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적 감동을 불러온 영화 ‘연평해전’의 엔딩크레디트(ending credit)를 보면 스크린을 삐곡하게 채운 7000여 명의 후원자 이름이 나온다. 이 영화 제작을 가능케 한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연평해전’은 한때 투자를 받지 못해 제작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국민들의 크라우드펀딩으로 약 20억 원을 후원 받아 영화를 살려냈고, 600만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으며 성공했다.

크라우드펀딩이란 대중을 의미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 조달을 뜻하는 ’펀딩(funding)'의 합성어로 온라인 플랫폼 등에서 기존의 금융기관을 끼지 않고 불특정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최근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핀테크(Fintech) 시장이 발달하자 창업 기업에 대한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매년 글로벌 크라우드펀딩 시장 규모는 2~3배 이상씩 성장하는 중이다.

한국은 이제 시작단계로 영화 제작, 제품 생산, 시민 후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크라우드펀딩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의 가장 큰 특징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집단지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크라우드펀딩을 지역공동체 회복에 활용해보면 어떨까? 즉, 지역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지역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해 보자는 것이다.
 

이미 영미권 선진국은 크라우드펀딩을 지역 공공프로젝트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 로드아릴랜드 주의 센트럴폴스는 도심공원이 쓰레기로 뒤덮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시도했다. 공원을 자주 이용하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모금에 성공하여 공원 환경 정비 문제를 해결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일부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다.
 

충북 보은 삼가마을은 폐교 위기에 처한 삼가분교를 지키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으로 도서관 짓기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320만원을 모금하여 창고를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헌신적인 참여는 마을 살리기 운동 차원으로 발전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공감을 불러일으켜 개인, 단체, 기업의 후속 참여를 이끌어냈다.
 

지역 문제 해결에 크라우드펀딩을 잘 활용한다면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지역공동체가 활성화될 것이다. 기존 정부의 지역발전 사업들은 하향식(Top-down) 지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주민들이 소외되고 지속가능한 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반면 크라우드펀딩 방식은 흩어진 관심을 하나로 모으고, 자발적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 역량을 상향식(Bottom-up)으로 결집시킨다는 점에서 기존 방식과 크게 다르다. 창의적인 사업 발굴은 물론, 펀딩 과정에서 주민들의 소통과 협력이 활성화되고 성과를 피부로 체감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참여·소통·문제‘의 선순환구조를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로 발전을 꾀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행정자치부가 진행하는 ‘지역사랑 크라우드펀딩 대회’는 지역문제 해결과 지역 공동체 활성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첫 단추가 될 것으로 믿는다.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프로젝트는 어떠한 것이든, 누구든 제안할 수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이 만들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영화 ‘연평해전’의 엔딩크레디트처럼 ‘지역사랑 크라우드펀딩 대회’가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주민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적극적인 참여로 빼곡이 채워지길 소망해 본다.
 

더 나아가 크라우드펀딩과 공공프로젝트의 결합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주민들의 창의적 지혜와 역량이 결집되어 공공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사회적 자본을 축적시켜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한 길이 개척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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