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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UAE원전의혹 확산에 ‘노심초사’ 중이다?

임종석 청와대비서실장이 특사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를 전격 방문한 것과 관련해 갖은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내건설업계가 UAE의 수십조 원대에 달하는 수주물량을 놓칠까 노심초사 중이라고 한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UAE원전사업(총 400억 달러)전면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정을 가정하더라도 공사에 참여했던 한국 건설사들이 떼일 공사비를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해 자본잠식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다수이다.

그런데 UAE원전사업은 건설비를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조달하지 않고, UAE정부에 지원받는 EPC(설계·조달·시공)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UAE와의 관계악화로 원전준공 뒤 유지, 운영관련 일감이 사라지거나 사우디, 쿠웨이트 등 인근 이웃국가와의 관계까지 덩달아 악화된다면 건설업계에는 큰 충격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8·2부동산대책이후 건설업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세간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투자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을 수도 있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걱정이라고 한다.

청와대가 입을 닫으면서 UAE 왕가 비자금 관련설, 리베이트 마찰설, 한국업체 공사대금 체불설, 대북접촉설 등 갖은 의혹이 쏟아졌지만, 지금껏 나온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의혹의 중심은 ‘원전’으로 모아지고 있다.

우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UAE가 항의했을 가능성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공론화가 시작되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 UAE와 체결했던 각종 공식·비공식 원전 관련 계약들을 현 정부가 조정하려는 과정에서 UAE 측이 반발했다는 것.

특히, 원전을 수주할 때 옵션으로 내건 군사지원을 현 정부가 축소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겼을 수 있다. 아크 부대에 파병하려고 했던 군 간부들의 파병이 최근 보류돼 이들이 각 소속부대로 복귀했다는 사실이 이런 의혹의 배경이 됐다.

두 번 째는 이명박 정부와 UAE 간의 이면계약을 문재인 정부가 뒤늦게 발견했을 가능성이다. 당시 원전사업수주의 옵션으로 핵폐기물과 폐연료봉 국내 반입, 군사적 지원, 리베이트 제공 등의 내용을 담은 이면계약이 있다는 설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이명박 정부의 UAE 원전 수출 과정에 거액의 리베이트가 있었다는 진위를 조사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이런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특히, 한국전력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핵폐기물 처리를 약속했을 가능성이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원전건설계약 때 핵폐기물 처리를 조건으로 내거는 일이 국제사회에서 종종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등 일부 국가는 수주에서 유리한 조건을 따내기 위해 핵폐기물의 자국 내 처리를 먼저 입찰조건으로 제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뒤늦게 알게 된 문재인 정부가 급히 임 실장을 UAE에 보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가설이 맞든지 간에 국정조사가 열리게 되면 ‘원전 게이트’로 비화할 소지가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지역에서 플랜트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 건설사 임원은 CNB에 “비공개와 비밀을 중시하는 중동국가들의 외교관례로 볼 때, 사실규명 여부와 상관없이 국정조사 자체가 외교문제가 될 수 있다”며, “사실상 왕권국가인 UAE는 의사결정권을 왕실이 갖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계약이 뒤집어 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동시장이 우리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해외시장에서 총 287억 달러(약 30조원)를 수주했는데, 이중 중동 수주가 143억 달러에 이른다. 건설업계가 해외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물량의 절반은 중동에 몰려있다. 주로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한화건설, 대림산업, SK건설 등 대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이 중에서도 이란으로부터의 수주액이 가장 큰데, 공교롭게도 시아파 국가인 이란은 수니파 국가인 UAE와 걸프 섬 3개를 둘러싸고 영유권 분쟁을 겪는 등 대립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UAE 방문 의혹이 불거지면서 박근혜 정부시절 UAE와 상호군수지원협정(MLSA)을 체결한 사실이 드러난 상태다. 이 협정이 원전 거래의 대가로 밝혀질 경우, UAE와 대립하고 있는 이란 등과 사업을 추진 중인 한국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임 실장을 만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추측을 낳고 있다. 최 회장은 임 실장의 UAE 방문 직전에 임 실장을 만나 기업현안 등에 관한 애로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측은 “두 사람의 회동이 UAE사업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중동 관련 사업의 어려움을 호소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SK건설·SK플래닛·SK네트웍스 등 계열사별로 중동에서 건설, 에너지, 해운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사업 확장을 위해 현지 정부 및 기업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세계경기 호조와 국제유가 강세에 힘입어 중동 산유국들의 발주량이 올해 약 3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처럼 해외사업의 중요성이 커진 때에 UAE의혹이 터져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정치권이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지혜를 발휘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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