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 20일 1년간 조사 끝에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이 반(反)독점법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 운영프로그램인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제조회사들에 구글 앱(응용 프로그램)과 검색 프로그램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강요했다는 혐의다. 유럽사법재판소가 구글의 위법을 최종 판정하면 벌금만 8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 공정거래위원회도 2010년 국내 검색업체인 네이버와 다음의 제소로 구글의 불공정행위를 조사했지만 3년이나 시간을 끈 뒤인 2013년 7월 무혐의라고 했다. 공정위는 "앱을 미리 설치하게 했어도 구글의 시장점유율은 변동이 없었고 다른 기업의 영업을 방해했다는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는 이미 전 세계 스마트폰의 80% 이상에서 쓰이는 독점 상품이다. 구글 검색을 쓰는 스마트폰 이용자도 날로 불어나고 있다. 정황만 봐도 불공정 거래 행위 가능성이 농후한데 공정위가 면죄부를 발급한 것은 안이했다. 게다가 조사에 참여했던 공정위 직원은 작년 초 구글 법률 대리를 맡았던 로펌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봐주기 조사를 끝내고 전직했다는 의혹을 피하기 힘들다.

유럽연합은 한국 정부가 3년을 조사하고도 "없다"고 했던 구글의 위법 증거를 확보했다. 이 중엔 2011년 삼성전자와 구글이 맺은 '모바일 앱 유통 계약서'도 있다. 반면 구글은 3년 전 한국 공정위가 내린 무혐의 판정을 자신들 행위가 정당하다는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유럽은 국내 업체 계약서를 들고 구글의 반독점을 따지는 데 공정위는 구글이 EU 제재에 대항할 자료를 제공하는 데 이용당한 꼴이다.
공정위는 이제야 "새로 드러난 혐의가 있고 시장 상황도 달라진 만큼 살펴보겠다"며 호들갑이다. 정말 한심스러운 뒷북 행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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