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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준비하다이제 살아있으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시기가 왔다.

지난해 29만8820명이 사망했다. 통계청이 1983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 수다. 연간 사망자는 계속 증가해 2060년 76만4000명으로 정점을 찍는다. 일본처럼 '다사(多死) 사회'가 시작됐다는 신호다.

'죽음'이 증가하고 있지만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면서 여생을 뜻깊게 보내는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죽음은 두려움, 공포, 비감의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1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내년부터 고령인구(65세 이상)로 진입한다. 노인인구 비율은 지난해 14.8%에서 내년에 15.7%로 상승하고 2030년 25%까지 치솟는다. 의료기술 발달 등으로 기대수명이 늘면서 죽음은 '지연'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누구나 맞이해야 할 현실이다.

노인인구가 늘면 사망자수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사망자수가 출생아수보다 많은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된다. 연간 사망자수는 2028년 처음으로 40만명을 넘긴다. 2028년 출생아수는 36만1000명으로 예상된다.

법에 따르면 연명의료 여부를 환자나 가족들이 결정할 수 있다. 19세 이상 성인은 미래를 대비해 연명의료 여부 의사를 밝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쓸 수 있다. 말기환자나 임종에 있는 환자는 연명의료 중단 등에 대한 의사를 밝힐 수 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37만8450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지난해 9월만 하더라도 5만459명에 머물렀지만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꾸준히 작성자가 늘고 있다. 연명의료계획서를 등록한 사람 역시 지난해 9월 8909명에서 올해 9월 2만9746명으로 증가했다.

웰다잉 논의가 연명의료부터 시작된 것은 사망자 대부분이 병원에서 사망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출생·사망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체 사망자 중 병원에서 사망한 사람의 비율은 76.2%다. 병원에서 사망하는 사람 중 상당수는 의학적으로 소생하기 힘든 상황에서 연명치료에 의존하다가 생을 마친다.

그나마 삶의 마지막을 보내는 호스피스 이용률은 늘고 있다. 2003년 5개 기관으로 시작한 입원형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현재 87개로 증가했다. 호스피스 팀이 말기환자의 가정을 찾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정형 호스피스도 38개가 시범운영 중이다.

호스피스를 이용한 사람은 2017년 기준 1만7333명이다. 2008년(5046명)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었다. 암 사망자의 호스피스 서비스 이용률도 2008년 7.3%에서 2017년 22%로 증가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는 국민의 존엄하고 편안한 생애말기를 보장하기 위해 호스피스와 완화의료 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며 "연명의료 자기결정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명의료 말고도 죽음을 준비하는 문화가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병원이 아닌 곳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홈 호스피스'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임종을 앞두고 지인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생전 장례식'이나 죽음에 대비해 인생을 정리해 보는 '엔딩노트 작성하기' 등이 확산되는 것도 최근의 변화다.

일본은 '종활(終活) 비즈니스'도 활발하다. 종활은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영정사진을 전문으로 촬영하는 사진관이나 '펫(pet) 신탁 비즈니스'까지 등장했다. 펫 신탁은 생전에 반려동물을 위해 일정 금액을 예치하고, 사후 새 주인에게 사육비 등을 지급하는 서비스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12월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웰다잉 시민운동이 출범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유서 쓰기, 유산기부 활성화, 장례문화 개선, 엔딩노트 작성하기 등의 운동을 하고 있다.

근대 종교를 중심으로 장례전통을 살펴보면

불교의 전통적인 장례 방식은 화장이다. 불교에서는 다비라고 한다. 불교의 화장은 장작 위에 시신을 안치하고 종이로 만든 연꽃 등으로 가린 후 불을 놓아 화장한다. 승려의 경우 화장 후에 유골을 부수어 유골함을 만들고 부도에 안치한다. 이때 사리를 수습하기도 한다.

티베트 불교는 시신을 수습하여 특별한 대에 안치 한 후 새들이 쪼아 먹도록 하는 조장을 하였다.

기독교에서는 각 교파별 의식에 따른 장례를 성직자가 집전한뒤 시신을 매장하고 묘비를 세우는 매장이 많았지만, 화장이 기독교의 부활 교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아서 최근에는 화장도 장례의 한 방법으로 존중받고 있다. 각 기독교 교파별로 장례에 대한 명칭이 다른데, 성공회에서는 고별성찬례, 로마 가톨릭에선 장례미사, 개신교에서는 장례예배라고 한다.

조로아스터교는 불을 더러운 것을 소멸하는 존재로 숭배하여 배화교라고도 불리는데 시신을 특별한 데에 놓아 두어 부패하거나 짐승들이 먹어서 자연히 없어지는 풍장 의식이 있다. 하지만 현대 조로아스터교가 이슬람의 영향으로 쇠퇴하면서 풍장의식도 교세와 함께 쇠퇴하였다.

고대 유대교에서는 기원전 8세기 이후 부활 교리의 영향으로 동굴에 시신을 모신 뒤, 시체가 썩으면 유골을 관에 담았다. 실제로 마태복음을 보면 로마제국의 공권력에 의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의 시신을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 자신의 동굴무덤에 모셨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슬람의 장례는 부활 신앙에 따라 땅에 시신을 모시는 매장이다. 염(殮)을 한 시신에 수의를 입히며 무덤안의 묘실에 모시며, 관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전통 장례절차(유교식)

조선이전은 화장이나 풍장, 매장등 종교에 따라 행해졌지만 조선 시대에 정착된 유교식 매장 의식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장례문화이다.

부음: 조선시대에는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이 입었던 웃옷을 들고 지붕에 올라가 크게 소리쳐 죽음을 알렸다. 근래에는 그리 많이 행해지지 않는다.

염습: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잘 씻기고 수의로 갈아입힌 후 가지런히 수습하였다.

입관: 염습한 시신은 3일 또는 5일 동안 살아있는 사람과 같이 대한 후 비로소 관에 넣었다.

초상: 입관 후에 처음으로 제사를 지내는 것을 초상이라 한다.

발인: 관을 상여에 옮기고 장지로 가기 전에 하는 의식을 발인이라 한다.

노제: 죽은 사람과 깊이 관련이 있는 곳이 있을 경우 그 곳에 들러 제사를 지내는 것을 노제라 한다

달구질: 무덤을 파고 관을 넣은 뒤 흙을 다져 봉분을 만드는 것을 달구질이라 한다.

소상: 죽은 뒤 1년이 지나 처음 돌아 오는 기일에 지내는 제사를 소상이라 한다. 대개 이 날을 기해 탈상한다.

탈상: 죽은 뒤 1년 (12개월) 또는 3년 (36개월)간 음력 매월 초하루와 보름에 제사를 지냈다.

그 기간 동안 예전에는 베옷을 입었으나 최근에는 흰 천 등을 옷에 달아 상중임을 표시하거나 더욱 간소화 한 경우에는 초상까지만 표시한다. 더 이상 상중임을 나타내지 않는 것을 탈상이라 하는데 대개 1년 지난 첫 제사 후 탈상 한다. 현재는 3년 상을 거의 하지 않고 1년 혹은 49일 후에 탈상한다.

 

현대에 들어 시신을 화장하여 납골당 등 합동 묘지형태가 대세이며 숲의 나무 옆에 시신을 묻는 수목장이나, 시신을 화장한 후 바다나 숲에 뿌리는 화수장 형태 등 다양한 방식의 장례 문화가 파급되고 있다.

양승길 위원장

양승길 위원장  sunda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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