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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의 부작용 & ‘펜스 룰’의 부작용…솔로몬의 지혜는 없을까?

‘나도 당했다’는 성폭행을 고발하는 ‘미투운동’이 우리사회 전반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성폭력·성희롱 고발 캠페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의 창설자인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미투운동’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미투운동’이 성폭력 희생자들을 위해 시작됐으나, 여성운동으로 변질되면서 남녀 간 대립을 불러오는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그 실례로 남성들은 ‘펜스 룰’을 방패로 들었다. 

‘펜스 룰’은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난 2002년 인터뷰에서 ‘아내가 아닌 여성과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유래했다. 우리속담에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 고쳐 쓰지 말라’고 여성과 성추문이 생길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자는 움직임이다. 

여성에게 ‘펜스 룰’이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고위직을 남성들이 대부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독대 기피현상은 여성의 진급과 채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미투운동’의 창설자 버크는 지난7일(현지시간) 세계여성의 날을 하루 앞두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 성폭력에 대한 고발은 신중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버크는 “미투운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할 운동인데, 분열을 야기하면서 여성의 세대 간 장벽과 남성과 여성 간 장벽을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투운동은 배타적 대립을 보여서는 안 된다”며, “미투는 성폭력을 겪은 이들 모두를 위한 것이지 여성운동이 아니다”면서 “남자들은 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크는 “엉덩이를 만지는 것과 강간은 다르다”는 영화배우 맷 데이먼의 발언과 관련해 “우리 모두는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과연 남이 어떻게 느껴야 할지를 말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는 매우 구체적이고 신중해야 한다”며, “만약 당신이 어떤 것이 폭력이라고 말한다면 이에는 법적인 의미와 파문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말해 누구나 말할 자유가 있지만 성폭력 등을 고발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버크는 “어떤 이들은 힐링과 정의를 얻기 위해 학대나 가해를 가한 사람의 이름을 크게 소리치고 싶어 한다. 이를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이보다 더 긴 연정과 나아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투’의 시대에 데이트나 포옹은 어떻게 할 수 있겠냐는 일부의 냉소에 버크는 “인간은 서로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남자들은 이제 여자와 따로 비즈니스 미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데이터를 봤다”면서 “남자들은 여성으로부터 떨어지는 것이 성희롱의 유일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창피함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버크의 우려처럼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는 대한민국 ‘미투운동’은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남성들 사이에서 번져가고 있는 ‘펜스 룰’운동이 그것이다.

‘미투운동’과 함께 여성들의 목소리는 높아지는 반면, 남성들은 목소리를 낮추고 여성들과의 자리나 대화를 기피하는 현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각 언론사의 ‘미투’ 뉴스 댓글에는 그동안 잠잠했던 남성들이 ‘펜스 룰’이 답이다 라는 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이에 여성들은 또 다른 여성차별이라고 반박하는 등 갈등이 커지는 모습이다.

‘펜스 룰’이 답이라는 남성들은 괜한 오해를 받기 싫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요약되고 있는데, 벌써부터 적지 않은 직장에서 여성사원들과의 회식을 기피하고 사적인 대화도 나누지 않는 ‘벽’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가하면 ‘미투’로 폭로돼 가해자로 지목되어 뉴스를 장식한 대상자들이 수사기관의 수사로 이어지면서 급기야 스스로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하는 지경까지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폭로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가해자의 협의입증과 피해자의 2차 피해방지 사이에서 고심에 빠졌다고 한다. 

상당수 ‘미투’ 폭로가 오래전 사건에 대한 당사자의 기억과 진술에만 의존하고 구체적 물증은 부족해 혐의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병원과 기업체 등에서 폭로한 ‘미투’는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익명의 일반인이어서 수사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미투’와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50명과 관련한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가해자 중 8명은 정식수사를, 11명은 내사를 각각 진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31명은 폭로한 사건이 실제로 있었는지, 가해자와 피해자가 정확히 누구인지를 알아보는 ‘사실 확인’ 단계에 있다고 한다.

경찰이 내사 이전의 사실 확인 단계까지 공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대학과 병원, 기업체 등에서 폭로된 ‘미투’는 페이스북 익명게시판 ‘대나무숲’을 통해 이뤄진 경우가 많다. 

사건이 실제로 있었는지, 관련자 신원이 누구인지 등을 금방 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경찰이 마냥 모르는 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보니 ‘사실 확인’ 단계로 분류해 발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문화예술계 등에서 폭로된 ‘미투’는 피해자들이 얼굴을 밝히거나 연극연출가 이윤택씨처럼 가해자 이름과 지위가 특정되어 수사가 쉬운 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사안들도 막상 법정에 가면 구체적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폐쇄회로나 체액 등 물증이 남아 있지 않고 피해자들 기억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가 일부 기억의 허점이라도 지적하면 나머지 진술의 신빙성이 깨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2차 피해 우려도 경찰이 신경을 쓰는 부분이라고 한다. 경찰이 수사와 내사에 앞서 사실 확인을 위해 탐문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숨겨온 사건이 주변인한테 알려질 수 있어서라고 한다.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현 주거지 등이 공개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는 것이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신원 등이 노출되지 않도록 가명조서를 활용한다는 방침이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혹시 누명을 쓴 것은 아닌지 방어권을 보장해줘야 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수사가 만만치 않다고 전해진다.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 둘만이 사건 진실을 알기 때문에 수사 자체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국민적 여론과 관심이 뜨거운 상황에서 경찰도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미투운동’의 부작용 & ‘펜스 룰’의 부작용‘을 해결할 ‘솔로몬의 지혜(Wisdom of Solomon)’는 없는 것일까? 

솔로몬의 지혜는 지혜가 출중하던 솔로몬 왕에 비유해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한다는 의미로 쓰는 말이다. 솔로몬은 구약성서 ‘열왕기’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왕국의 제3대 왕이다. 신은 솔로몬에게 ‘지혜와 총명’을 줬고, 예루살렘 궁전은 그의 지혜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성경에는 솔로몬 재판에 관한 일화가 전해진다. 두 여자가 솔로몬의 판결을 받고자 찾아왔다. 둘은 한 집에 살며 비슷한 시기 아기를 낳았다. 어느 날 한 여자가 실수로 아기를 죽이고는 다른 여자의 아기를 자기 아기라고 우겼다. 

이에 두 사람이 서로 자기 아기라고 주장하자 솔로몬은 칼로 아이를 베어 반씩 나눠 가지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한 사람이 대경실색하며 “이 아기는 저 여자의 아기”라고 울먹였고 다른 한 사람은 “아기를 반으로 나눠달라”고 했다. 

솔로몬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줬는지는 누구나 안다. 그러나 이번 ‘미투운동’의 부작용 & ‘펜스 룰’의 부작용’과 관련해 우리는 어느 쪽 손을 들어줘야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박용경 선임기자  pcs6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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