장과 유정복 현 인천시장은 비판하면서 민주당 소속인 송영길 전 시장은 노력을 했다고 칭찬했다. 

야당에선 적폐청산을 지방선거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건설업체 부영과 홈앤쇼핑 등 민간기업 사안도 적폐대상에 포함됐다. 

부산 울산 경남(PK)지역은 ‘탈 원전’에 이어 여야의 ‘적폐 대결’ 전장으로 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서병수 부산시장과 보수야당의 지역의원들을 적폐청산대상으로 지목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PK의원들이 전면에 나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 불 수수의혹을 제기하면서 맞불을 놓고 있다. 

특히, PK에서는 서병수 부산시장과 보수야당의 부산의원들을 집중 겨냥했다. 부산시의 엘시티 인허가과정에 대해 “부산 지역구의원, 부산시장측근 등의 사업특혜제공 및 비자금스캔들 연루 의혹이 있다”며, “부산시민단체들과 연합해 고소·고발한다. 특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집권여당이 정치보복수사를 계속 하기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공당이 아닌 ‘정치공작본부’다.”라고 반박했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대통령 선거 때 활용했던 적폐청산을 핵심이슈로 해서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박정하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놀이가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고 있다. 한풀이식 정치보복이란 건 삼척동자도 이미 알고 있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국가근간마저 뿌리째 흔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위 장제원 대변인은 “민주당의 완장 광기가 점입가경이다. 지금 자유한국당이 당하고 있는 아픔과 고통과 수모가 머지않아 자신들을 향해 닥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며, “완장을 차고 권력에 취해 작성한 조잡한 삼류 시나리오를 즉각 소각하고 무릎 꿇고 사죄하기 바란다”고 맹비난했다.

앞서 자유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위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640만 달러 수수의혹과 관련해 권양숙 여사 등 일가 4명과 박연차 태광산업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장제원 의원과 김도읍(부산 북강서을) 여상규(경남 남해하동사천) 김한표(거제) 의원, 석동현 부산 해운대갑 당협위원장 등 PK 원내외 인사들이 자유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위를 이끌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사안이 특히 많은데, 야당은 이것을 대표적 정치보복으로 보고 있다. 또 야당 단체장과 관련한 적폐의혹을 집중 제기해 지방선거도 적폐이슈로 끌고 가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왜, 이 보고서를 만들었을까?. 민주당은 이게 국정감사 지적사항을 정리한 것이고, 그 후속 대처방안을 제시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원들 의정활동을 돕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청와대나 정부부처에도 이 보고서를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이나 감사원, 각 부처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야당은 정권차원에서 사정기관과 부처들에 압박을 넣는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국감 속기록을 정리한 걸 갖고 문제 삼는 건 번지수를 잘못 잡은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의 사실관계 왜곡이고 부풀리기로 정치공세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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