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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20년, 한국 경제는 안전한가?(1)
  • 칼럼니스트 박흥주 경제학 박사
  • 승인 2017.11.2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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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주 박사

1997년 11월 21일 밤 10시, 임창열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은 광화문 정부 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늦은 밤 10시, 취임한 지 단 30일 밖에 되지 않은 부총리는 상기된, 그러나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섰다. "우리 정부는 국제통화기금,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에 구제 금융을 신청합니다"라고 발표하였다.

발표 며칠 전, 강경식 경제부총리가 한국경제의 펀더멘탈(Fundamental)이 튼튼하다고 큰소리쳤던 여운이 아직 채 가시지도 않았을 때였다. 발표 당시 우리 국민들은 IMF구제금융 신청(이하 IMF)이란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하지도 못했었다.

그러나 사업을 하며 대학에서 국제무역경제 관련 강의를 하던 나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절망감이었다. 이는 곧 국가부도사태인 모라토리움(Moratorium)이나 디폴트(Default)까지 간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닥치기 불과 1년 전, YS정부는 정부 치적으로 우리나라를 선진국 클럽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가입을 위하여 총력을 기울였다.

이때 나는 많은 토론회나 세미나에 나가 우리나라가 OECD 가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을 수도 없이 피력하였으나, 그저 메아리 없는 외침에 불과한 안타까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YS정부는 OECD에 화려하게 가입하였고, 선진국 흉내를 내고 선진국 클럽 룰을 따라 외환자유화, 여행자유화 등 빗장을 활짝 풀어 대대적 개방화를 시행하였다.

여행자유화가 시작되고 외환소지 한도가 대폭 상승되었다. 여행자유화로 국민들은 물밀듯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기업들은 은행에서 밑도 끝도 없이 무리한 차입으로 국내외 사업을 확장하였다.

강의 준비를 위하여 매일 정부의 외환보유고를 체크하고 있었던 나는 IMF구제금융 직전에는 심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기업과 정부는 세계화를 목표로 투자를 차입으로 한없이 늘렸지만, 엔화 약세와 위안화의 평가절하로 수출은 영 부진하였다.

따라서 경상수지는 날로 적자로 이어졌고, 경제는 자꾸 침몰 되어가는 배처럼 기울고 있었다. 금융기관들도 정부 압력과 보증만으로 기업의 정확한 평가없이 마구잡이로 돈을 빌려주었고, 결국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불어나는 단기적 채무를 해결하지 못하고 견디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IMF에 200억 불의 구제 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른 것이다.(총 지원 금액은 580억 달러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정치적으로 식민신탁통치를 받았다면 IMF구제금융체제는 경제적 신탁통치체제를 받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IMF는 30대 재벌 중 17개를 퇴출시켰고, 은행 26개 가운데 16개의 은행을 퇴출시켰다.

IMF 지도하에 신자유주의적인 제도가 잇따라 도입되고, 나라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대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연30%에 달하는 초 고금리 정책으로 이자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대중소 기업 할 것 없이 수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았다. 실업자는 물밀듯이 거리로 밀려났고, 가정과 기업들이 파산하였다.

한마디로 전쟁이 휩쓸고 간 고통보다 더 참혹한 사회로 변하고 말았다. 수많은 가정파탄으로 이혼과 자살, 노숙자가 넘쳐나기 시작하였다. 춥고도 배고픈 세월이 이어졌다. 경제위기의 대명사인 IMF는 이렇게 꼭 20년 전에 우리 곁으로 찾아와 쓰나미처럼 일거에 나라를 휩쓸어버렸다. 그러면 이렇게 나라를 뿌리째 뒤흔들어버린 IMF외환위기 발생의 주원인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정부의 무능과 정책판단의 실수 탓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 첫째는 OECD의 조기가입이 그 시발의 단초이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OECD에 조기 가입함으로 해서 모든 국제정치 및 국제무역관계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방하고 높여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아직 외환보유고나 기업의 국제경쟁력에서 선진국과 개방상태에서의 경쟁력은 한참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힘도 없는 유치원생이 맨몸으로 허허벌판에 나가 완전무장한 상대들과 싸워야 하는 꼴이었다. IMF구제금융을 신청한 날(97.12.3)외환보유고는 겨우 39억 불이었다. 한나절 가용금액도 아니었다. 문자 그대로 부도순간이었다. 선진국클럽 OECD가입 1년 만에 나라가 도탄에 빠진 것이다.

모두 정부 당국자의 정책 판단의 과오와 정책부재를 넘어 무능이 빚은 참사였다. 당시 외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고 경고를 하고 있음에도, 한국 위정자들과 관리들은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둘째 대기업과 정부기관의 과도한 차입경영이었다.

과도한 차입경영이, 1997년 7월 태국의 바트화 폭락으로 촉발된 아시아 외환위기가 투기성 강한 전염 탓에 국내에 상륙하는 데는 채 몇 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위기의 전조는 이미 우리에게도 1997년 초에 다가와 있었다. 한보그룹이 연초 부도를 냈고, 삼미, 진로, 대농, 한신, 해태, 뉴코아에 이어 '국민차' 기아자동차까지 도산했다. 

특히, 7월에 도산한 기아는 12조원의 부채를 남겼고, 지역경제를 거의 파탄에 빠뜨렸다. 연말까지 쌍방울, 고려증권, 한라그룹이 잇달아 쓰러졌다. 결국 재계3위 그룹인 대우마저 세계화를 표방하며 공격적인 확대경영에 따른 차입금과 유동성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더 나아가 쌍용(7위, 이하 당시 재계 순위), 동아(10위), 동양(23위) 등 30대 재벌그룹 중 19개 재벌이 쓰러졌다. 연이어 수많은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연쇄도산행렬은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으로 얼룩진 고도성장의 취약한 민낯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셋째 금융권의 단기외채 증가이다.

1997년 12월 말 외환보유고는 39억 달러이었으나, 총외채 1590억 달러에서 단기외채는 976억 달러나 되었다. 총 외채에서 단기외채 비중은 62%나 되었다. 넷째 정부의 안이한 문제인식이었다. 재정경제원 경제정책국에서 강경식 부총리에게 외환위기 이전에 대기업의 과도한 부채와, 부실금융에 대한 관련 대책 안을 건의 하였으나 묵살 당하곤 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들의 무지에 가까운 무사안일과 낙관적인 인식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렇게 IMF는 단군 이래 한국사회를 가장 크게 뒤흔들어놓았다는 평을 받았다. 반면에 IMF를 잘 극복하여 전화위복으로 삼은 기업들도 많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LG.효성그룹이다. 이 그룹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덩치를 키우고 세계 1위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도약했다.

재계 2위였던 삼성은 외환위기 당시 사내 재무팀이 경영 상태를 진단한 뒤 '이익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주력사업을 전자, 금융, 무역 등 몇 개로 압축하고, 나머지 계열사를 과감히 정리했다. 그리고 선진국과 기술제휴, 자체기술 개발 등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였다.

이것이 삼성의 놀라운 혜안이었고, 오늘날의 글로벌 삼성을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20년 전 51조 원이던 삼성의 자산총액은 2016년 말 370조 원으로 7배 넘게 늘어났다. 당시 외환위기 전 이미 삼성에서 분리된 신세계와 CJ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매출성장에 주력하고, M&A(기업인수, 합병)를 통한 사업 확장으로 30대 그룹으로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LG 역시 GS.LS 등으로 계열 분리가 되어 떨어져 나갔지만, 전자.디스플레이.화학 등 핵심업종으로 집중화하여 재계4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또 IMF이후 30대 그룹 중 살아남은 11곳 중 하나인 효성도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비주력 계열사를 과감히 정리하고, 핵심역량인 스판텍스와 타이어코드 등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여, 현재 이 분야의 세계 시장점유율 1위가 되었다.

따라서 IMF가 반드시 부정적인 측면만은 아니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당시 우리 정부나 기업의 방만하고 무질서한 정책과 기업경영을 반성하고, 잘못된 구조와 제도들을 철폐하고 한 단계 성숙한 수준으로 이끌어 올렸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칼럼니스트 박흥주 경제학 박사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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