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과 국가의 파워엘리트 비밀리 감시·통제

- 김정은의 절대 신임 하에 신속한 숙청작업

- 군부1인자 황병서와 권력투쟁 첨예한 갈등

김정은의 오른팔 절대적 신임

   우리나라의 국가정보원장의 자리에 해당되는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장은 당과 국가의 파워 엘리트들을 비밀리에 감시하고 통제하는 악역을 떠맡는다. 또한 국가안전보위부는 체제보존을 위해 주민의 사상적 동향을 감시하고 '반혁명분자'를 제거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북한의 최고 핵심 권력기관으로서 정권에 위협이 될 만한 인사들을 색출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 북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지난 2012년 4월 김원홍(71·인민군 대장)은 무려 25년간 공석으로 남아있던 국가안전보위부장에 임명됐다. 이후 현재 북한 서열 5위의 김원홍은 김정은 집권 이후 부침이 심한 정권하에서도 기복이 없이 자리를 지켜왔다.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김원홍을 ‘내 오른팔'이라고 할 정도로 확고한 신임을 받고 있다.
   1945년에 출생한 김원홍은 김일성정치군사대학을 졸업했다. 김원홍은 2003년 7월에 인민군 상장, 2009년 4월에 인민군 대장으로 승진하면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인민군 보위사령부(우리의 기무사령부에 해당) 수장으로 오랫동안 정보업무에 종사했다. 2011년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에 임명된 후에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군부대 시찰을 수행해왔다.
   그리고 2012년 4월 11일 조선로동당 제4차당대표자회에서 당정치국 위원 겸 조선민주주의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에 선출되고 국가안전보위부장이라는 중책을 맡으면서, 2013년 최고 실세인 장성택을 제거한 후에는 김정은의 두터운 신임 하에 신실세그룹의 선두에 포진했다.

 잇단 거물 숙청과 처형 ‘악명 떨쳐’

   김원홍은 국가안전보위부 부장으로 임명된 후 국가안전보위부의 기능을 그 어느 때보다 강화하기 시작했다. 김정은 체제의 조기 안착을 위해 대대적 숙청작업의 저격수 역할에 최전방에 선 것이다.

2013년 김원홍의 진두지휘 하에 북한의 통치 엘리트들이 82명이나 연달아 처형된 것을 보면 얼마나 잔혹한 인물인지 알 수 있다. 2013년 12월 ‘권력 2인자’이자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숙청과 처형에 앞장선 대표적 인물이 김원홍이다.

▲ 처형된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 체포에서 처형까지 5일밖에 걸리지 않은 ‘전광석화 척결’은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주도하에 일사분란 속전속결식 해결사 역할의 대표적 실례이다.

평양의 소식통은 장성택 처형이 노동당중앙위원회 행정부와 국가안전보위부와의 파워게임에서 촉발된 것으로 파악한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하에 장성택의 권위가 높아지자 이용하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행정부 부부장이 국가안전보위부의 장악 시도가 2012년부터 진행되었다. 행정부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당중앙위원회 핵심부서(조직지도부, 선전선동부)를 제외한 북한의 모든 근로단체, 사법, 검찰, 안전, 보위기관의 당적 지도 및 감찰 기능을 수행하는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해왔다.

이에 맞서 김원홍은 국가안전보위부가 김정은의 절대권위를 위한 유일적 지도체제의 수호 역할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국가안전보위부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국내외적 정치 상황에 대한 정보수집 능력을 배가하여 왔다. 이러한 정권 방패막이 차원에서 장성택과 관련된 주변 인물들의 비리 및 권력남용행위 또한 예외일 수 없었다.

그러나 장성택 측근들의 극렬한 저항에 부딪치자 김원홍 부장은 2013년 7월 중순 김정은을 직접 찾아 독대하면서 광범위하게 수집하여온 장성택의 비리 시실을 폭로했다. 김원홍 부장의 끈질긴 설득 끝에 김정은은 장성택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국가안전보위부와 함께 조직지도부(당기관의 조직생활 지도 및 감찰하는 기능을 수행), 검열위원회의 공조로 진상을 파악할 것을 지시했다.

국가안전보위부와 조직지도부, 중앙검열위원회 합동 조사가 진행된 것은 초유의 일이었다. 그만큼 장성택과 그 주변 인물들을 숙청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과제임을 보여주는 대사건이었다. 결국 김원홍은 장성택을 당자금유용 및 은닉, 해외 정보기관들과의 커넥션 문제, 당의 유일적 지위 남용 등 족쇄를 채워 반당반혁명종파분자로 낙인찍는데 성공했다.

김원홍은 2014년 3월 9일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직전 평양시 서성구역 연못동에 위치한 보위부 청사 안에서 장성택 측근 관료, 장성 등 30여 명을 비공개 처형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어 자신의 정적이자 라이벌인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 숙청에 깊이 관여한 김원홍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포정치의 극한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국가정보원은 현영철이 2015년 4월 30일경 평양 강건 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사총으로 총살됐다고 밝힌다.

현영철의 전격 제거는 김정은의 최측근이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더한다. 현영철은 2006년부터 백두산 서쪽 북·중 국경지대를 담당하는 8군단장으로 복무하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2010년 9월 노동당대표자회의에서 대장 칭호와 함께 당 중앙위원에 임명된 실세 중의 실세이다.

현영철은 2013년 5월 전방 부대 병사 3명의 귀순 사건으로 전방 5군단장(상장)으로 좌천됐지만 1년여 만인 2014년 6월 인민무력부장(대장)으로 다시 화려하게 부활 복귀했다. 이후 현영철은 2015년에는 김정은의 공개 활동 수행 14회로 전체 순위에서 4위를 차지하는 등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다.

또한 현영철의 숙청에는 중국 측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영철이 러시아와 가깝고 군도 대내외 경제활동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현영철의 입장으로 볼 때, 경제를 통해 북한을 장악하려는 중국의 대북 전략과도 배치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현영철의 후임으로는 박영식이 임명된 것이 확실해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2015년 7월 11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 군사대표단과 라오스 고위 군사대표단의 회담 소식을 전하며 북한 측 참가자 가운데 한 명인 박영식을 인민무력부장으로 소개했다. 북한 매체가 박영식의 인민무력부장 임명을 공식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박영식은 2009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맞으며 중장으로 승진했고, 2014년 4월 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에 오르며 상장 진급에 이어 현영철 숙청 이후인 2015년 6월 29일에는 대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

특히 김원홍은 김정은의 가공할 공포정치 주도하에 기고만장해졌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변인선 군 작전국장 등을 숙청한 데 이어 한때 ‘김정은의 남자’였던 한광상 당 재정경리부장,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도 지방으로 좌천시키는 등 거침이 없었다. 그러나 한광상과 마원춘은 다시 복권된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김원홍이 2015년 말 갑자기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양건 죽음의 배후자로 의심받고 있다. 북한 김양건(76)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은 2015년 12월 29일 오전 6시 15분 신의주-평양 간 도로에서 인민군 번호판을 단 화물차량에 부딪쳐 현장에서 즉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 의문의 자동차 사고를 장한 김양건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김양건은 전형적 전문 관료 출신인 데다 최룡해 비서처럼 혁명 2세대의 배경도 없는데다 승승장구하는 것도 달갑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이 설득력을 얻는다. 김양건은 2014년 2월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고 2014년 8월 한국과 북한 간 일촉즉발 위기상황에서 8·25 합의를 성사시키는 등 빼어난 성과를 보였다.

   무소불위 한층 비대해진 권력실세

   현재 김정은 체제의 실세그룹은 2013년 장성택 처형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인물들이다. 당시 장성택 처형은 국가안전보위부와노동당 조직지도부 등 이른바 ‘공안라인’과 2013년 11월 김정은 위원장과 백두산 삼지연에 동행한 ‘삼지연 그룹’의 주도하에 속전속결로 감행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정은의 신뢰를 받고 있는 공안라인의 핵심 인물은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조연준 당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다. 김원홍과 조연준은 김정은의 집권 이후 엘리트의 잦은 교체와 강등에도 불구하고 직책에 전혀 변화가 없다. 그리고 장성택을 제거해 김정은 체제를 강화한 북한 공안라인과 삼지연그룹에 모두 등장하는 인물은 김원홍 보위부장이 유일하다.
김정은 친위그룹의 두 축인 당 국가보위부와 조직지도부 간 파워게임에서 보위부가 우위를 점하면서 김원홍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게 주요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의 도를 넘는 월권행위가 권력층 내부의 파열음을 내고 있다. 김원홍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분에 넘치는 신임을 배경으로 과도한 숙청과 월권행위를 일삼으면서 북한 권력층 내부의 불만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제 김원홍은 국가 보위부내 치열한 권력 투쟁 하에서 승기를 잡은 가운데, 다른 권력 기관에도 직간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짐이 역력하다.

국가보위부 내부 갈등의 본질은 누가 실질적 장악권을 가지냐의 다툼이다. 그 중심에는 보위부장 김원홍과 보위부 정치국장 김창섭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원홍은 국가보위부와 앙숙 관계인 인민군 보위사령부 출신이기 때문에 내부적인 신임을 얻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반면 김창섭은 국가보위부에서 잔뼈가 굵어 온 터줏대감으로 내부적인 신임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김원홍이 보위부 2인자인 김창섭 정치국장을 내쫓고 자신의 측근을 심으려 한다는 루머 기승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북한의 국경경비 권한이 군(軍)인민무력부에서 국가안전보위부로 넘어갔다고 북한 내부소식통이 전한다. 물론 이 조치는 김정은이 ‘최고사령관’ 자격으로 내린 특별 지시에 따른 것이다. 국경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군부대들은 북한의 최고 명절로서 1912년 4월 15일에 김일성이 출생한 것을 기념하는 태양절(太陽節) 다음날인 2012년 4월 16일부터 그동안 업무에 대한 검열 및 인수인계를 진행하였다.

김정일 사망 이후 국경 및 평양에 대한 통제를 강화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주민들의 탈북행렬, 밀수, 내부정보 외부 유출 등이 줄어들지 않아 보위사령부만으로는 국경통제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동안 보위사령부가 국경 군부대들에 대한 검열을 진행해왔지만, ‘같은 군인’이라는 동질의식에 솜방망이 처벌도 적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덧붙인다. 보위부 소속원들은 형식적으로는 군대 계급과 지휘계통을 갖고 있지만 ‘전투’ 임무가 없다는 점에서 무력부 산하 군부대 군인들과는 정서와 문화가 엇갈린다.

탈북방지 및 감시는 무력부가, 탈북자 송환 및 체포 업무는 보위부가 책임지는 2원체계였으나 관련 업무 전반이 보위부 직할로 일원화 된 것이다. 북한에서 국경경비 업무는 오래전부터 보위부가 담당했으나, 2008년 4월부터 무력부가 관할했다가, 이번 조치로 다시 보위부가 맡게 된 것이다.

2016년 3월 19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인민보안부 관할 업무까지 담당하는 등 월건이 상당하다고 보도한다. 소식통은 “인민보안부에서 다루던 일반 경제사범까지도 보위부가 취급한다.”며 “인민보안부는 여성들 머리나 교통법규 위반을 단속하는 이빨 빠진 고양이 신세가 됐다.”고 전한다.

인민보안부는 북한의 치안 유지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우리나라의 경찰청과 성격이 유사하며 최부일이 부장을 맡고 있다. 1944년생인 최부일은 함경북도 회령시 출신으로, 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과 군단 사령관을 거쳐 총참모부 제1부총참모장 겸 작전국장을 역임했으며 2013년2월 인민보안부장에 임명됐다. 최부일은 군 체육단 농구선수 출신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어릴 때 그의 농구 '개인교사'로 활동하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다.

  김원홍과 황병서 견원지간 대암투

▲ 김원홍과 앙숙관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의 측근들로 알려진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비밀경찰 총수인 국가안전보위부 김원홍 부장 간의 대립이 양자 간 권력 투쟁으로 번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북한 전문뉴스 ‘뉴포커스’가 2014년 9월 2일 보도한다.
 

김원홍 부장이 김정은 제1 위원장의 경호를 놓고 “국가안전보위부 내에 경호 관련 부서를 설치해야 한다.”고 선공을 가한 것에 대해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지금까지 경호는 인민무력부 보위사령부가 담당해온 만큼 간섭하지 말라”고 반발하면서 두 사람 간 대립이 격화됐다.

서열상으로는 황병서가 우위지만 김원홍이 소속된 보위부가 김정은의 직속 조직이자 절대 신임을 받고 있어 김원홍을 내치기가 간단치 않아 보인다.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마찰을 빚어왔다. 두 사람의 악연은 김원홍이 2012년 4월 취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던 황병서가 부인과 함께 수뢰 혐의로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부인은 고문으로 숨졌다.

2년 뒤 황병서는 총정치국장으로 취임하면서 보위사령부가 고관 자식들의 외화벌이 그룹에 대해 횡령 등의 이유로 조사 착수에서 김원홍 부장의 아들 김철이 포함되어 권력 투쟁에 불이 붙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김원홍의 아들인 김철은 국가보위부 소속 ‘신흥무역회사’ 사장 신분이다.

김철은 부친의 권력에 의지해 인사 청탁이나 일 처리를 도와주고서 사례비로 최소 10만달러(우리돈 약 1억1천700만원)를 받았다는 설과 함께 ‘소(小) 보위부장’으로 불리는 김철은 군 무역 담당 간부 출신으로 중국을 상대로 광물과 외화 거래를 해 일찍 부자가 됐다는 소식이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은하수 관현악단’ 배우들이 김철과 많이 연관됐다는 유언비어가 돌고 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김원홍이 제 아들의 패륜행위를 덮기 위해 ‘은하수 경음악단’ 배우들을 신속히 처형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돌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소정현 기자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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