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2월부터 중국은 동북 3성 지역에서 일어났던 고조선, 고구려, 발해 등 한국역사를 자국의 역사에 귀속시키는 동북공정이라는 역사왜곡공작을 벌여 왔다. 정확히는 ‘동북변강 역사와 현상계열 연구공정’이다.

그렇다면 동북공정의 실체는 무엇인가? 2002년 2월부터 시작된 동북공정은 5년간 지속되면서 중국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한국역사를 탈취하기 위해 벌인 사업이다. 중국은 우리민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중국 길림성에서 발간하는 ‘동북사지’ (2004.4)에 실린 중국사회과학원 소속 연구원의 특별 기고에 따르면, 동북공정은 사실상 1982년 동북 3성의 지방정부에 의해 시작되었다. 무려 30년 전부터 중국의 한국역사 탈취가 행해져 온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왜, 한국의 역사를 훔쳐가는 것일까? 20세기 최대의 고고학 발굴사건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홍산 문화가 그 현실적 배경이다. 이 홍산 문화 유적지에서 세계인들이 중국의 상징으로 꼽는 용(龍) 유물이 다수 출토되었다. BC 3000년경에 제작된 옥으로 만든 C자형 용(龍)이 먼저 출토되고, 그 후 다시 BC 5600년경에 돌로 쌓아 만든 용 형상물인 석소룡(石塑龍)이 발견되었다.

두 가지 모두 황하문명권의 용(龍) 유물보다 훨씬 오래 된 것이다. 중국이 야만족의 땅으로 멸시하던 북방지역에서 황하문명보다 더 앞서고 발달한 문화, 즉 황하문명의 원류가 발견된 것이다.

바로 우리 동이족문화인 것이다.이 곤란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중국정부는 홍산 문화를 중국 고유문화로 둔갑시키기로 하고, 그 역사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홍산 문화와 직결되는 고조선, 고구려, 발해의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변조한 것이다.

중국이 한민족사 강탈을 통해 노리는 최종 목표는 후일 한반도에 정치적 변고가 생겼을 경우 북한을 점령하고, 그 후 넓어진 정치적 입지를 바탕으로 세계의 최강자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탐원공정, 동북공정 등은 단순한 역사 침탈 공작이 아니라 영토 침탈 공작이며 한국의 앞날을 위협하는 무서운 정치 음모인 것이다.

여기에 대해 한국정부는 어떻게 대응해 왔는가? 2004년에 ‘고구려연구재단’을 만들었으나, 일제 식민사학에 젖은 학자들이 2년간 60여 권의 책을 발간한 것이 고작이었다. 2006년에 다시 ‘동북아역사재단’ 을 만들어 연간 200억 원의 국고를 쓰고 있지만, 20여 명의 이사 가운데 민족자주사학을 연구한 사람이 드물어 과연 정부가 진정으로 동북공정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다.

그 연구내용과 활동상황을 보면 동북아역사재단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동조하는 행동과 발언을 일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홍산 문화를 우리와 관계없는 요하지역의 독자문화라며 고조선역사를 부정하고 있는 점은 이를 반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경기도교육청이 학생들의 교육 자료로 ‘동북아평화를 꿈꾸다’(2012.6)를 발간하였다.

역사교사 17명이 모여 엮은 이 책에서 ‘단군은 역사적 사실’ 이라고 말하는데, 동북아역사재단은 ‘고조선 개국신화는 여전히 신화적 범주에 속하며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 라고 하면서 이것을 정면으로 반박하였다.

그런데 2016년 9월 23일 중국 랴오닝대학이 한국고등교육재단의 후원으로 랴오닝성 선양에서 개최한 ‘십자로에 처한 동북아 정치와 경제’라는 학술대회에서 뜻밖의 논문이 발표됐다. 지린대학 문화원 중국사학과 교수로, 중국민족사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중진 여류 사학자 ‘청니나(63)’교수가 발표한 ‘동북아 봉건 조공체제하의 고구려국의 자리매김’이라는 논문에 중국이 지금까지 해오던 동북공정에 따른 고구려의 정의를 근본부터 바꾸어 놓는 획기적 내용을 담고 있었다.

“중국 역대 왕조들의 동아시아 봉건 조공체제의 역사는 2000년 넘게 지속돼왔다. 청대의 강희 옹정제 시대까지 계속된 이 체제에는 내.외 두 가지 종류의 체계가 공존해왔다. 하나는 변강민족의 조공체제 가운데 ‘내권’이라고 부를 수 있는 체제가 있었고, ‘외권’이라고 부를 수 있는 체제가 있었다. 고구려국이 동북아 조공체제에서 보유하고 있던 지위는 고구려국 역사의 전후기간에 걸쳐 일정한 변화를 겪었는데 초기에는 ‘내권’적 성격을 갖고 있다가 이후에는 ‘외권’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겪었다”

청니나 교수의 논문요지는 한마디로 “고구려는 발생초기에는 중국변방의 소수민족이 세운 지방정권에 불과했지만, 주몽이 나타나 고구려인들을 이끌고 환인을 수도로 정한 고구려국을 건국한 이후에는 중국 중원의 ‘외권’으로서 독자적인 역사를 써왔다”는 것이다. 청니나 교수의 논문은 고구려가 신라, 백제와 함께 한반도에서 3국 정립의 역사를 만들어 온 독립왕국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중국은 동북공정의 결과 ‘고구려가 중국지방의 소수민족이 세운 정권’이라는 무리한 정의는 고구려가 기원전 37년에서 기원 668년까지 무려 7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였던 반면 한과 수, 당 등 중국의 왕조 중에는 고구려 역사가 700년보다 긴 역사를 가진 나라가 없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하기가 불가능한 무리수였던 것이다. 이는 명백한 오류적 명제를 담고 있는 것으로 동북공정에서 정의한 고구려 역사였던 것이다.

작금의 사드배치반대를 놓고 한·중 간 외교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청니나 교수의 논문이 동북공정을 철회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한·중 외교관계를 보다 길게 보아야 할 것이다. 한·중 관계는 결코 외면할 수도 벗어 던질 수도 없는 우리의 숙명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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