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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주 경제학박사 칼럼〕 IMF 20년, 한국경제는 안전한가?(3)
  • 칼럼니스트 박흥주 경제학박사
  • 승인 2017.11.2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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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주 박사

2017년 10월 17일, 한국IMF 20주년을 앞두고, 휴버트 나이스 당시 IMF아태국장이 세계지식포럼 참석 차 한국을 방문하였다. 그는 한국에 고금리정책과 재정긴축, 구조조정 등 강도 높은 조치들을 요구함으로서 우리에게 ‘저승사자’로 불린 인물이다.

그런 그가 재정긴축과 고금리정책은 잘못된 부분이었다고 인정하였다. 한국의 외환위기가 재정에서 발생한 것이 아닌데 재정긴축 처방을 내린 것은 잘못이었고, 초고금리정책도 단기간에 종료되어야했는데, 반 년 이상 지속하여 건실한 기업마저 부실기업으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 IMF이후 한국은 어떻게 변화하였을까?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일본·중국·미국 등 각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어왔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2017년 10월 말 현재 3850억 달러로 세계 9위이다. 

IMF 당시 38억 달러까지 떨어졌던 외환이 20년 사이 100배로 늘어난 것이다. 경상수지도 97년 -82억 달러에서 2017년 10월 990억 달러로 늘었다. 국가신용등급도 97년 B­ 정크수준에서 AA­의 최상급으로 상승했다.

또 문제가 됐던 단기외화차입금 비중도 30%이하로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표상으로는 아주 건전하다. 그러나 IMF 20년이 지난 한국경제의 실상과 현황은 어떠한가?

우선 산업별 국제경쟁력저하가 심각하다. 반도체부분 등 한 두 업종을 제외하고는 핵심원천분야에서는 선진국에 계속 밀려나고, 기존 우위업종분야, 즉 자동차, 조선, 가전, 철강, 화학 등 분야에서는 중국에 바짝 추격당하거나 어떤 분야에서는 이미 추월당한 업종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미래선도 산업을 아직 뚜렷이 발굴해내지 못하고 있다. DJ정부가 외환위기의 경제상황에서도 IT. NANO. BIO 등 첨단 미래 산업을 창출해 내서 한국경제가 세계 10대 경제대국, IT강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던가?

그때 키웠던 첨단 산업들로 지금껏 우리가 먹고 살았는데, 이런 산업이 후발국에 추격당하여 이제 국제적 평준화를 이루고 있다면, 우리는 새로운 미래 산업을 육성했어야 하는데, 사실 그 이후의 정부들은 신종(新種)미래 산업을 발굴·육성해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현실성 없는 추상적 정권구호만 요란했을 뿐이다. 사람 사는 세상, 자원외교, 4대강사업, 창조경제 등으로 요약 될 수 있는 지난 정부들의 슬로건들이 오늘 날 반추해보면 참으로 초라하고 공허하다.

두 번 째로 인구감소가 치명적이다. 노동인구의 감소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데이비드 콜먼 옥스포드대 교수는 저출산의 한국 미래를 예측한 보고서에서 2005년 4800만 명, 2050년 3400만 명, 2100년 1천만 명으로 한국 인구를 예측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5명으로 세계 최하위이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저출산 대책으로 200조 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정작 국민들과 당사자들에게는 먼 나라 남의 얘기인 것 같다. 저 출산의 문제와 피해는 심각한 국가적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노동인구는 줄어들고 부양가족은 늘어난다. 국민들의 조세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어 경제가 쇠퇴해간다. 노동력의 고령화로 생산성이 저하된다. 고령화로 연금과 건강보험 등 복지 지출이 늘어나 국가재정이 위협받는다.

세 번 째로 정부정책이 반기업적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역사상 실험해 본 적이 없는 소득주도형 경제정책이란 것에 많은 경제학자들이 우려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법인세 인상,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규제 강화로 가고 있다. 

몇 년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국회에 발이 묶여 있고, 무한히 개방되어야 할 공유경제 관련 법 제정과 개정, 첨단 생명. 의료산업에 대한 법 제정과 규제 철폐 등이 시급함에도 전혀 진척이 없다. 아니 정부나 국회가 거의 무관심 하다.

심지어 생명공학분야의 어느 스타기업은 첨단의료기술을 개발하여 추진하려 했으나, 한국에서는 불법이라 하여 미국에 특허를 내고 미국에서 먼저 사업을 시작하였다. 이런 사례가 허다하다.

네 번 째로 경제 및 사회의 역동성 저하이다. IMF이후 지난 20년 동안 우리 경제는 2~3%대의 저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즉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때의 고통이 일종의 한국사회의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새로운 시장, 새로운 분야에 과감한 푸쉬를 하지 않는다. 사내 유보자금이 산더미처럼 쌓여가도 신규투자를 하지 않는다. 청년들은 IMF이후 확연히 달라진 변화가 공무원시험으로 몰려들고 있다. 기업의 정년보장이 무너지고 조기은퇴와 해고를 보면서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 쪽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유능한 인재가 의사와 공무원에만 몰린다면 나라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다. 이러한 수동성이 지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다섯 번 째 과도한 국가부채이다. 그중에서도 가계부채의 심각성이다. 가계부채는 심각성을 넘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2017년 10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1450조 원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가계부채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다. 8월, 9월, 10월에도 매달 10조원씩 증가하고 있다. 저금리에 너도나도 빚을 낸 탓이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우리도 금리가 1%만 올라도 년 14조 원의 추가부담이 늘어난다. 비탈길을 구르는 눈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금 상환이 어려운 위험가구가 130만 가구에 달한다. 2년 전보다 17만 가구나 늘어났다. 정부가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위험가구는 더 폭증할 것이다.

또 다른 위험부채가 자영업자의 부채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영업자 부채는 지난 6월 말 기준 170만 명이 530조 원의 부채를 지고 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무려 40조 원이 불어났다. 이대로 가면 년 말에는 자영업자의 부채가 6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에 의하면 자영업은 지난 10년 동안 살아남은 업체가 15%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자영업체의 부채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선에 와 있다. 내수경기의 침체와 금리 인상의 후유증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또 하나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대출규제로 가계나 자영업자들이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옮겨갈 경우 리스크는 더 커질 수 있다. 경제주체들의 금융여건 조정과정에서 선제적인 위험관리가 중요한 이유이다.

여섯 번 째 양극화의 심화이다. 소득의 양극화, 세대 간의 양극화, 지역 간의 양극화 등 양극화의 심화가 경제발전과 사회발전에 심한 저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 IMF 20년, 한국 경제는 안전한가? 

지금껏 살펴 본대로 IMF 20년 이후 한국경제는 많은 변화를 해왔다. 외환위기 당시의 요인들은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고는 하나, 구조적 경제체질은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취약점을 안고 있다.

IMF 당시 임창열 경제부총리는 “외환위기는 일시적 급성 질환이었지만 지금 한국 경제는 서서히 죽어가는 암(癌) 에 걸렸다”고 진단했다. “주력산업 중 조선분야는 이미 중국에 빼았겼고, 전자도 얼마 안 남았다. 주력산업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심각해질 수 있다”라고 경고 했다.

그는 또 “IMF 조기졸업이 꼭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국민이 너무 빨리 고통과 교훈을 잊어버린 측면이 있다. 조기졸업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던 규제혁파와 노동개혁이 제다로 안 됐다”고 회고했다.

IMF 20주년을 맞아 한국경제연구원은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위기가 5년 내에 발생할 수 있다는 조사보고서를 냈다. 다가올 경제위기의 취약한 뇌관으로 주력산업의 몰락(20.6%), 가계부채(17.5%), 낮은 생산성 및 노사관계(16.5%) 등을 꼽았다.

20년 전 우리국민은 실업자가 170만 명을 넘는 상황에서도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금모으기 운동을 펼쳐 국난을 극복하는 드라마로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그러나 보고서는 다시 이런 환란이 오면 금모으기 운동처럼 고통분담에 동참하겠느냐는 질문에 안하겠다는 응답이 37.8%, 하겠다는 응답이 29.2%로 나왔다며 공동체 의식이 많이 변화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칼럼니스트 박흥주 경제학박사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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