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쌍주 주간

가요계가 화려한 겉과 달리 이면은 곪아터져 있다. 요즘 걸 그룹이나 아이돌 가수 외에 성인가수의 활동무대는 극히 위축돼 있는 게 현실이다. 2000년대까지 급성장하던 음반시장은 대중이 음악을 듣는 수단이 음원으로 전환되면서 더욱 꺾이기 시작했다. 

인기 있는 걸 그룹이나 아이돌가수들도 이제 10만 장만 넘어서도 대단한 성공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축소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신 한류로 대표되는 전 세계적인 열풍을 가요계가 여전히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마저도 갈수록 줄어든 분위기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위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시장에서 음원으로는 제대로 투자 분을 걷어 들일 수 없을 정도여서, K-pop의 경우 너도나도 해외로의 진출을 부르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인가요는 9만 여명에 달하는 가수들이 설 무대마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현실이다. 

● 갈수록 위축되는 국내가요시장
요즘 10∼20대를 제외하고 최신유행가요에 관심을 기울이는 연령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걸 그룹이나 아이돌그룹이 누구인지는 알아도 이들의 히트곡을 한 곡이라도 제대로 알고 있는 일반 대중이 과연 얼마나 될까. 

더군다나 유행주기도 빨라져 요즘 음원차트 1위는 하루가 멀다않고 바뀐다고 할 정도다. 한 기획사대표는 “매니저 일을 시작할 무렵인 1990년대 후반에만 해도 한 음반 당 6개월 정도의 홍보기간을 뒀다가 요 몇 년 사이에는 3주 안에 승부를 봐야 했다”면서 “그런데 요즘은 3주도 길다. 일주일 안에 음원차트순위가 바뀌는 경우까지 생겨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더구나 요즘 10대 팬덤 마저 예전 같지 않다는 말들이 들려온다. 2세대 아이돌까지만 해도 팬덤의 정점이었다. 이들이 활동하던 무렵, 사생 팬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팬덤 마저 생겨날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 인기 있는 걸 그룹이나 아이돌은 선배들과 비교하면 팬덤의 위세가 많이 축소된 분위기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다른 한편으로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 것도 한 몫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 2세대 아이돌출신 연기자는 “요즘 후배들도 인기가 높지만 방송국 등 현장에서 볼 수 있는 팬덤의 규모는 우리 2세대나 선배인 1세대들과 비교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성인가요에서는 가수 남진과 나훈아가 전성기일 때 오빠부대라는 팬덤의 위세가 대단했으나 이후 그 위세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여기에 요즘 가요계 유행주기는 빨라졌고 걸 그룹이나 아이돌들도 음악활동이 전부가 아닌 세상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가수가 음악활동만으로 돈을 벌 수 없는 현실이 된 지 오래”라면서 “음악프로그램은 그렇다 쳐도 버라이어티 출연에 CF, 각종 지방행사까지 음악 외적 활동을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악순환인 것이다. 가수들은 노출이 잦을수록 이미지 소비가 가속화된다. 요즘 걸 그룹이나 아이돌들의 인기수명이 선배들보다 훨씬 짧아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성인가수들은 그마저도 부러울 따름이다. 몇몇 가수들만이 방송에 출연할 뿐 대부분의 수많은 가수들은 전국 행사장이나 축제현장을 찾아 무대에 서는 것도 하늘에 별 따기 이기 때문이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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