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쌍주 주간

현직 검찰간부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0)과 최윤수 전 국가정보원2차장(50)을 돕기 위해 이들과 먼저 검찰수사를 받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구속) 사이에서 ‘수사정보 전달책’ 역할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간부 K씨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공직자·민간인 불법사찰 혐의를 받고 있는 추명호 전 국장을 상대로 수사를 본격화하자 검찰선배인 우병우 전 수석과 최윤수 전 국정원2차장을 대신해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과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을 불법사찰한 뒤 그 결과를 우병우 전 수석과 최윤수 전 국정원2차장에게 몰래 보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K씨가 세 사람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은 그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2016년 국정원 법률보좌관실에서 파견검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병우 전 수석은 같은 기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으며, 최윤수 전 국정원2차장은 2016년 2월부터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국정원2차장으로 근무했다.

검찰조사 결과 우병우 전 수석과 최윤수 전 국정원2차장이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건 사실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K씨가 우병우 전 수석의 변호사 및 최윤수 전 국정원2차장과 통화하는 방식으로 검찰의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에 대한 조사상황을 전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범으로 지목된 우병우 전 수석과 최윤수 전 국정원2차장,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이 수사과정에서 직접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 검찰에서 증거인멸을 의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연락방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검찰이 지난 24일 저녁 재판을 받고 귀가하는 우병우 전 수석의 휴대전화를 전격 압수한 것도 이런 상황을 조사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K씨의 행적에 위법이 있는지 수사 중이다. 이에 대해 K씨는 “친분이 있는 분들과 안부 차원 통화를 한 사실은 있으나 증거인멸 통로라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최윤수 전 국정원2차장은 이날 검찰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만약 이 같은 일련에 상황들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검찰개혁을 과연 공수처 설치만으로 수사와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는 검찰에 대해 견제가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추명호 국정원 전 국익정보국장 등 불법사찰혐의 수사과정을 보면서 회의감이 드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일까.

증거를 인멸하고 피의자들 간 입을 맞추도록 하지를 않나, 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휴대폰을 긴급 압수하여 통화기록에 대한 신원을 확인 하는 등 마치 한편의 007영화 같은 장면을 연상케 한다.

그보다 현실적인 의문점은 현직 검찰간부가 조직 내에서 피의자들과 공모해 은폐에 가담했다면 얼마만한 대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일까. 설마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의 의리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법조계의 가장 고직적인 병폐가 전관예우에서 비롯되고, 이는 여차하면 옷 벗고 변호사를 하면 된다는 판·검사들의 보험성 기대를 낳게 하면서 말년에 마지막 기회라는 유혹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의 전관예우에 대한 고질적 병폐를 공론화하게 되면 법조계의 반발로 온 나라가 시끄러울지 모르지만, 적폐청산의 제도개선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분명히 개혁해야 할 일이다.

첫째, 판사 개인의 독단적 판결에 대한 재량권을 견제하기 위한 국민배심원제를 도입하여 정착시키는 일이다.

둘째, 판·검사들이 퇴직하면 최소 5년간은 변호사자격을 정지시키는 것이다. 일반 공직자들은 퇴직 후 관련업계 재취업을 제한하면서 판·검사들에게만 예외를 두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도 맞지 않고 이것이 바로 특혜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로스쿨 출신들로 국민들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변호사들이 차고 넘치는 실정이다. 여타 세무사, 관세사, 법무사 등 유사 전문직종도 마찬가지 경우라고 하지만 판·검사처럼 그 파장효과가 그렇게 크지가 않다.

이 두 가지 사안이 수많은 이해관계와 여·야정치권의 표계산으로 쉽게 결론이 날 문제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선진국의 문턱에선 우리사회가 반드시 짚어보고 청산되어야 할 법조계의 오랜 숙원이며 아킬레스건이라는 사실이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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